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검찰發 '막장 법조드라마' 결말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검찰發 '막장 법조드라마' 결말은?

[편집국에서] '정치 검찰'이 특검을 부른다

정치검찰 1

정권의 정통성 방어를 위한 막장 드라마. 지난 3주간 철저한 비공개 속에 진행된 대검찰청의 감찰조사는 예정된 시나리오대로였다. 대검 감찰본부는 11일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한 윤 지청장에 대한 징계를 법무부에 청구했다. 수사팀이 트위터를 통한 국정원의 대선개입 정황을 포착했으나 상부의 지휘 없이 영장을 집행하고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을 주도한 죄다.

윤 지청장이 폭로한 '수사 외압' 의혹은 어물쩍 넘어갔다.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며 수사팀 발목을 잡은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징계에서 제외됐다. 감찰 본부는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엇갈린 증언에 대한 대질신문도 없이 서면조사만으로 끝냈다. 감찰 의지가 애당초 없었던 셈이다.

감찰 본부는 법무부의 외압 의혹에 대해선 '통상적인 의견 조율 과정을 외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 등 정치권에 수사 기밀이 유출된 의혹도 "강제 조사할 권한이 없다"고 했다. 이번 감찰의 본질이라고 할만한 법무부의 수사 개입, 수사기밀의 정치권 유출 의혹 당사자들에게 모두 면죄부를 준 것이다.

윤 지청장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기까지의 절차에서도 부실함을 노출했다. 외부인사 중심의 대검 감찰위원회가 위원들 간의 이견으로 감찰 대상자들에 대한 징계 수준을 결정 못했음에도 감찰 본부는 징계 청구를 확정해 논란을 자초했다.

윤석열 찍어내기라는 결론을 정해 놓고 논리를 짜맞추다보니 현장의 기자들조차 이해 못 시킬 정도로 부실한 감찰 결과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야당 도와줄 일 있냐"고 했던 조 지검장이 감찰 결과 발표 직후 누명이라도 벗은 듯 사표를 던진 장면은 검찰 스스로 사망선고를 내린 막장 시나리오의 대미였다.

▲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서울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오른쪽)과 윤석열 여주지청장(왼쪽)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검찰 2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요즘 하는 행동마다 구설에 오른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그의 막말은 국정원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검찰을 욕보이는 데에 집중돼 있다. '하필' 검사 출신인 그는 친정을 깔아뭉개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하려 애쓰는데, 수준이 '하드코어 막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지청장이 기업인들과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며 신발에 양말 등을 채워놓고 술을 따라 마셨다는 주장이 있다"며 "이 부분도 감찰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이날 국감 와중에 보수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접속한 장면이 포착돼 '일베의 신'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김 의원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 때에도 맹활약했다. 채 전 총장의 혼외 자식 논란 당시 그는 "채 전 총장과 모 여성 정치인 사이에 부적절한 관계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 발언으로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됐다.

그는 지난 6월엔 국정원 댓글 사건 담당 검사의 학생운동 경력을 언급하며 "하필이면 대학운동권 출신을 주임검사로 맡겼냐"며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을 위협하는 사태"라고 색깔론 공격을 했다. 김 의원이 지목한 그 검사는 김 의원이 부장검사 시절 제 손으로 가르친 후배 검사였다. 김 의원의 발언으로 검찰이 진상파악에 나서는 등 소동이 일기도 했다.

정치검찰 3

서초동과 여의도를 무대로 벌어지는 두 편의 막장 법조드라마를 동시 감상하는 현실은 고역이다. 최소한의 형평성과 국민 눈높이도 무시한 채 알아서 권력에 굴종한 검찰의 모습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 수사가 어떻게 귀결될지를 암시한 예고편 같아 참담하기까지 하다.

오죽하면 김진태 의원이 새 검찰총장 후보자가 자신과 동명이인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이제 김진태가 김진태의 인사청문회를 하게 생겼다"고 자랑스레 떠벌일까 싶다.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름에 헛갈려 김 의원에게 검찰총장 내정 '축하 전화'를 했다는 그 많은 사람들은 검찰의 정치 예속화를 학수고대했던 사람들이란 건가?

굳이 동명이인 해프닝이 아니더라도 김진태 후보자가 정치검찰의 굴레를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검찰총장으로 임명된다면 검찰 내부 상하 간 신뢰를 회복하고 적정한 상하관계가 정립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향후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채동욱-윤석열 찍어내기로 이어진 사태의 본질보다 윤 지청장의 '항명' 내지 '하극상'이 문제라는 투다.

윤 지청장에 대한 징계와 관련해 "중대 사건에서 보고와 결재 절차를 누락하고 내부 기강을 문란하게 한 책임을 물어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자체 판단을 내린 결정으로 안다"고 한 대목에선 그의 태도가 보다 분명해진다.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선 "사건에 관한 보고를 받지 못했고, 국정원 관련 의혹 사건은 아직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답변이 곤란하다"고 피해갔다. 어디서 많이 본 유체이탈 화법이다.

검사들의 각종 추문과 부적절한 처신으로 검란(檢亂)이 일어난 지 꼭 1년만에 다시 정치검찰로 회귀한 검찰. 반전 없는 이 막장 드라마의 끝이 어디로 치달을지 뻔하다보니 여기저기서 특검이 거론되는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