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은 유명한 음식 칼럼니스트 김학민 선생입니다.
그는 <한겨레21>에 '김학민의 음식이야기'를 수년간 연재했으며, 최근에는 같은 주간지에 '김학민의 주류인생'이라는 술 칼럼을 연재했습니다. 음식 칼럼집으로 <맛에 끌리고 사람에 취하다>가 있고, 곧 술 칼럼집 <태초에 술이 있었다>가 나올 예정입니다.
교장선생님은 학교를 열며 이렇게 취지를 설명합니다.
<인간은 요리하는 동물>
최초의 인간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연 상태 그대로 먹었습니다. 그러다가 불의 발견을 계기로,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슬기를 발휘하여 서서히, 또한 독특하게 식생활 체계를 세웠으니, 이것이 음식문화입니다. 이로써 인간은 '요리하는 동물'로 진화되어, 각기 살고 있는 곳의 기후와 풍토에 따라 제각각의 음식문화권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러한 음식문화의 자연스런 분화와 발전이 있었으므로, 인류의 보편적 정서와 규범을 흐트러트리지 않는 한, 한 인간이 무엇을 어떻게 먹든 그것은 그의 자유입니다. 또 특정한 먹을거리를 특별하게 먹게 된 것도 그 공동체 고유의 살아온 환경과 문화, 역사의 소산이므로 자기만의 잣대를 들이밀어 왈가왈부할 일도 아닙니다.
흔히 "모두가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라고 말합니다. 인간의 원초적 과제들을 의·식·주로 나누어 그럴 듯하게 서열화하였지만, 그건 어느 정도 문명화된 시기의 이야기이고, 사실은 식(食)의 문제, 곧 먹을거리 문제가 인간 실존의 근원입니다.
먹을거리 문제는 질서와 규범 속에서 평화롭게 조절돼 가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매일 매일의 사회면 기사의 행간을 뜯어보면 그 이면에는 모두 먹는 문제가 개재되어 있고, 국가 사이의 전쟁, 민족 사이의 분쟁도 땅과 자원의 문제가 대부분을 차지하니, 그 끝을 파보면 결국 먹는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아는 만큼 맛있다>
우리 사회는 이제 먹을거리 문제의 극단에서는 벗어나 있습니다. 그러나 먹을거리의 질과 독점을 둘러싸고는 계속 갈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 거대 식품산업이나 외식사업 등에서 양산되는 각종 인스턴트 식품들이 우리 식탁에 도전해 오고 있고, 세계 각국의 먹을거리들도 그 나라의 문화요소들과 함께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먹을거리의 홍수 속에서 <음식문화학교>는 우리 전통 먹을거리를 낳게 한 사회문화적 배경, 그리고 특정 먹을거리와 그를 갈무리하는 맛깔스런 음식점, 그리고 그 주인, 공동체에 얽힌 이야기를 탐구하고자 합니다.
곧 '먹을거리 이야기'를 넘어 '이야기가 있는 먹을거리'를 찾는 여정이 음식문화학교가 가고자 하는 방향입니다. 문화유산 답사의 개척자 유홍준 교수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습니다. 유 교수의 어법을 빌려 말한다면, 음식도 아는 만큼 맛있습니다.
<음식문화학교는...>
음식문화학교는 요리법을 가르치는 곳이 아닙니다. 음식문화학교는 문화 속의 음식, 음식 속의 문화를 탐구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음식문화학교는 음식문화의 현장을 찾아가는, 음식기행의 형식으로 진행합니다.
앞으로 김치, 젓갈, 된장, 두부, 등심, 갈비, 불고기, 육회, 토종닭, 홍어, 비빔밥, 산나물, 막걸리 등 숱한 우리 전통 먹을거리의 명품, 명소를 찾는 기행이 쭉 이어집니다. 전문가 또는 교장의 음식문화 강의 후 맛있는 음식을 즐기게 되며 재래시장 장보기, 산나물 뜯기, 쭈꾸미 잡기, 콩 털기 등의 체험행사도 함께 하며 유명 음식축제 여행으로 변화를 꾀하기도 하겠습니다. '식후경'의 '금강산'도 챙겨서 음식 즐기기와 함께 그곳의 유적지, 명승지 답사와 문화행사 관람도 곁들이겠습니다.
음식문화학교는 월 1회, 매월 셋째 토요일에 여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사정(명절, 연휴, 장날, 음식축제 등)에 따라 날짜를 옮길 수도 있습니다. 수도권은 웬만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당분간은 당일 코스로 한정하겠습니다.
