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이 숨진 부산 남·북항대교 접속도로 붕괴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공사 현장 인부들과 인근 주민, 노동조합 등은 이번 사고가 부산시와 SK 건설의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으로 벌어진 '인재'라며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과 부산시는 돌풍으로 인한 외부 충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항대교는 2007년 4월에 착공했으며, 내년 4월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공정률은 95%가량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가 발생한 북항대교와 남항대교 사이의 접속도로는 공정률이 65%에 머무른다. 지하화를 요구하는 인근 주민과 시행사(부산시)·시공사(SK 건설)가 갈등을 빚으며 공사가 뒤늦게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공사 구간 상판에 균열이 발견되며 설계가 일부 변경된 것도 공사 지연 이유로 거론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기 단축을 위해 현장 인부들이 때때로 철야 작업에 투입됐다는 증언이 나온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부산일보> 등에 따르면, 사고 전날에도 인부들은 자정께까지 작업을 진행했다.
공기 단축을 위해 타설 작업을 제대로 할 여유가 없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타설을 할 때에는 철제 구조물 특정 지점에 콘크리트 무게가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골고루 나눠 작업해야 한다. 그러나 문화방송(MBC)은 20일, '시간 소요를 줄이기 위해 한번 타설을 하고 말았다'는 사고 현장 관계자 증언을 보도했다.
한편, 허남식 부산시장은 지난 10월 1일 건설 현장을 직접 방문해, 공사 관계자들을 격려한 일이 있다. 이 자리에서 부산시 건설본부(본부장 김종철)는 허 시장에게 "내년 4월 개통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다.
"내년 지방선거 전 완공 위해 공사 강행"
일각에선 무리한 공기 단축을 내년 지방 선거와 연관 짓고 있다. 현 시장의 임기 중 완공을 위해 공사를 강행한 결과 참사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건설노조 부울경본부 건설기계지부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 시장의 입장에서는 무조건 공사를 완공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며 "시공사(SK 건설)에 부산시가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하도록 압박을 가한 것이 아닌가"란 의문을 던졌다.
민주당 부산시당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이들은 "지난 7월 (공사구간 상판에) 균열이 발견되어 지역 주민이 안전 진단을 요구했음에도, 공기에 쫓겨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이기식으로 공사를 진행한 부산시와 시공사가 화를 자초했다"며 "이번 사고는 내년 지방선거와 허남식 시장 임기 완공이라는 전시 행정에 급급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다 발생한 예고된 인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20일 이번 사고와 관련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민주노총은 무리한 공기 단축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면적인 제도 개선 수립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는 "공사 현장의 공기 단축은 산업안전보건법 29조에 따라 제한되고 있음에도, 법 위반 시 처벌이 1000만 원 벌금에 그쳐 관련 법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동자와 시민이 참여하는 사고 원인 공동 조사단을 구성할 것과, 공기단축에 대한 제도개선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외부 충격 때문일 수도…정확한 원인 규명하겠다"
다른 한편에선 이번 사고의 원인이 예기치 못한 외부 충격 때문이라고 설명 중이다. 부산시 측 기술 자문 전문가들은 20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사고대책회의에서 "정확한 원인은 상세한 검토를 통해 확인되겠지만 이전에 시공된 구간에서는 없었던 외부 충격이 사고 구간 시공 과정에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기술 자문단 중 한 명인 공병승 동서대 교수는 특히 "콘크리트 타설을 위해 설치해놓은 길이 80m의 가시설물이 가벼운 충격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돌풍으로 인한 펌프카 붐의 거푸집 지지대 등 가시설물 충격 가능성을 제기했다.
강호성 감리단장도 "전문 기술사들의 구조 계산과 기술 감리자들의 시공 검측 결과 가시설물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이 현장에서 발생했던 것 같다"며 "콘크리트 펌프카 붐의 가시설물 충격 개연성 등 외부 요인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사고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할 계획이다. 김종철 부산시 건설본부장은 "토목학회 등 전문기관에 의뢰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라고 했으며, SK 건설 역시 "사고 대책반을 마련하고 사고 조사와 후속 대책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9일 오후 4시 15분께 부산 영도구 영선동 2가 동부산아이존빌 앞의 남북항대교 연결도로 공사 현장에서 철골 구조물(가시설물)이 무너지며 작업 중이던 4명이 20미터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숨진 이들은 인부 임모(66) 씨, 서모(48) 씨, 손모(47) 씨, 김모(65) 씨다. 손 씨는 펌프카 기사이며 나머지 3명은 목수 등 인부다. 사고 구간의 시공사는 SK건설이며, 삼정건설이 하도급을 받아 공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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