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얼마나 떨어졌나?
이날 원/달러 환율 종가 916.40원은 지난 1997년 10월 22일의 915.10원 기록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환율 하락세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원/달러 환율은 1998년부터 등락을 거듭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꾸준히 하락했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이었다. 이때를 정점으로 그 뒤 올해까지 8년 간 원/달러 환율은 하락추세를 이어 왔다. 1999년에는 평균 1200원 수준이었고, 2000년에는 평균 1120원으로 떨어졌다.
이같은 환율 하락세는 2001년부터 더욱 두드러졌다. 2001년에는 1300원 수준이었고, 그 뒤에도 연평균 환율이 계속 떨어져 2005년에는 1020원대까지 하락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올해 월평균 환율은 3월과 6월에 잠시 반등하는 듯했지만 나머지 달에는 모두 떨어졌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3달 간 월평균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심했다. 이 기간에 원/달러 환율은 약 50원 정도 급락했다.
특히 지난 11월에는 거의 매일 원/달러 환율이 떨어졌다. 11월 14일 이후 지금까지의 환율 하락폭은 약 25원 수준에 달한다.
달러화 약세는 전 세계적 추세
문제는 이같은 하락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라는 데 있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는 이유가 국내 사정에 있다기보다는 미국의 경기둔화에 따른 달러화 약세에 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둔화에 따른 금리인하의 가능성이 달러화 가치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달러화 가치 하락세는 얼마 전에 11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가 3년6개월만에 50을 밑도는 등 미국경제의 둔화 기미가 뚜렷해짐에 따라 가속화됐다.
미국정부가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 활성화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확산되면서 국제 투자자금이 상대적으로 고금리 통화인 유로화나 엔화로 몰리면서 달러화 약세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반면 지난해부터 다섯 차례나 금리를 인상한 유럽중앙은행(ECB)은 조만간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럽연합 내에서 경제규모가 큰 국가들의 경제가 활기를 띠고 있어 유럽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통해 경기과열을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은 달러화 약세를 더욱 부추기는 작용을 한다.
이런 분위기 탓에 달러화가 연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주 말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에 대해 20개월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14년만의 최저수준까지 떨어졌다.
900원선도 무너지나?
이처럼 원/달러 환율 하락의 구조적인 원인인 미국경제의 성장 둔화가 더 뚜렷해지면 원/달러 환율이 내년 중에 900원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씨티그룹이나 리만브라더스, 도이체방크, 모건스탠리 등 국제 투자은행들은 세계 각국 통화의 환율에 대한 전망 보고서를 내면서 내년 6~9월 사이에 원/달러 환율이 900~910원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민간경제연구소들도 내년도 환율 전망을 조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당초 내년 환율을 925원으로 전망했던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 모두 미국이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하할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내년도 환율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기로 결정하고 본격적인 조정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업체, 손해 감수하고 물건 판다
한편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하락으로 수출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수출업체들의 채산성 악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예상을 뛰어넘어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환율 때문에 대부분의 수출업체들은 이미 손해를 감수하면서 물품을 내다팔고 있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수출보험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수출기업들의 평균 손익분기점 환율은 948.28원이다. 기업규모별 손익분기점 환율은 중소기업의 경우 950.73원, 대기업은 928.26원이라고 한다. 수출업체들의 환율 걱정이 엄살만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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