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게시판, 버스정류장에 고교생들 대자보 게시
이날 전라북도 군산여자고등학교 학내 게시판에는 이 학교 1학년 채자은 양이 작성한 대자보가 붙었다.
채 양은 "저는 이제 막 1학년 2학기 기말고사 시험이 끝나 놀면서 SNS나 하고 시간을 보내던 1학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채 양은 "저는 차 타고 15분도 안 걸리는 롯데마트 앞에서 국가기관인 국정원이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선거에 개입한 정황들이 속속들이 드러나 촛불집회가 일어났을 때도 안녕했고, 그것이 직무 중 개인 일탈이며 그 수가 천 만 건이라는 소식이 들릴 때도 전 안녕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이어서 채 양은 "그리고 바로 앞 군산 수송동 성당에서 시국미사가 일어났을 때도 또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여 철도 파업이 일어났어도 전 안녕했습니다"라며 "왜냐하면 저는 고등학생이니까요"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채 양은 "우리도 일어서야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채 양은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합니다. 이 행동이 훗날 저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 지 저는 참으로 두렵습니다. 무섭습니다." 라며 "그래서 저는 외칩니다. 꼭 바꿔야 한다고. 민주주의를 지키자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미래로 바꿔야 한다고 말입니다"라고 적었다.
광주 북구 일곡동의 한 버스 정류장에도 고등학생이 적은 대자보가 붙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정치에 대해 잘 몰랐고 정치에 관심도 없었던 한 고등학생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는 특히 의료민영화에 방점을 찍었다. 최근 정부가 원격 의료, 영리 병원 등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의료민영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쓴이는 "의료민영화가 실시되면 병원은 더이상 공기업이 아닌 민간 기업이 됩니다. 이 말은 즉 더이상 병원은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것이 아닌 개인(민간기업)의 이익을 위한 것이 돼버립니다"라며 "병원을 사기업이 관리하게 되면 수익을 위해 병원비가 폭등합니다. 민영화가 시행된다면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하게, 부자인 사람들은 더 부자로...이게 과연 옳은 정책 방향일까요?"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저희가 앞으로 살아가야 될 우리나라를 지켜주세요!'"라고 호소했다.
▲ 16일 광주 북구 일곡동 버스 정류장에 붙은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연합뉴스 |
대학가, '안녕들 하십니까' 인사 나누러 '나들이'
대학가에서는 이미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처음으로 대자보가 나붙은 고려대학교는 물론이고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인천대, 제주대 등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각 대학은 '관악, 안녕들 하십니까'(서울대), '이화, 안녕들 하십니까'(이화여대) 등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 각자 작성한 대자보를 올리고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 12일 개설된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지(facebook.com/cantbeokay)에서, 16일 오후 4시 현재 '좋아요'는 22만 건에 이른다. 이 페이지를 중심으로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은 소통을 이어가며 번개(온라인상에서 만난 사람을 실제로 만나는 것)를 모집하기도 한다. 이미 이들은 지난 14일 서울역에서 한 차례 모인 바 있다. 이들은 이런 집회를 '나들이'라고 부르며 즐기고 있다. 이날 집회에서는 밀양 송전탑 문제, 철도 민영화 문제 등 산적한 사회 현안에 대해 각자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 "대자보 확산은 불통에 대한 경고"
정치권도 '안녕들 하십니까'를 언급했다. 16일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의 확산은 박근혜 정권의 불통에 관한 경고"라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 철도 파업 그리고 밀양 송전탑 사태에서의 권력 폭력, 사회 전반에 만연한 갑의 횡포에 '안녕하지 못하다'는 분노의 외침을 정부 여당은 새겨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국정원, 다시 바쁘겠구나. 전국으로 확산되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의 종잇값과 사인펜을 대준 배후를 찾느라고..."라고 적어 눈길을 끌었다.
▲ 고려대 정대 후문에 붙은 주현우 씨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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