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부터 송전탑에 둘러싸여 살아온 마을 주민들이 울분을 토했다.
전라남도 여수시 율촌면 봉두마을 주민 40여 명이 1일 오전 10시께 서울 강남구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 '송전탑 추가건설 반대 집회'를 열었다. 현재 봉두마을에는 송전탑 19기(154킬로볼트 2개 노선, 345킬로볼트 1개 노선)가 들어서있다. 2011년 한전은 송전탑 6기를 추가로 건설키로 했고 현재 완공을 앞두고 있다. 송전탑 25기가 마을에 들어선 셈이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송전탑에 둘러싸인 마을
추가 건설 소식에 마을 주민들은 지난 6월, '봉두마을 송전탑건립반대 대책위원회'를 조직했다. 이들은 "마을을 가로지르는 송전탑을 이전하고 추가로 건설되는 송전탑은 지중화(송전선로를 땅에 묻는 방식)로 해달라"고 요구해왔지만 한전은 요지부동이다.
송전탑을 향한 마을 주민들의 공포심은 매우 컸다. 대책위는 "지난 30년간 30여 명이 암, 뇌출혈, 백혈병 등으로 사망하거나 투병 중"이라며 "송전탑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한 주민은 "마을에서 가까운 순천의 모 병원에서, 봉두마을에는 왜 그렇게 암 환자가 많냐고 수군댄다고 하더라"며 불안해했다.
주거지와 송전탑의 거리는 매우 가까운 편이다. 대책위는 "집에서 5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송전탑이 들어선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위성초(남·63) 위원장은 "명백한 주거침입이다. 우리 집의 경우, 비가 내리면 밭에 전기가 찌릿찌릿 통해서 밭일도 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최성자(여.70) 씨는 "소와 염소가 이유도 없이 픽픽 쓰러져서 죽어간다"며 "게다가 밤에 웅웅하는 소리에 잠도 못 잔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 주민들은 우물 안에 든 개구리처럼 송전탑에 둘러 싸여 있다"고 주장했다. 박경선(여·64) 씨는 "송전탑과 우리 집 간 거리가 20미터밖에 안 된다"며 "소 10마리 중 4마리가 이유 없이 죽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이니 목숨 걸고 송전탑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는 봉두마을 주민 대표가 처음으로 국회에 출석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박병옥(62) 전 위원장은 "한전 사장님이 345킬로볼트 송전탑 밑에서 집을 짓고 1년만 살다 가시면 앞으로 봉두마을 주민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현재 폐암 진단을 받은 후 요양 중이다.
▲ 전라남도 여수시 율촌면 봉두마을 주민들이 1일 오전 10시께 서울 강남구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 상경집회를 열었다. ⓒ프레시안(남빛나라) |
탈핵교수모임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하라" 이날 같은 시간, 원전에 반대하는 탈핵에너지교수모임도 한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기업과 대도시를 위해 농촌 주민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밀양 송전탑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대부분의 주요 국가와 달리 한국은 산업용 전기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정부가 에너지 효율화와 에너지 절약을 지향하지 않고 핵발전 같은 저렴한 에너지를 대량 공급하는 정책을 추진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화 하여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산업용 전기수요를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핵발전소는 인구 밀집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동해안 지역에 모여 있기 때문에 핵발전소의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탑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핵발전소를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을 높이는 탈핵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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