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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 취재파일 - 한국의 이너서클 <7>김용환 제거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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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기자 취재파일 - 한국의 이너서클 <7>김용환 제거작전

권력투쟁에 이용된 부패혐의

김용환 의원은 최근 10.25 재보선을 앞둔 시점에 한나라당에 입당, 절묘하게 '정치적 부활'에 성공한 케이스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그러나 과거 재무부장관 시절이던 지난 70년대말 권력내 파워게임에 휘말려 여러차례 위기를 맞았었고 실제로 80년 신군부가 등장하자 권부에서 밀려나 오랜 기간 야인생활을 하기도 했다. 한국의 이너서클은 이처럼 숱한 위기속에서 몰락과 부활을 거듭해왔다.
이 이야기는 손광식 본지고문이 재무장관 시절 김 의원의 측근이었던 한 전직 경제관료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다.<편집자>

<사진>

김용환 의원은 70년대말 재무장관 시절 여러 번 정치적 핀치에 몰렸어요. 청와대에 직통으로 걸려든 케이스가 있는데, 이게 알고 보면 권력투쟁의 한 양상을 보여주는 거였다구요. 내용인즉 김똘똘이(김용환 장관의 당시 별명)가 5억원의 돈을 융자해 주도록 압력을 넣고 5천만원을 먹었다는 거죠. 이걸 사건화해서 검찰이 손을 댔어요. 법무장관 김치열이 지휘하에 쥐도 새도 모르게 이 사건과 관련된 ㅇ모라는 사람을 토요일날 저녁에 전격적으로 연행해 갔어요. 왜 토요일이냐구요. 그게 그래요. 장관급이면 피차 힘겨루기이니까 상대도 모르게 허를 찔러야 하는데, 그 타이밍이 토요일이라는 거예요.

김치열이는 김똘똘이 제거용으로 이 사건을 직접 검찰총장에게 지시해 가지고 사건을 만들어 월요일날 박통에게 직접 보고할 계획이었어요. 그 ㅇ모가 누구냐 하면 김똘똘이가 청와대 비서관을 할 때 같이 근무한 사람으로, 이를테면 증권감독원장 백원구가 자기 친구에게 기업공개 봐주기로 한 그런 케이스와 이 사건은 유사했어요. 담보도 다 확보된 대출이었어요.

***차지철의 청와대핵심 제거작전**

김치열이가 왜 똘똘이를 칠려고 했느냐 하면 이 양반이 박통의 총애도 받았지만 그 때 4인방 제거작업(김성곤씨 등 공화당 핵심이 박통에게 반기를 들었던 사건)과 연결고리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죠. 요컨대 청와대 브레인의 제거작업이 신TK 세력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던 흐름과 관련이 있었어요. 새로 경호실을 맡은 차지철은 박종규가 이미 경호실장 옷을 벗은 상태인지라 이 제거작업에 열을 올렸을 가능성도 있었겠지요.

청와대 쪽에서 김정렴 비서실장, 김용환 재무장관 등을 우선 내쫓아야 ‘공간’이 나오고 그 곳에 신TK 그룹이 들어 설 수 있다는 계산이었지요. 여기에다가 김치열이와 효성의 조석래가 밀착돼 조가 김똘똘이한테 당한 케이스가 있어 절치부심하던 차에 한 번 먹어봐라 하고 가세했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쫄짜인 내가 이 어마어마한 장관 제거작업을 미리 알 수 있게 된 것은 다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어요. 문제의 토요일날 밤 11시 쯤 서울지검장 김석휘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이런저런 사연이 얽힌 사건이 있어 김똘똘이가 연루되었다. 월요일날 김치열장관이 청와대로 보고를 하러 들어가는데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거예요.

김석휘는 김똘똘이의 법대 후배인데다가 검찰 쪽에서 김똘똘이를 ‘가드’하는 입장이라 나한테 긴급 귀띔을 해 준거죠. 그래서 김똘똘이에게 “여차여차한 사건으로 ㅇ모가 검찰에 끌려갔는데 장관이 5천만원을 먹었다고 사건을 만든 모양이니 대처를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죠.

그랬더니 김똘똘이가 신경질을 확 내대요. 그런 어마어마한 사건을 자기 똘마니가 알았으니 우선 화가 났었겠죠. 물론 불쾌한 심사도 있을 것이니 감정이 폭발될 법도 한 일이라고 생각했죠. 그리고는 아무 말도 안 하길래 집으로 돌아왔더니 다음날 전화를 했어요. “그래, 그 쪽(검찰)에서는 어떻게 하려는 거냐”구 해요. 그래서 김석휘에게 말했더니 “김정렴 실장에게 말해 박통에게 소명할 기회를 마련하는 게 좋겠다”는 얘기예요. 그대로 김똘똘이에게 말했지요.

