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겨울 칼바람을 뚫고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78명이 또다시 서울 강남구 한국전력 본사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20일 오후 1시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밀양 송전탑에 반대하다가 음독자살로 숨진 마을 주민 유한숙(남·당시 74) 씨에게 정부와 한전이 사과하고 송전탑 공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 자리에는 유 씨의 유족들도 참석했다. 유 씨의 아들 유동환(44) 씨는 경찰이 유 씨의 죽음이 '복합적인 원인'에서 비롯됐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의식이 있었다. 경찰이 녹음기를 대고 왜 그랬냐고 물으니, '765(킬로볼트 송전탑) 때문에 더는 살고 싶지 않아서 죽으려고 약을 먹었다'고 하셨다"며 "여동생과 제가 부산대병원 응급실 그 현장에서 분명히 들었다. 그런데 왜 경찰들은 복합적인 원인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는 명백한 수사결과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버지는 765킬로볼트 송전탑 때문에 돌아가셨다. 그러므로 직접적인 책임은 한전이 져야 한다"며 "다시 한번 촉구한다. 저희 아버지의 죽음은 명백히 한전이, 저희 집 북쪽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765킬로볼트 송전탑을 세우려고 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전은 정부와 경찰 뒤에 숨어서 이렇게 묵묵부답으로 함구해서는 안된다"며 "한전은 책임을 느끼고 저희 아버지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산외면 보라마을 주민 한정래(여·56) 씨도 나 몰라라 태도로 일관하는 정부와 한전을 향해 울분을 토했다. 보라마을은, 지난해 1월 송전탑 반대를 외치며 분신자살한 이치우(당시 74) 씨가 살던 곳이다.
그는 "서울 하늘에는 전깃줄 하나 안 보이는데 왜 밀양에만 송전탑을 세우겠다고 하느냐"며 "그렇게 송전탑을 짓고 싶거든 한전 직원 집 앞에 세워보라"고 소리치다 눈물을 보였다.
'밀양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와 '밀양 송전탑 전국 대책회의'는 20~21일 양일간 고 유한숙 씨 추모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20일 오후 7시에 서울광장 앞 분향소에서 '유한숙 어르신 추모문화제'를 열고 21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유 씨의 유족들이 서울광장에 있는 시민 분향소에 상주한다. 이날 오후 5시에는 서울광장 시민 분향소에서 유 씨를 추모하는 예배도 열린다.
한편 '밀양송전탑 전국 대책회의'는 "오는 23일에 기자회견을 열어 2차 밀양 희망버스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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