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우리 모두 밀양이다"라고 외치며 송전탑 공사를 저지하는 일이 밀양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을 공유했다. 무대에서는 타악 공연, 합창 공연, 응원 발언 등이 이어지며 문화제 참가자들을 즐겁게 해줬다.
문화제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의 발언으로 시작했다. 올해로 여든이 넘은 백 소장은 KTX를 이용하라는 주최 측의 만류에도 희망 버스에 탑승했다. 그는 "송전탑 공사 강행은 밀양 주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을 뿐 아니라 5000만 국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만행"이라며 "송전탑은 밀양뿐만이 아니고 이 땅에 사는 모든 민중의 염원"이라고 밝혔다.
▲ 11월 30일 오후 7시 30분께, 밀양역 앞에서 열린 촛불 문화제. ⓒ프레시안(최형락) |
이어서 국가 권력의 탄압에 저항해온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밀양 주민의 고통에 공감하며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촛불 문화제 무대에 올라 '밀양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미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여민희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 조합원은 "밀양 할머니들이 재능 농성장에 오셔서 미안하다며 우신 모습이 가슴에 남아있다. 그 마음으로 기운을 내서 힘차게 싸웠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재능 교육은 2007년부터 2075일 동안 비정규직 농성을 이어오다 지난 8월 26일, 사측과 노사 합의로 투쟁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는 국내 최장기 비정규직 농성 기록이다.
용산 참사 유가족 전재숙 씨는 "저희 용산 유가족들은 지난 2009년 1월 19일, 하루아침에 철거민 5명이 살인, 학살을 당하면서 가족을 잃었다"고 말했다. 전 씨는 "그래도 여러분이 있기에 저희는 이렇게 꿋꿋하게 이 자리에 서 있다. 그러니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힘내시고 승리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제주 해군 기지 건설에 대해 반대 운동을 벌여온 강동균 강정 마을 회장은 "밀양 현장에서 할머니들을 만났을 때, 지팡이 하나를 짚고 산 위 현장까지 올라가서 투쟁하는 모습을 보고 울지 않을 수 없었다"며 "강정 마을 역시 경찰력이 연 인원 20만 명 이상 동원되며 매일매일 전쟁을 방불케 하는 싸움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야 오게 돼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화제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끈 것은 단연 '밀양 주민 합창단'이었다. 마을 주민 16명은 무대에 올라 함박웃음을 지으며 연달아 3곡을 열창했다. 문화제 참가자들의 호응은 여느 아이돌 공연을 방불케 했다. 오승근의 '내 나이가 어때서'를 개사해 '내 나이가 어때서 데모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라고 노래하자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한바탕 웃음을 쏟아냈다.
합창단에 참가한 성은희(여·51) 씨는 무대가 끝난 후에도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상동면 옥산리 주민인 성 씨는 "그동안 공사 현장에서 힘을 내려고 기존 노래를 개사해 불렀다. 그런데 반응이 좋더라"며 "오늘 희망 버스 참가자분들께도 불러드리면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 씨는 "밀양 주민에게 희망 버스는 정말 귀한 존재다. 희망 버스가 오기 며칠 전부터 밀양 주민들은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다고 할 정도였다"고 강조했다.
문화제는 이날 밤 10시께 끝났다. 희망 버스 참가자들은 송전탑 공사 현장 인근 마을에서 묵고 나서 1일 오전 6시께부터 다시 밀양 공사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후 오후 1시에 산외면 보라 마을에서 희망 버스 마무리 집회를 열고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다.
▲ 촛불 문화제에서 합창단 주민들이 흥겹게 노래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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