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조선일보에 '보도협조'를 구하고 나섰다. '하이에나' 등의 표현으로 물의를 자초하던 불과 얼마 전의 모습에 비해 훨씬 정중해진 대신, 그 내용은 훨씬 날카로워진 느낌이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20일, '부동산 정책, 조선일보도 좀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청와대브리핑에 게재했다. 이 글은 '페어플레이'를 일성으로 내놓은 윤승용 홍보수석 취임 후 홍보수석실의 첫 작품이다.
"같은 주장도 한나라당이 하면 옳고 정부가 하면 선심정책이냐"
이번 글에서 홍보수석실은 격한 표현은 자제하는 대신 조선일보의 기사를 조목조목 짚으며 부동산 정책에 관한 이 신문의 말 바꾸기를 비판했다.
홍보수석실은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토지임대부 분양제도(반값 아파트)와 관련해 "조선일보가 한나라당이 이 제도를 당론으로 정하자 관련기사를 1개 면을 할애해 주요하게 보도했고 다음 날 사설에서도 '반값 아파트는 눈이 번쩍 뜨일 소식이니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정부도 힘을 보태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보도했다"면서 "불과 10여 일 만에 변양균 정책실장이 이 제도 도입을 언급하자 태도가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홍보수석실의 언급대로 조선일보는 변 실장의 언급 이후 "정치권과 학계에서 '내년 대선을 노린 정치적 승부수 아니냐' '또다시 정책폭탄을 터뜨리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돌아섰다.
이에 대해 홍보수석실은 "여야와 정부 모두 머리를 맞대고 검토하러던 정책을 같은 신문에서 불과 10여 일 만에 '선거용 선심정책', '정책폭탄'으로 보도한다면 기사를 접하는 국민들은 혼란스럽지 않겠는가"라고 되물었다.
홍보수석실은 이밖에도 '부동산 버블붕괴' 보도(지난 5월). 종합부동산세 보도(12월), 토지공개념 보도(98년 4월), 부동산문제에 대한 정부의 통제 보도 등(93년2월) 10여 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부동산 정책에 관한 조선일보의 오락가락 논조를 지적했다.
이와 함께 홍보수석실은 "국민들이 정책을 온전히 이해하도록 하고, 타당한 비판과 견제를 받을 책임이 정부에는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언론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당연히 협조는 무조건 지지가 아니다"고 규정했다.
홍보수석실은 "사실을 기반으로 한 보도와 분석, 논평을 통해 객관적으로 정책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조선일보도 여기에 협조 못할 일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부세 위헌심판 기각 판결도 늑장 보도한 조선일보
홍보수석실의 이같은 지적이 아니더라도 조선일보를 포함한 일부 언론들의 부동산 보도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로부터 현 정권과 함께 자신들도 '부동산 5적'으로 규정됐으면서도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5적으로 지목됐다"고만 보도했던 이들 신문은 최근엔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기각 판결을 못 본 체 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강남지역 아파트 주민 85명이 제기한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기각했지만 16일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분당구 주민 2만 명 종부세 개선 청원'등의 기사만 실었던 것.
이 두 신문은 행정법원의 판결로부터 사흘이 지난 18일에서야 이를 보도했다.
이에 대해 토지정의시민연대는 20일 '불리하면 축소보도 하는 것이 부자신문'들의 방침인가?'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세금폭탄' 주장에 불리한 행정법원의 판결은 '면피용 스트레이트 기사'로 축소 보도하는 이들 신문의 보도행태는 참으로 낯 뜨거운 일"이라며 "아무리 '대한민국 1%'를 위해 종부세 반대에 앞장섰다지만 최소한의 객관보도, 균형보도는 해야 하지 않겠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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