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부산시, 부산항만공사가 작성한 부산북항 재개발 마스터플랜에 근본적 회의감을 나타냈다.
부산신항으로 항만 수요가 옮겨감에 따라 비게 되는 부산 구 도심권의 부산북항 재개발 계획은 지난 2004년 12월부터 2년 여 동안 작성됐지만, 막상 종합계획 보고회에서 노 대통령이 비판적 의견을 제시한 것.
"두바이 모델 말고 시드니 모델로 가자"
노 대통령은 27일, 부산에 내려가 부산북항 재개발 종합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은 후 "관점을 바꾸면 다르게 생각할 여지가 있다"며 "거의 아무 것도 (개발을) 하지 않고 시민에게 돌려주자는 것이 오히려 가장 크게 성공할 수 있는 발상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어느 나라 도시에 이만한 바다와 땅이, 공지가 딱 있어서 그걸 시민에게 내놓을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냐"며 "두바이 모델로 가지 말자, 차라리 시드니 모델이 더 낫지 않나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두바이 모델보다 시드니 모델'이라는 말은 상업단지 개발형식 보다 시민 공원화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
노 대통령은 부산시와 해수부가 내놓은 최종 개발 계획에 대해 "시민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더 제공하는 게 좋지 않을까 제안하고 싶다"며 사실상 재검토를 지시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에 앞서 부산시와 해수부는 43만 평의 부산북항 부지에 △항만시설, 국제교류업무, IT영상전시, 복합도심, 해양문화 지구개발 △부산역 철도부지 상부로 연계 △초고층 빌딩 건축 등의 백화점식 개발계획을 보고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부산에서 이만한 계획을 추진하려 할 때 그것의 뒤를받쳐줄 수 있는 인적, 경제적 자원의 배후는 얼마인가"라며 "부산 요만한 거리에 초고층 빌딩이 공존할 만큼 업무적 수요가 많은가"라고 이른바 '두바이 모델'의 허구성을 조목조목 짚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이 그림(북항개발계획)의 특징은 부산역과의 연계에 집착하고 있다"며 "비판적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노 대통령은 "부산이 중화학공업 부지를 못 가지는 건 명백하지만 부산이 제조업기지까지 그린벨트를 풀어서 가져야 하는 구상은 신중히 하자"며 "모든 걸 우리 마당에 넣어놓고 살면 좋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부산시 측의 요구를 물리친 것.
전남 무안에서는 '효용이 부족해도 개발' 강조했던 노 대통령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의 핵심은 '무조건적 개발이 능사가 아니다'는 것으로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본 친환경적 고민까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계획이 지난 2년간 준비됐었고, 지난해 말에는 청와대 안에서 기본계획용역결과 보고회가 열렸을 만큼 관심을 모았던 사업인데 최종결과보고회에서 대통령이 사실상 '전면적 재검토'를 지시한 배경에 의문이 남는다.
또한 지난달 전남 무안에서 열린 서남권발전구상 보고회에서 노 대통령은 "당장의 경제적 효용만 바라보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단기적으로는 효용이 없더라도 개발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반면 이날은 "상업지구를 개발한다고 수요가 있겠냐"고 정반대의 자세를 보인 것.
물론 대표적 낙후지역인 서남해안지역과 부산은 근본적 차이가 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뚜렷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부산 시민들의 개발욕구가 강한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자칫하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얼마 전만 해도 청와대 안팎에서는 '대통령이 부산에 큰 선물을 줄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오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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