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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 2주기, 나타나지 않은 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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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 2주기, 나타나지 않은 김경희

당 직함 갖고 있음에도 두문불출···신변이상설 제기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2주기를 맞아 북한은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17일 평양체육관에서 중앙추모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장성택의 부인이자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가 참석하지 않아 신변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중앙추모대회를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11시 6분경 김정은 제1비서가 등장한 것을 시작으로 주요 인사들이 주석단에 착석했으나 관심을 모았던 김경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를 두고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김국태 검열위원장의 사망으로 구성된 국가장의위원 명단에서 김경희가 6번째로 거명되면서 당 비서라는 정치적 직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장성택의 처형과 무관하게 김경희의 직위가 유지됨에 따라 중앙추모대회를 비롯한 공식 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김경희가 불참하면서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올 한해 끊임없이 건강 이상설에 시달렸던 김경희가 장성택의 처형을 계기로 실제 건강이 악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경희가 당 비서라는 직책을 갖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 북한은 이날 오후 2시 경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김정은 제1비서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했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참배 명단에 김경희의 이름은 빠져있었다. 그가 사실상 김정일 2주기 공식 추모행사에 전부 불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신변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경희는 이전의 중앙추모대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성 주석 사망 5주기인 1999년과 10주기인 2004년에도 김경희는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경희의 불참이 전례가 없는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또 김경희가 정치적 직위도 그대로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현재까지 그의 신변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추정도 제기되고 있다.

▲ 김정은 제1비서가 17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김정일 사망 2주기 추모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김 제1비서는 추모식 내내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한편 이날 추모대회에서 김정은 제1비서는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던 그의 표정은 바로 전날인 16일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에 게재된 사진 속의 환한 표정과 대조돼 눈길을 끌었다. 신문은 김 제1비서가 '8월 25일 수산사업소'를 방문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수산물을 보고 웃고 있는 김 제1비서의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김정은, 장성택 계열 숙청 속도조절하나

이날 중앙추모대회에는 장성택 계열로 분류된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이에 따라 김정은 제1비서가 장성택 처형 이후 측근들 숙청에 속도조절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추모대회에서는 김정은 제1비서를 기준으로 주석단 오른편에 김양건 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을 비롯해 로두철 내각 부총리,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들이 착석했다. 이들은 장성택 계열의 사람들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다만 조선중앙방송이 밝힌 참배 명단에서 장성택 계열의 인사들은 모두 빠져있었다. 방송은 이날 참배 소식을 전하며 "김영남, 박봉주, 최룡해, 리영길, 장정남, 김기남, 최태복, 박도춘, 김영춘, 양형섭, 강석주, 김원홍 동지를 비롯한" 인원들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한편 김 제1비서의 바로 왼쪽 옆에는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앉아 지난해와 달라진 위상을 확인했다. 최 총정치국장 옆으로 리영길 군총참모장과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이 나란히 자리했다.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과 함께 장성택 숙청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도 왼편에 자리해 오른편에 앉은 장성택 계열 인사들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김정은 중심의 영도체제 강조하고 나서

이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추모사에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단결의 유일중심, 영도의 유일중심으로 높이 모시고 일편단심 충직하게 받드는 것은 위대한 장군님의 위업을 끝까지 완성하기 위한 근본담보"라며 김정은을 중심으로 유일영도체계를 확고히 가져가자고 강조했다. 이는 장성택 처형이 가져올 내부적 동요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김 상임위원장은 이어 "위대한 김정은 동지 밖에는 그 누구도 모른다는 억척불변의 신념을 간직하고 경애하는 원수님의 두리에 한마음, 한뜻으로 철통같이 뭉치며 당중앙을 목숨으로 결사옹위하는 견결한 투사가 되어야 한다"면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유일적 영도 체계를 튼튼히 세우는 사업을 주체혁명의 생명선으로 확고히 틀어쥐고 나아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결의 연설에 나선 최룡해 총정치국장은 "우리 공화국을 군사적으로 압살하려는 날강도 미제와 극악한 민족반역의 무리인 남조선 괴뢰들의 책동은 극히 무모한 단계에서 감행되고 있다"면서 "우리 백두산혁명강군은 만일 적이 우리 조국땅에 한 점의 불꽃이라도 떨군다면 폭풍처럼 화약에 불이 달린 것처럼 단숨에 달려나가 침략자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고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반드시 성취하고야 말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결의 연설은 최 총정치국장과 더불어 과학계와 노동계 대표 각 1명이 나섰다. 다른 분야가 아닌 과학계 인사가 연설을 한 것은 최근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북한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남 상임위원장도 추모사에서 "새 세기 산업혁명과 전민 과학기술인재화의 열풍을 세차게 일으켜 지식경제강국 건설을 다그쳐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주석단 맨 앞줄에 있던 고령의 여성은 누구?

이날 추모대회 주석단에는 '여자 빨치산 혈통'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황순희 조선혁명박물관 관장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던 황 관장은 김정은 제1비서 오른편에 박봉주 내각 총리에 이어 세 번째 자리에 앉았다. 이 자리는 지난해 추모대회 때 김경희 당 비서가 앉은 자리여서, 보기에 따라서는 그의 불참을 대신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황 관장의 개인적인 이력을 보면 '김경희 대신' 나온 인사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의 남편 류경수는 김일성 주석, 김정일 위원장의 생모 김정숙 등과 함께 동북항일연군에서 활동한 빨치산 동료다. 또 황 관장은 김정숙 사망 이후 어린 김정일 위원장을 각별히 보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인연으로 김정일 위원장은 황 관장과 그의 자녀를 특별히 챙기기도 했다.

황 관장이 북한에서 차지하고 있는 이러한 상징성에 비춰봤을 때 북한 당 지도부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백두혈통'을 강조하기 위해 황 관장을 주석단 맨 앞줄에 앉힌 것으로 분석된다. 장성택에게 '국가전복음모죄'를 씌워 처형한 지 불과 닷새 만에 열린 추모 대회에서 과거 항일 빨치산 인사를 부각시킴으로써 김정은 체제 및 백두혈통의 정당성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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