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약 보름 만에 다시 공무원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지난 달 27일 "정정보도, 반론보도가 늘어나는 것이 바로 개혁"이라며 언론을 비판하는 편지를 공무원들에게 띄웠던 노 대통령은 14일 "한국정책방송 KTV를 권해드립니다"라는 편지를 청와대브리핑에 게재하며 공무원들의 KTV 시청을 독려했다.
"KTV는 유익하고 재미도 있는데다 수준도 높다"
지난 편지에 비해 수위가 낮긴 했지만 이번에도 노 대통령은 언론에 대한 편치 않은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생산한 정책에 관한 정보들은 국민들에게 최대한 자세하게 전달되어야 하지만 아쉬운 것은 이런 중요한 정보들이 국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정책을 결정하고 발표했는데, 막상 아무런 보도도 되지 않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본다'며 "일을 한 공무원들로서는 힘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고 더 큰 문제는 국가의 정책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결국 국민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런 문제를 조금이나마 극복해 보고자 정부는 KTV를 운영하고 있다"며 KTV를 극찬하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의 상식으로 보면 정부가 하는 방송이라는 것이 내용은 재미없고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보다는 정부의 홍보에 급급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KTV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통령은 항상 국민의 한사람이라는 가정을 하면서 티브이를 보는데 KTV는 국민에게 유익한 정보가 많고 재미도 있으며 수준도 상당히 높다"고 상찬했다.
"국민들과 소통하려면 KTV를 많이 봐야"
KTV에서 소방방재청의 서비스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다 기분이 좋아서 소방방재청장한테 전화를 하기도 했다는 일화를 소개한 노 대통령은 공무원들에게 KTV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라고 독려했다.
노 대통령은 "저는 아직 프로그램 기획을 정책을 하는 부처에서 주도하는지 아니면 KTV에서 주도하는지 정확하게 알아보지 못했습니다만, 어떻든 우리 공무원들이 국민들과의 소통에 좀 더 열의를 가지고 기획에 참여한다면 더 좋은 방송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자면 우선 우리 공무원들이 KTV를 자주 보고 잘 알게 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노 대통령은 "그리고 굳이 기획이나 제작에 참여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공무원이면 국가가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잘 알아야 할 것"이라며 "국민생활에 중요한 정책,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정책, 한참 쟁점화 되어 있는 정책 등에 관하여 공무원이 잘 몰라서 답변도 제대로 못한다면 우리 국민들이 공무원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기 업무뿐 아니라 정부 정책 전반을 이해하고 홍보하기 위해 KTV를 시청하라는 주문인 셈이다.
'제2의 댓글 열풍'에 대한 우려
이번 편지는 정책홍보를 중시하는 노 대통령의 평소 생각과 KTV에 대한 애정이 드러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이같은 관심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통령이 한참 국정브리핑을 칭찬하며 댓글까지 직접 달았을 때는 관가에 때 아닌 댓글 열풍이 불어 댓글에 점수를 매긴다는 방안까지 나와 물의를 빚기도 했다. 또한 지금은 사임한 이백만 홍보수석이 '대통령의 의중'을 앞세워 KTV 제작에 시시콜콜 관여해 정작 KTV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 적도 있다.
위에선 기침만 해도 아래에선 독감이 걸리는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노 대통령의 편지가 이번엔 어떤 결과를 낳을지 두고 볼 일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