증시는 올해 한 해 동안 외국인의 전방위 매도세에 기관이 매수세로 맞서면서 근근히 현상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마감됐다. 기관이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 모두 주가가 높은 상승률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상승세가 크게 꺾였다고 볼 수 있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팽배했고, 원화 강세 등 환율 요인, 금리인상 등 금리 요인이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다.
증시, 한 해 동안 얼마나 오르고 떨어졌나
28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1379.27로 마감했던 유가증권 시장의 코스피지수는 지난 5월11일 1464.70으로 정점을 찍은 후 점차 하락해 폐장 하루 전인 지난 27일 1425.10을 기록했다. 한 해 동안의 지수 상승률은 3.32%이다.
지난해에는 무려 53.96%나 상승했던 것에 비하면 올해의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현상을 유지하는 데 머물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코스닥지수는 오히려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하락했다. 지난해 말 701.79까지 올라갔던 코스닥지수는 지난 27일 592.17을 기록했다. 한 해 동안 15.62%나 하락한 셈이다.
코스닥지수가 지난해 한 해 동안 84.52%라는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코스닥지수의 성적은 매우 초라했다고 볼 수 있다.
이밖에 지난해 6월 1일부터 증권선물거래소가 발표한 KRX100 지수도 지난해 말 대비 4.5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 지수는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으로 분리돼 있는 26개 산업분야의 100개 국내 우량종목을 통합한 지수로 삼성전자 등 유가증권 시장의 87개 종목과 NHN 등 코스닥 시장의 13개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초라한 성적, 그 원인은?
이처럼 올해 증시의 성적이 초라한 데는 지난해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 모두에서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에 일정한 조정기가 필요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인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올해 내내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감과 유례 없는 원화강세, 금리인상 등을 거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은 올해 초 3.75%이던 콜금리를 경기조절 등의 이유를 들어 지난 2월과 6월, 8월 세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올려 지난 한 해 동안 모두 0.75%포인트 올렸다.
원/달러, 원/엔 환율도 한때 1997년 외환위기 당시만큼 떨어지는 등 원화가 강세를 보였다. 이같은 금리상승과 원화강세는 수출기업과 내수시장을 위축시켰고, 그 결과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은 팔고, 기관은 샀다
한편 올해 증시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외국인과 기관의 상반된 움직임이었다. 한 해 동안 외국인은 연중 꾸준히 매도세를 보인 반면, 기관은 거꾸로 매수세를 보였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올해 한 해 동안 사상최대 규모인 10조7289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특히 외국인의 매도세는 전기전자(6조2035억 원) 부문에 집중됐고, 그 뒤를 이어 철강금속(1조3545억 원) 부문에서도 매도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관은 한 해 동안 유가증권 시장에서 10조4679억 원어치의 순매수에 나서면서 외국인 매도세에 따른 증시 폭락을 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의 순매수 규모 역시 사상최대 규모였다. 기관은 전기전자 부문에서 가장 큰 금액인 3조1597억 원 규모의 순매수에 나섰고, 그 다음으로 금융업 부문에서 1조6369억 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개인은 한 해 동안 3조86억 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 모두 각각 4586억 원, 6561억 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2조997억 원을 순매수했다.
글로벌 증시는 활활
한편 올해 서울 증시가 침체를 보인 반면 미국, 홍콩, 캐나다, 호주 등 세계 주요 증시는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호황을 보였다.
지난달 20일 증권선물거래소가 발표한 세계증시 동향에 따르면, 세계거래소연맹(WFE) 소속 43개 회원국 가운데 절반이 넘는 26개국 증시가 올해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또한 이들 43개국 증시는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평균 20%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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