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는 지난달 1일부터 30일까지 최근 5년간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인터넷, 모바일, 영화나 드라마의 제품 간접 광고 등에 나온 60여 건의 유명 의약품 광고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를 6일 발표했다.
모니터링 결과, 의약품 광고 15건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신고하지 않은 효능을 광고하거나 효능을 지나치게 부풀려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등 현행 법령을 위반했을 여지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새살이 솔솔? 캐내십시오? 잇몸 보약? "과장 광고"
구체적으로 보면, 태평양제약은 '케토톱으로 구석구석 캐내십시오'라는 광고를 내걸었다. 그러나 건약은 "케토톱은 통증을 일시적으로 완화해주는 대증 요법(증상별로 치료하는 방법)제로서 원인 치료제가 아니"라며 "'캐내십시오'라는 표현은 관절염의 원인을 제거해준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릎 관절의 심한 통증으로 계단조차 못 올라가던 사람이 케펜텍(제일약품)을 붙이고 계단을 뛰어오르는 광고 또한 같은 지적을 받았다. 해당 의약품이 통증과 염증을 가라앉히는 소염 진통제일 뿐, 관절염을 완치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동국제약의 마데카솔 분말은 "상처에 뿌리면 새살이 솔솔"이라고 광고되고 있다. 건약은 "식약처 허가 사항 상 마데카솔은 상처, 피부궤양의 보조적 부분 치료제라고 기재돼 있을 뿐, '새살이 솔솔'을 통해 암시되는 상처 재생 효과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동국제약 광고 갈무리 |
비타민제인 아로나민 씨플러스정(일동제약)은 "피로가 안티에이징을 방해한다면", "자도 자도 피곤해. 피로물질 때문에. 이대로는 큰일 나. 피로물질 때문에"라고 광고되고 있다. 건약은 "노화를 방지한다는 것은 과장된 효능 광고"라고 지적했다. 또 "피로물질이 무엇인지 밝히기 않았으나, 피로물질은 피곤의 원인이 아닌 결과로 생성되는 물질일 가능성이 높다"며 "과학적으로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사실을 광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동제약 광고 화면 갈무리 |
잇몸병 완화제인 이가탄(명인제약)의 2011년도 광고는 "'어쩜 그렇게 탄탄하세요?' '나야 보약 먹잖아. 잇몸 보약.' '보약?' 붓고 시리고 피나는 잇몸병엔 이가탄"이라고 제품을 소개한다. 이 광고는 "식약처 허가 사항은 잇몸염 증상 완화임에도 '잇몸 보약'이라고 표현함으로써 마치 잇몸 질환을 미리 예방하는 약처럼 보인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스트렙실(옥시레킷벤키저)의 경우 보이스코리아 보컬 참가자가 목이 막힌 모습을 보여준 뒤, 스트렙실을 복용하고 고음으로 발성 연습을 하는 텔레비전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건약은 "암시적 표현을 통해 스트렙실을 복용하면 즉시 인후염이 사라지고 고음 발성이 가능한 것으로 묘사해 오남용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밖에도 피임약인 마이보라(바이엘코리아)의 경우 2008년 '피부 개선 효과, 빈혈 예방 및 치료, 난소암 및 자궁내막암 감소, 자궁 외 임신 감소'라는 홍보 내용이 모두 식약처에서 승인받지 않은 효과다. 갱년기 증상 완화 약인 동국제약의 훼라민Q도 식약처에서 허가받지 않은 '골다공증 예방' 효과가 홍보됐다. 기넥신(에스케이케미컬)의 '혈액을 깨끗하게, 혈관을 튼튼하게'라는 문구도 허가 사항에 없다.
"의약품 광고 심의, 제약협회에 맡겨선 안 돼"
현행 법령은 "사실과 다르거나 부분적으로는 사실이더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소비자가 오인할 우려가 있는 광고, 혹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가 속을 우려가 있는 광고를 하지 말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약회사는 제품의 효능이나 성능 등에 대해 식약처에 허가를 받거나 신고한 사항 외의 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 효능을 인용할 때는 공인된 임상 결과를 제시하고, 출처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문제는 식약처장이 의약품 광고 심의를 제약협회에 위탁하고 있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식약처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는 최근 3년간 허위 혹은 과장 광고로 행정처분을 받은 의약품은 총 8건에 불과했으며, 그마저 올해에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에 건약은 "의약품 광고 심의 위원회를 광고주인 제약협회가 아닌 다른 독립적 기관 아래 설치해야 한다"며 "의약품 광고 심의 위원회 구성에서도 이해 당사자인 제약 산업 관계자를 배제하고 전문가 단체, 시민단체, 정부 관계자로 중립적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현재 의약품 광고 심의 위원회는 심의 결과만 공개하고 있다"며 "위원회의 심의 기준과 내용도 공개해야 심의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건약은 "의약품을 광고에는 효과뿐만 아니라 부작용 증상과 복용 금기 등에 대한 경고 문구도 의무적으로 표현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 광고나 대부업체 광고가 그렇듯이 의약품 광고에도 '이 약물은 **한 환자가 복용할 경우, **증세와 같은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같은 구체적인 경고 문구가 의무적으로 표현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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