음식문화학교는 오는 7월 17일(토) 개교합니다.
수원에 있는 멋있고 맛있는 식당 <골목집>을 찾아갑니다. 교장선생님이 아주 좋아하는 집입니다.
제1강의 요점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음식 즐기기-수원 <골목집>의 묵은지찜...김재옥 아주머니의 음식 솜씨
교장선생님 즉석 특강-수원갈비는 왜 유명해졌나
화성박물관 음식사 전공 학예사의 <혜경궁홍씨 환갑잔치 이야기>
우리 이웃의 숨겨진 보석...세계문화유산 <화성> 답사
우선 7월 17일(토) 오전 9시까지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3번 출구 80m 거리의 던킨 도너츠 가게 앞에서 모여 경기광역 직행버스를 타고 수원으로 향합니다(교통비는 각자 부담).
[수원 화성(華城)] 화성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와 장안구에 걸쳐 있는 길이 5.4km의 성곽이다. 원래 수원은 지금보다 남쪽으로 약 8km 떨어진 화산 아래가 그 중심이었다. 조선 정조 13년(1789)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莊祖, 장헌세자)의 능침(陵寢, 산소)을 양주 배봉산에서 현 위치인 수원의 화산으로 옮기면서 그 아래에 있던 관공서와 민가들을 팔달산 아래로 집단 이전시킴으로써 현재의 수원이 일종의 신도시로 형성되었다. 정조는 아버지에 대한 효심과 왕권 강화의 일환으로 정조 18년(1794)에 축성공사를 시작, 2년 뒤인 1796년에 완공했다. 우리나라 성곽 중에서 구조 배치가 가장 과학적이면서도 우아하고 장엄한 면모까지 갖추고 있으며, 성곽 건축사상 가장 독보적인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1963년 사적 3호로 지정되었으며,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10시에 수원의 화성 행궁에 도착, 화성박물관 음식사 전공 김태완 학예사로부터 혜경궁홍씨 환갑잔치 이야기와 이때 올려진 잔치 음식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어 아름답고 웅장한 화성 답사에 나섭니다.
[화성 행궁] 한국의 행궁(왕이 궁궐을 벗어나 머무는 곳)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아름다웠던 곳으로, 수원 화성(華城:사적 3)의 부속물이다. 1796년(조선 정조 20)에 화성을 축성한 후 팔달산(八達山) 동쪽 기슭에 576칸 규모로 건립하였다. 효성이 지극한 정조가 부왕 장조(사도세자)의 능침인 화산릉(華山陵)을 참배하고 돌아가는 길에 이 행궁에서 쉬어갔다. 정조는 즉위 13년 10월에 이루어진 현륭원 천봉부터 24년 1월까지 12년간 13차례에 걸친 원행(園行)을 정기적으로 행하였다.
[혜경궁홍씨 환갑잔치] 정조는 1795년에 뜻깊은 행사를 추진한다. 그 해는 정조가 왕위에 오른 지 20년을 맞는 해이고 화성 신도시 건설이 준공을 앞둔 시점이었다. 또한 아버지 사도세자와 어머니 혜경궁홍씨가 회갑을 맞는 해였다. 정조는 어머니인 홍씨의 환갑 잔치를 화성에서 치르기로 한다.
11시에 팔달산 서장대에 올라 교장선생님이 왜 수원갈비가 유명해졌나를 '역사적 상상력'으로 풀이하는 특강을 합니다. 다시 화성 답사가 이어집니다.
오후 1시, 최종 목적지인 <골목집>에 도달했을 때는 제법 배가 고픕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요? 그것은 투박하지만 인정 많은 김재옥 아주머니의 음식 솜씨를 모르는 말씀입니다. 새콤한 묵은지찜에 맛깔스러운 경기도식 밑반찬, 사이다처럼 시원한 막걸리!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지 않겠습니까?
식사 중에 아주머니로부터 살짝 맛있는 묵은지찜 만드는 비법을 들을 수 있다면, 그건 덤입니다. 구수한 묵은지찜 이야기를 곁들인 음식 즐기기를 마치면 수업은 대략 3시경에 끝납니다.
음식문화학교 7월 참가비는 3만원입니다. 참가신청과 문의는 사이트 www.huschool.com 전화 050-5609-5609 이메일master@huschool.com 으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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