***알리바이로 어렵게 빠져나와**

김똘똘이는 김정렴실장에게 이 의견을 전했어요. 박통은 월요일날 김법무로부터 사건보고를 받고 김실장을 찾았어요. 물론 김실장은 전후사정을 파악하고 있었으므로 “이에 앞서 김용환 장관에게 소명기회가 있어야겠다”고 박통에게 귀띔을 미리 해 두었었지요.

처음 김치열 법무가 서류를 풀고 “김재무가...”하고 설명을 시작했어요. 그러자 박통은 “또 뭐야. 여자 문제야.”하고 김법무를 쳐다보았지요. “아닙니다. 불법대출을 하고 커미션을 챙긴 사건입니다”하고 김법무가 대답했어요. 이미 사건 내막을 알고 있던 터라 박통은 서류를 집어 던지며 “들어와서 해명하라고 해!”하고 일갈했어요. 김똘똘이는 나를 불러가지고 청와대로 올라갔어요.

박통과 독대를 하고 ‘소명’했어요. 그리고 그 사건은 ‘쫑(끝)’이었지요. 사실 검찰은 그 사건을 잘못 짚었어요. 문제의 5천만원을 전달했다고 하는 날 김장관은 집에 없었어요. 어머니 제사가 있어 공주에 내려가 있어 집에 없었던 거죠. 알리바이가 증명된 셈이예요.

***재무부내 '고대인맥' 제거작전**

이런저런 청와대 돌아가는 사정을 내가 소상하게 알고 있었던 것은 경호실 비서실에 친구놈들이 있는데 이 애들 중에는 옛날에 ‘주먹’도 한 애들도 있죠. 이 애들 대부가 누군가하면 시인 구상 선생이지요. 그래서 네트워크가 움직여 주곤 한거예요. 크게 보면 신TK가 등장하고 권력암투가 이때 이미 싹터 가지고 10.26까지 연결고리를 만들어간 면이 있어요.

당시 신현확 부총리는 신TK의 대부격이었는데 남덕우 경제특보와는 안정론과 성장론으로 맞대결 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지요. 박통은 신의 안정론 가운데 몹시 신경을 건드리는 면이 있자, 한 때는 1개월 동안 ‘면회불가’라는 명령을 내린 적도 있었어요.

다 지난 이야기지만 내가 MOF(재무부)에서 밀려난 건 역시 권력집안의 맥과 관련이 있었어요. 그때 MOF는 고려대 인맥이 쎌 때이죠. 김용환장관이 와서 이걸 혁파할 의도가 있었는지 물갈이 작업이 있었어요. 맨날 올리는 승진자 명단이 그 얼굴이 그 얼굴이자 나 보고 “똑똑한 놈들 찾아보라”구 해요. 그래서 사무관 중에 ‘될 성 부른 떡잎’ 리스트를 만들었어요.

기득권 세력들이 이걸 그냥 보겠어요. 물론 그 이전에도 나를 곱게 보지는 않았겠지요.
당시 청와대에는 장덕진 경재비서관 그 밑에 박판제가 있었지요. 다 고대 인맥이지요. 은행융자 커넥션이라는 게 있었는데 장이 ‘대통령의 위임에 의하여’ 대상리스트를 만들면 그걸 박판제가 재무부 이재국에 통고했지요.

부실업체들도 많았어요. 이재국의 ‘잘나가는 사무관’이라는 자존망대도 있었지만 이래 가지고는 안되겠다 싶어 ‘이거 못하겠다’하고 버텼지요. “박대통령이 결재한 서류를 첨부한다면 한다”고 고집을 피웠지요. 이때부터 아마 ‘이게 까불어’ 했겠지요. 하여튼 사사건건 시비가 붙고 일이 꼬이곤 했어요. 그 결과 신군부가 등장하면서 MOF에서 쫓겨나 낭인생활을 하게 됐지요.

낭인생활을 하고 있는데 청와대 주변에 있던 애들이 전경환이를 한 번 만나보라는 거예요.
그래서 점심을 한 번 같이 했는데 “동지, 같이 일해 봅시다” 하더군요. 옛날에는 맨날 나에게 주택융자 부탁이나 하곤 해서 그냥 그런 사이였는데, 이제 그의 형이 대권 잡아 커가지고 자기 밑에서 일하자 하니, 그게 그렇데요. 그래 흐지부지됐어요.

그때 뛰어들었더라면 콩밥 먹던가 5, 6공 비리재판에 연루되었을지 모를 일이지요. 참, 사람 운명이라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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