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 집권 초반에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을 맡았고, 청와대에서 일하는 동안 10.29 대책 등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골간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런 경력의 소유자가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 기조인 '공급확대론'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을 가한 것이다.
이정우 "공급확대론은 정답이 아니다"
이 교수는 이날 오전 서울 정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관에서 열린 '토지정의시민연대' 주최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비판했다. 비판의 핵심은 "공급확대로는 부동산 대란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일각에서는 투기수요 억제가 아니라 공급확대로 정책방향이 바뀐 것에 대해 '이제야 정신 차렸구나'란 의견이 주종을 이루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투기적 수요는 순간적으로 팽창하는 성격이 있다"며 "그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공급확대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매년 40만~50만 호만큼 주택공급을 늘린다고 해서 투기적 수요를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판단 착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1991년부터 10년 간 우리나라 부동산이 잠잠했는데, 그 이유가 공급이 충분해서는 아니었지 않나"라고 물은 뒤 "투기적 수요를 잠재웠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우 교수는 과거 네덜란드에서 발생했던 튤립 가격 거품을 예로 들며 공급확대론의 문제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약 300년 전 네덜란드에서 튤립 열풍이 불어 튤립 한 송이 가격이 무려 집 한 채 값이 됐다. 튤립을 더 심는다고 해서 튤립 열풍을 잠재울 수 있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공급확대론은 들판에 불이 붙어 퍼지고 있는데 물을 부어 끌 생각은 안 하고 들판에 마른 장작을 더 놓아야 한다는 사고와 똑같다"면서 "현재와 같은 투기적 수요가 많은 부동산 시장에 대해 주택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정답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어 "그러나 잘못된 공급확대론을 마치 정답인 것처럼 말하는 언론과 학자들이 있다"면서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에 정책의 성패가 달려 있다"면서 "현재까지의 정책기조가 흔들려 공급확대로 기울면 실패를 자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도권에 12만5000호를 더 짓겠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균형발전정책'을 근본적으로 뒤엎는 방안"이라며 "공급확대론은 잘 되고 있는 균형발전정책마저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왜 '참여정부'에만 돌을 던지나?"
한편 이정우 교수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특히 이 교수는 현 정부에 대해서만 비판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교수는 "현 정부의 정책이 실패했다고 보는 것이 대세로 돼 있는 것 같고, 정책 입안에 참여했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느낀다"면서 "그러나 누군가 희생양이 필요하고 그에게 돌팔매질을 하려는 사회 분위기는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현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가 강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럼에도 집값을 잡지 못한 것은 정부의 정책 의지나 일관성에 문제점이 있었고, 여·야 정치권이나 언론 등도 반성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동의 실패이지 '참여정부'만의 실패는 아니다. (정부에 대한) 돌팔매질만 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나라에는 너무 상대를 쉽게 비판하는 나쁜 습성이 있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리인상 검토할 때"
이 교수는 부동산 대란을 잡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금리인상에 대해 여러 가지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들이 많지만, 저금리 기조가 부동산 대란의 원인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면서 "저금리로 간다고 해서 투자가 늘어나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경제부처가 지나치게 저금리에 의존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적정금리가 뭔지 따져봐야 한다"면서 "현재의 "4%대 금리는 적정금리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