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하는 아파트 값을 두고 백가쟁명식 대안이 나오는 가운데 "반값에 공급하겠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젊은 부부들한테 전부 집 한 채씩 마련해주겠다"는 정치인들의 선심성 공약까지 난무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주택을 싼 값에 공급받는 대신 이 주택을 팔 경우에는 반드시 공급자에게 주택을 되팔아야 하는 '환매조건부 분양' 방식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 중의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환매조건부 분양' 방식의 도입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이 제도를 축으로 공공주택을 공급해 부동산 문제를 거의 완전하게 해결한 싱가포르의 사례가 <국정브리핑>에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싱가포르 국민 86%는 공공주택에 살고 있다"
전성오 주 싱가포르 홍보관은 22일 <국정브리핑>에 '싱가포르 주택정책이 시사하는 것은'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해 "우리가 주택보급율 102.2%임에도 불구하고 자가 점유율이 54.2%에 불과한 반면 싱가포르는 주택보급율 112.6%에 자가 점유율 92.3%, 다시 말해 국민의 92.3%가 자신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며 "게다가 거의 해마다 부동산투기 세력과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한국과 달리 부동산 투기가 설 자리가 없는 나라라는 점이 부러움을 살 만하다"고 말했다.
전 홍보관은 "싱가포르 국민의 86%가 공공주택에서 살고 있다"며 "이 주택 분양은 시민권 보유 유무, 가족구성 형태, 소득수준 등 사전에 공지된 기준에 따라 우선순위가 정해지는데 주택 가격은 시장가격이 아니라 수요자의 소득수준 등을 고려한 가격으로 통상 시중가격의 55~6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 홍보관은 "주택 구입자는 1차적으로 사회보장성 저축인 중앙연금준비기금인 CPF(Central Provident Fund)를 통해, 부족할 경우 HDB(주택개발청: Housing and Development Board)로부터 주택가격의 80%까지 낮은 이자율(실질금리 1% 미만)로 융자를 받을 수 있는데 특히 주택구입시 지불해야 하는 최초납입금(총금액의 20%)의 18%를 CPF 융자로 지불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최초 주택구입 시 개인이 직접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집값의) 2%에 그친다"고 풀이했다.
"싱가포르 주택정책의 핵심은 환매조건부 분양"
전 홍보관은 "이렇듯 신규주택 가격이 낮고 구입이 쉽다면 당연히 이를 전매하여 시세차익을 내려는 세력이 생겨날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가 바로 '환매 조건부 분양'이라는 제도"라고 말했다.
신규 주택구입자가 5년 이내에 주택을 판매하고자 할 때에는 시중에 판매할 수 없고 HDB에만 되팔 수 있고 5년이 지나서야 시중에 팔 수 있지만 그 시세차익의 10~25%는 HDB에서 환수하고 나머지를 주택소비자가 갖게 된다는 것이 전 홍보관이 전한 싱가포르식 '환매조건부 분양'이다.
전 홍보관은 "그러나 이를 무한반복적으로 활용하게 할 수는 없으므로 국민들은 일생 동안에 단 2회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토지와 주택은 국가개입이 불가피"
전 홍보관은 "이러한 성과만을 두고 섣불리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자칫 피상적인 성과만을 올리거나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따라서 이러한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었던 배경과 전제조건 등을 면밀히 따져 보아야 될 것"이라고 전제조건을 달았다.
그는 싱가포르가 △전 토지의 90%가 국유지 △소득의 33%를 국가가 중앙연금으로 강제저축 △430만 명 인구에 면적 697.1㎢에 불과한 도시국가 △언론과 집회의 자유에 제약이 있어 정부의 의지가 곧바로 정책으로 연결되는 점 등을 우리와 차이점으로 짚었지만 결론적으로 "싱가포르의 주택정책은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되고 많은 나라로부터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연구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 홍보관은 "모든 정책이 그렇듯이 싱가포르의 주택정책도 그 나라의 역사와 환경에 뿌리를 둔 특수성을 지닌 것"이라면서도 "토지와 주택은 일반적 재화와는 다른 특수한 성질을 가진 것으로서 무조건 시장에만 맡기기보다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때로는 (국가의 개입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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