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향, 역사왜곡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고교 학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전북 전주 상산고에 대해, 전북교육청이 나서 '전북학생조례' 위반 여부를 6일부터 조사하기로 했다. 교과서 채택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차단하는 과정에서, 학생인권조례가 명시한 표현의 자유 등을 억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다. 현재 상산고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교학사 교과서를 선정한 학교로 남아있다.
지난 3일 저녁, 상산고 2학년 학생이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교내에 게시했다. 다음날인 4일 오전 학교 측은 이를 철거했다.
대자보에는 "교학사의 국사교과서는 검정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끝까지, 지금까지도 논란이 수두룩한 교과서다. 단순히 우편향 문제뿐만이 아니라, 이미 검정이 된 지금 이 순간에도 652건의 오류가 담겨있기 때문이다"라고 쓰여 있다. 또 "교학사 교과서는 일제 강점기 시절의 일본의 만행을 미화하고, 위안부 할머님들을 폄훼하고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를 미화하기도 했다"고 적혀있다.
대자보에는 "존경하는 교장선생님. 교장선생님께서는 이념에 편향되지 않고, 균형 있는 역사 인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위해서 교학사를 선택했다고 하셨다. 하지만, 왜곡된 역사인식과 균형 잡힌 역사인식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교장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균형 잡힌 역사인식을 위해서라면 이념적으로 우편향 되어 있는, 652건의 오류가 있는 교학사 교과서를 굳이 선택할 필요가 없지 않았는가라고 의문점을 가진다"라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날 상산고 이종훈 교감은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우리 학교가 주목받는 학교는 맞구나'라는 생각에 흐뭇하기도 했지만 매도성 답글이나 전국적으로 1% 정도 밖에 선택하지 않은 우편향 친일적 내용의 왜곡된 교과서를 선택해 가르치는 비정상적 학교로 규정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엄중히 선을 긋는다"고 밝혀 여론의 빈축을 샀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글은 삭제됐다.
현재 상산고 홈페이지에는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비판하는 학부모의 글도 일괄 삭제된 상태다.
전북교육청은 대자보 철거와 홈페이지 글 삭제가, 학생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교육청 지침과 학생인권조례를 위반했는지 따져보기 위해 6일 상산고를 방문해 실태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한편 상산고를 둘러싼 논란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상산고 학생들은 4일부터 교학서 교과서 채택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졸업생이 정문 앞에서 교과서 채택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고 인터넷 상에서 상산고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북의 30여개 교육·시민단체가 연대한 '전북교육혁신네트워크'는 6일 오후 1시 30분부터 학교 앞에서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상산고는 전국민적인 수학 참고서 <수학의 정석>의 저자 홍성대 씨가 지난 1981년 설립한 자립형 사립고교로, 홍 씨는 현재도 상산고 이사장이다. 지난해 서울대 합격생 47명을 배출해 서울대 진학률 전국 6위를 기록하는 등 상산고의 명문대 진학률은 전국 최상위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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