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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 남학생에게 '걸레년', 심한 괴롭힘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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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 남학생에게 '걸레년', 심한 괴롭힘 아니다?

[토론회] 성소수자 청소년 학교폭력, 어떻게 막을까

# 2010년 9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세스 월시라는 소년이 집 주변의 나무에 목을 매 자살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겨우 13살이었다. 수사 결과, 이 소년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또래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월시의 어머니는 캘리포니아 주 교육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인 톰 아미아노 의원은 '교내 집단 괴롭힘 방지법(일명 세스법)'을 발의했다. 세스법은 지난해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 2009년, 부산에서 고등학교 1학년 A군이 자신의 집 지하실에서 허리띠로 목을 매 자살했다. A군은 중학교 시절 남학생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지속적인 학교 폭력에 시달려 왔다. 다른 학생들은 그를 '걸레년', '뚱녀'라고 불렀다. A군이 다른 아이를 조금만 건드려도 '더듬는다'고 비난하며 모멸감을 줬다. 담임교사가 A군에게 상담과 전학을 권유했을 뿐 학교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A군의 부모는 학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8월, 대법원은 교사를 비롯한 학교의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이를(반 학생들의 조롱, 비난, 장난, 소외 등)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악질, 중대한 집단 괴롭힘에 이를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한 소년의 죽음 후 법까지 제정된 미국과 달리 한국은, '부산 사건'이 일어난 지 4년이 지나도록 제자리걸음이다. 이에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2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에서 토론회를 열고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가해지는 학교 폭력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논의했다.

교사는 방관, 학생은 혐오…청소년 성소수자의 인권은 어디로

장서연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A군이 자살로 내몰린 원인으로 "동성애 혐오성 괴롭힘에 대한 인식의 부재"를 꼽았다. 담임교사와 교장, 교감 등이 A군에 대해 의논했으나 '학교 폭력이라고 할 수 없지만 학생이 힘들어하니 전학을 권유하자'고 결론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폭력이란 인식조차 없는데 후속 조치가 나올 리 없었다. 장 변호사는 "피해 학생이 학교에서 실시한 우울척도검사에서 '심한 우울 상태'를 보이며 '자살 충동 매우 많음'으로 나타났으나 담임교사는 위 결과를 부모에게 설명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장 변호사는 "A군의 사소한 행동에도 성적인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하는 등, 같은 반 학생들의 혐오감이 아주 심했다"고 말했다. 같은 반 학생들의 진술서를 보면 "손가락을 비비 꼬는 등 귀여운 척을 할 때마다 욕했다", "웃으면서 팔뚝을 때려서 게이냐고 화를 좀 냈다"고 나온다.

장 변호사는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한국의 교육환경에서, 전형적인 성별 규범에 맞지 않는 학생들에게 학교는 지옥"이라고 우려했다.

학교 현장에서 청소년 성소수자의 인권 침해를 직접 보고 듣는 교사의 증언이 이어졌다. 조영선 교사(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생인권국장)는 "학생 인권을 존중하는 인권 친화적 학교 만들기를 기반으로 한 학교 폭력 예방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종 교사는 인권을 침해하는 존재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인권 침해가 발생했을 때, 대개 가해자 역할을 하거나 침묵했던 교사가 문제에 대해 발언해도 그 효력이 크지 않다"며 "교사가 인권 옹호자 역할을 하려면 어떤 조건이 마련돼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영화 <친구사이?> 포스터. ⓒ청년필름

청소년 성소수자 있는데…"동성애, 청소년에게 금기의 단어"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 정민석 씨는 "피해 학생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개인의 나약함이나 예민한 성격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받는 동성애 혐오성 괴롭힘의 원인을, 피해 학생의 정체성 탓으로 돌리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된다"고 밝혔다.

최근 동성애를 다룬 영화 <친구사이?>의 관람가 등급을 놓고 벌어진 논란과 관련해 정 씨는 "논란 과정에서 동성애는 청소년들에게 금기의 단어였다. 청소년 성소수자의 존재는 없고 동성애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만 존재했다"고 비판했다.

<친구사이?>는 9월 동성 연인과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 감독이 만든 영화다. 그는 영화가 개봉한 지난 2009년 당시,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에 영화를 '15세 이상 관람가'로 분류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노골적인 성관계 장면이나 잔인한 장면이 없음에도 영등위는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내렸다.

당시 "중학생이 이와 같은 동성애 장면을 호기심으로 접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런 게 좋아지고 결국 자신의 성 정체성마저 의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조진형 새누리당 전 의원)는 등 동성애를 폄하하는 발언이 줄지어 이어졌다.

14일, 대법원은 "동성애를 내용으로 한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청소년의 일반적 지식과 경험으로는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단정할 수 있고, 청소년의 인격형성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등위의 판정이 잘못됐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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