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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먹는 하마' 스텔스 전투기, 꼭 필요한가?

[정욱식의 '오, 평화'] F-35 도입 계획의 문제점(하)

F-35 사업을 "괴물"이라고 불렀던 크리스토퍼 보그단(Christopher Bogdan)은 미 공군 소장이자 이 사업의 부책임자이다. 그는 9월 17일 미 공군이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F-35의 문제점을 비교적 상세히 고백했다. 미국의 외교전문잡지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보그단 소장은 F-35 사업이 "비로소 터널 끝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면서도, 앞으로도 숱한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도전으로 소프트웨어의 문제를 뽑았다.

그는 '블록-3(Block III)'으로 불리는 F-35의 소프트웨어를 "방 안의 고릴라(the gorilla in the room)", 즉 '너무 골치 아픈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소프트웨어는 조종사에게 필요한 감지(sensor) 능력을 모두 종합해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되어 있는데, 코드만 1천만 개가 넘을 정도로 너무 복잡하고 까다롭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블록-3의 이전 단계인 블록-2조차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며, 블록-3가 제 때 개발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밖에도 F-35의 결함은 여러 차례 발견되었다. 미국 국방부 보고서들을 분석한 미국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제트 엔진 재연소 장치에서 발생하는 굉음이 기체의 흔들림 현상을 유발해 엔진이 최고 출력을 발휘하는데 장애 조성 ▲헬멧장착영상표시기(HMD)의 성능 불확실 ▲중간 수준의 받음각(전투기의 익현(翼弦)과 기류의 방향으로 생기는 각도) 실험에서 예상보다 옆으로 미끄러지는 현상 발견 ▲조종석의 머리받이(head rest)의 과다한 크기로 인한 조종사의 후방 시각 확보의 어려움 등의 문제점들이 지적되어 왔다.

▲ F-35 전투기 ⓒ록히드마틴

F-35는 '돈 먹는 하마'

이렇듯 F-35는 여러 가지 결함을 안고 있는 반면에, 도입가와 운영유지비에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된다. 아직 개발 중인 전투기이기 때문에 정확한 가격은 아직 나와 있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1천 5백억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격을 적용할 경우 60대를 구매하는 가격만 9조 원에 달한다. 이는 무장 비용과 운영유지비를 제외한 것인데, 대개 운영유지비는 구매가의 3~4배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총사업비는 50조 원 안팎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도입 시 과도한 운영유지비가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선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바로가기 : F-35 전투기와 전작권 환수 빅딜 성사되나?) 록히드 마틴과 펜타곤은 F-35의 운영비가 F-16 등 기존 전투기보다 낮거나 비슷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전투기의 시제기를 사용해본 네덜란드는 60%나 더 높게 나오고 있다며 도입 예정 대수를 대폭 축소한 상태이다. 펜타곤도 2443대의 55년간 운영유지비를 1조 1천억 달러(약 1천 2백조 원)로 추산하고 이 비용을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렇듯 막대한 운영유지비는 한국 공군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한정된 예산으로 F-35를 운용하게 되면, 비행 훈련을 축소하거나 다른 기종의 운영유지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허술한 운영유지가 전투기 추락 사고의 중대한 원인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스텔스 전투기가 과연 필요한 지도 의문이다. 우선 군비경쟁의 속성상 스텔스 전투기가 등장하면 '스텔스 전투기 잡는 레이더'도 뒤따르기 마련이다. 실제로 일부 국가들은 이러한 레이더 개발에 착수한 상태이고 한국이 F-35 도입을 결정할 경우 실전배치 시점인 2020년을 전후해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스텔스 전투기 도입의 가능 큰 명분은 필요시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시설을 은밀히 공격한다는 데에 있다. 그런데 이는 중복투자의 성격이 짙다. 군 당국은 북핵 위협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킬 체인' 구축을 서두르고 있는데, 여기에는 사거리 500~800킬로미터(㎞)의 지대지 탄도미사일, 사거리 600㎞인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타우러스급)과 중거리 공대지 유도폭탄(JDAM급), 현무 계열의 순항 미사일 등 다양한 미사일의 획득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무기도입을 '각 군 나눠먹기'식으로 할 것이 아니라, 합동전력으로서의 타당성, 예산상의 한계, 군사안보 환경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서 추진해야 할 사유에 해당된다.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거의 거론되지 않고, 또한 거론하면 '종북·좌파'로 비난받기 일쑤이지만 차기 전투기 사업을 비롯한 대규모의 무기도입 사업이 안고 있는 가장 치명적인 위험은 '군비경쟁과 안보 딜레마'의 격화이다. 미국 정보기관들이 일관되게 분석하고 있듯이,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의 핵심적인 동기는 한미연합군에 대한 군사력의 열세를 상쇄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이 미국과 함께 대북 공격력과 미사일방어체제(MD)와 같은 방어력을 강화할수록 북한 역시 핵과 미사일 전력을 강화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북한이 한미연합군의 공격력과 방어력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2차, 3차 공격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와 지형적 조건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만으로도 매년 5~10개가량의 핵무기 보유고를 늘릴 수 있다. 또한 이동식 발사대를 비롯한 미사일 개발 및 생산 능력도 이미 자체적으로 갖춰놓고 있다. 지하터널이 1만 개 안팎에 달하고 영토의 80%가 산악 지형이라는 점에서 은폐·기만·회피에도 상당히 유리하다. 특히 한미연합군의 선제공격에 대한 대비책으로 '경보 즉시 발사' 태세를 갖추려고 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러한 현실을 종합해볼 때, 북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도입하려는 차기 전투기를 비롯한 고가의 무기들은 오히려 북핵 위협을 증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위협이 커지면, 더 비싼 무기를 사들여야 하고 전시작전권 환수를 또 연기하려고 할 것이며 MD를 비롯한 미국 주도의 군사주의에 더더욱 편입되게 된다.

결국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F-35와 같은 고가의 무기 도입이 아니라 능동적인 협상이다.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는 없어도 현재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북핵이 10개일 때와 50개일 때의 위협과 대응 부담은 천양지차라는 점에서 이러한 협상은 충분히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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