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김태규 명리학 <28>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김태규 명리학 <28>

신명의 한국과 질서의 일본 문화, 그 차이

같은 뿌리에서 나왔으면서도 바라보는 방향이 달라서 차이도 많은 두 나라. 오늘은 그 차이점을 음양 오행의 관점에서 얘기하고자 한다. 그 차이는 이번 월드컵 기간 중에도 선명하게 드러났기에 더욱 재미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에 대해서는 얼마전 “월드컵, 왜 붉은 악마여야 할까”라는 글에서도 잠깐 언급한 적이 있다. 우리와 일본은 그 본질이 나무(木)이다. 다만 우리는 갑목(甲木)이라 양건한 기상이 있고 일본은 을목(乙木)이라 음유한 기질이 있어 이 점에서 다를 뿐이다.

갑과 을은 같은 나무이지만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 아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는 책이 있다. 명리학 방면에서는 최고의 책으로서 인정받고 있는 적천수(滴天髓)라는 책이 있다. 제목을 풀이하면 ‘하늘의 골수를 한 방울 흘린다’는 뜻인데, 천기를 누설하는 책이란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명 태조 주원장의 제갈량에 해당되는 일급 책사 유백온이란 자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이 책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갑목은 하늘을 우러르고 있으니 뻗어가려면 불이 있어야 한다...(중략)...땅속에 수분이 자양하고 천기가 따뜻하면 천년 세월을 뽐낼 것이다.” (甲木參天, 脫胎要火,....., 地潤天和, 植立千古)

“을목은 비록 부드러우나 땅을 뚫고 나올 수 있으며..(중략)...큰 나무에 얽어매면 봄도 좋고 가을도 좋다.” (乙木雖柔, 刲羊解牛,....., 藤蘿繫甲, 可春可秋)

갑목이든 을목이든 모두 나무라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갑목에 해당되는 우리는 태양을 향해 뻗어가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그것은 목생화(木生火)하는 것이며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이다.

불은 붉은 색이고 그래서 우리는 붉은 색을 좋아하는 민족이다. 우리 민족을 예로부터 백의민족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흰색이 아니라 태양의 빛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신부들은 붉은색 저고리에 초록 치마를 입었는데 이른바 녹의홍상으로서 순수하게 우리의 기상을 나타내고 있다.

재미난 점은 이웃 중국의 경우 여자가 초록색 옷을 입으면 남편 잡아먹을 상이라고 해서 아주 금기시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토의 나라인데 초록은 나무를 의미하니, 따라서 목극토(木剋土)가 되어 그런 터부가 생겼을 것이다. 오늘날 중국에서 여자가 초록색 의상을 입으면 팔자 드센 여자 또는 솔로 선언을 한 여자로 치부되고 있다.

반면 을목인 일본이 좋아하는 것은 태양과 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질서와 규율, 그리고 인내로서 이는 전향적이라기보다는 수구에 가깝다. ‘국화와 칼’이라는 책 제목처럼 칼을 의미하는 금기(金氣)과 인내를 의미하는 수기(水氣)를 선호한다는 뜻이다. 즉 금생수, 수생목 하니 그것은 바로 군더더기를 칼로 베어내고 물병에 정갈하게 꽂아놓은 꽃이다. 정제되고 깔끔함, 그것이 바로 일본의 속성이다.

일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안정을 추구하는 민족이다 보니 기성의 권위를 존중한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일본인들은 기존의 유럽 강호들이 여전히 잘 하는 모습을 보고싶어 했다. 한국이 포르투갈을 누르자 피구를 못 보게 생겼다고 애석해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마저 누르자 대단히 안타까워했다. 그것은 반한 감정이 아니라 기존의 유럽 강호들이 탈락하는 것이 안타까웠던 것이다.

일본인들은 16강까지는 우리와 경쟁심이 있었지만, 우리가 계속 치고 나가자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한국이 신흥이긴 하지만 강호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일본인들은 강자를 보면 엎드려야 하고, 약자는 당연히 강자 앞에서 공손히 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민족이다. 이런 일본인들은 가령 싸움에서도 한 번 열심히 싸웠다가 지면 무릎을 꿇는다. 승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람들은 승복하질 않는다. 한 번 지면 삼판 양승으로 하자고 하고, 두 번 지면 5판 3승제로 하자고 억지를 부리곤 한다. 이런 기질은 고스톱 판에 가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경우 노름을 할 때엔 사전에 시간 제한을 두지 않으면 판이 끝나질 않는다. 나쁘게 보면 소위 매너가 없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불굴의 기상을 지닌 우리 민족이다.

관련해서 재미난 얘기 하나 하겠다. 임진왜란 때, 일본이 한국을 강점하는데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관한 것이다. 토요도미 히데요시는 나름대로 사전에 치밀하게 정보를 수집했다. 조선의 길이며 산과 강, 병력, 조정의 형세와 당파간의 알력 등등 모든 정보를 수집한 끝에 조선을 먹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 결국 침공을 개시했다.

