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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에서 제3, 제4의 죽음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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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에서 제3, 제4의 죽음이 나올 수 있다"

故유한숙 씨 사망 후에도 송전탑 공사 계속

"지난해 故 이치우 어르신은 '내가 죽어야 이 문제가 해결되겠다'고 한 마디를 남기고 분신자살하셨다. 유한숙 어르신도 한국전력이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지 딱 두 달째에 자살하셨다. 28년간 돼지를 키워온 축사에서 불과 200미터 떨어진 곳에 송전탑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난 후였다. 두 분 모두 큰 목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농성장에서 자리를 지키시던 분들이었다. 이런 분들이 또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지난 6일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에 반대해오던 마을 주민 유한숙(남·당시 74) 씨가 음독자살로 숨졌지만 송전탑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는 밀양시청 앞에 유 씨의 분향소를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경찰의 제지로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주민과 경찰 간 충돌이 발생해 주민 4명이 응급실로 이송되기도 했다.

'밀양 송전탑 전국 대책회의'는 9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밀양 주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송전탑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기가 피를 빨아먹어"…"제3, 제4의 죽음 나올 수 있다"

유 씨는 사망 전 대책위 대표인 김준한 신부 등을 만나 "송전탑이 들어서면 아무 것도 못한다. 살아서 그것을 볼 바에야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농약을 마셨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나 유 씨가 사망한 뒤 경찰은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음독 원인에 대해서는 유족의 진술 등을 볼 때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고인과 고인의 처가 (송전탑 반대 집회현장에)나가는 것을 서로 싫어하였다는 진술이 있었다"고 밝혀 유가족과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공분을 샀다.

지난해 이치우 씨가 분신자살한 이후 공사를 중단했던 한전도 이번에는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기자회견장에서는 사람이 자살한 이후에도 공사를 추진하고 반대 주민들을 진압하는 한국전력과 경찰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대책회의 측은 "경찰은 가족들로부터 최초 진술을 받을 때부터, 고인의 죽음과 송전탑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기 위한 유도 질문을 던지며 사고의 의미를 왜곡하는 데 급급했다"며 "급기야 고인의 음독이 술, 돼지값 하락, 그리고 축사 처분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해 유족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는 슬픔으로 가득한 유족들과 밀양 주민들의 마음과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라며 "국민과 생명에 대한 예의도 존중도 없는 경찰과 한전에 태도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 위원장은 "밀양에서 국가 폭력이 극에 달했다. 주민은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이렇게 가면 제3, 제4의 죽음이 나올 것이다. 밀양 주민들을 지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7일 밀양으로 조문을 갔다가 상경한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돌아가신 분이 제초제를 마시고 내장이 녹아가며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느냐. 이런 사람의 손을 잡아주지 못하는 사회가 끔찍하다"며 "전기가 눈물을 타고 흐른다고 하지만 이제 전기는 수많은 생명과 피를 빨아먹으며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사측과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노동자들도 송전탑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외쳤다. 김정운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부위원장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밀양 주민이 무엇이 같느냐고 묻는 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 현장과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 벌어지는 국가폭력이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쌍용차에서 일자리를 잃은 해고자와 그 가족 24명이 죽어갔다.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게 된 밀양 주민의 죽음과 쌍용차의 죽음이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했다.

대책회의 측은 △정부와 한국전력의 사과 △밀양 송전탑 공사 즉시 중단 △경찰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대책회의 측은 이날 오후 7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추모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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