작전은 성공해서 한양까지 일사천리로 진군했고 의주까지 밀어붙일 기세였다. 토요도미는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조선의 정규군은 이미 날아가 버리고 없는데 때아닌 민초들이 곡괭이와 막대기를 들고 나타나서는 부산포에서 한양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보급을 끊기 시작한 것이다.

일종의 게릴라전인데, 이는 분명 일본의 전략가들이 고려하지 않은 사태였다. 일본의 경우, 영주와 영주간의 싸움에서 승패가 결정되면 영주와 그 일당들은 자결하고, 백성들은 무조건 새로운 승자 앞에 충성을 맹세하고 조아리는 것이 당연한 상식이었다. 그런데 조선의 민초들은 조아리지 않고 시골의 유생이나 선비들을 중심으로 모여들어 이른바 의병이 나타났으니 이는 그들의 계산 속에 들어있지 않은 신종 변수였던 것이다. .

임진왜란 때, 결국 나라를 구한 것은 조선의 관군이나 명나라의 원군이 아니라 이순신 장군과 의병대장 곽재우였다. 붉은 전포를 두르고 신출귀몰하게 일본군을 무찌르니 당시의 붉은 악마가 아닐 수 없다. 곽재우 장군은 실로 원조 붉은 악마였다!!

일본은 칼을 장기로 하지만, 우리가 활을 능기로 하는 이유도 활은 오행상 불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한국인들은 여전히 활과 사격에 능한 민족이다. 아직 우리의 사격선수들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독식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이것도 얼마 안 가 한국이 전 세계를 제패할 것이 분명하다.

사실 전쟁에 있어 가장 고려하기 어려운 요소가 이처럼 그 나라 고유의 문화와 국민성에 대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월남전이다. 미국이라는 거인이 약소국 베트남을 상대로 왜 이길 수 없었을까? 제한된 전쟁이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이미 모두들 알고 있는 상황이었고 근본 원인은 베트남이란 나라가 우리처럼 거대한 중국 곁에서 국체를 이어온 강인한 민족이며, 대부분이 소승불교인 동남아에서 유일하게 호국 불교의 이념을 지닌 나라라는 사실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미국은 애당초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시작했던 것이다.

얘기가 잠시 옆으로 흘렀지만, 일본인들은 근본적으로 투쟁적인 민족이 아니다. 그런데도 역사상 일본이 몇 번의 대외 침략에 나섰던 것은 온순한 민족성과 권위에 대한 존중 때문에 역설적으로 강력하고도 단일화된 카리스마가 등장하기 쉬운 환경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우리는 개개인의 개성도 강하고 억척같아서 강력한 카리스마가 등장하기 어렵다. 어찌 보면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우리는 웬만해서는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일치 단결하면 못 이룰 일이 없는 민족이 우리 민족이다.

우리가 꿈꾸는 세계는 모두가 평등하고 하나가 되는 세계, 즉 대동 세계이다. 이는 황제 내경의 천간합화(天干合化)의 원리에 따라 갑목이 기토를 만나 토로 변하는 것이고, 일본은 을목이 경금을 만나 금이 되니 엄격함과 규율, 질서가 그들의 이상 세계가 된다.

질서와 규율을 중시하는 일본인들은 따라서 이번 월드컵에서 기존의 유럽 강호들이 탈락하는 것을 보면서 혼란을 느껴야했지만, 전향적이고 원래 위계 질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우리는 마구 신이 나서 앞으로 나아갔다. 사실 축구의 기술수준으로만 따지면 우리와 일본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16강을 달성하자, 이젠 되었다고 하는 자족(自足)이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일본인들에게는 기대 이상의 것을 바라지 않는 자족의 정서가 있는데, 이것이 약점으로 작용할 때도 많다. 그 비근한 예로, 진주만 기습 당시 나구모 기동함대 제독은 1파와 2파 공격에서 미국의 전함들을 격침 또는 대파하자, 그만 만족해서 추가 공습을 포기하고 말았다.

당시 항공대 작전 참모는 추가 공습을 통해 전과확대를 강력히 건의했지만 나구모 제독은 근처에 미 항공모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내세워 침로를 동으로 돌렸는데, 이 당시 참모의 건의대로 진주만에 있는 거대한 기름 탱크들을 파괴했더라면 미국은 최소한 반년 이상 연료 보급이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와 일본의 문화적 차이는 금융 구조 조정에서도 금방 나타난다. 우리는 한방에 수백조원을 투입해서 해결하는 정말 과감무쌍한 방식을 택했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떨어버리는 방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서방 언론들이 그런 일본을 질타하고 있지만 사실 그것은 일본을 몰라서 하는 얘기다. 뭐든지 무리없이 충격을 흡수해가면서 질서있게 문제를 처리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인 것이다.

이처럼 우리와 일본은 같은 나무의 기상을 지녔지만, 바라보는 이상과 비젼은 많이 다르다. 우리 문화와 일본 문화를 한 마디로 줄여 말하라면 우리는 신명의 문화이고, 일본은 질서의 문화이다. 신이 나야 잘하는 우리 민족과 규율과 질서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의 차이점인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