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개막 하루 전인 7월 26일 인도의 작은 도시 보팔. 한 소년이 보행기에 의지해 '특별한 올림픽'에 참가했다. 순박한 웃음을 짓는 소년 뒤로 다우(Dow), 독극물(Poisons)이란 글씨가 보인다. 소년과 독극물과 올림픽….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984년 미국의 화학기업 유니온 카바이드는 인도 보팔에서 대규모 화학공장 폭발 사고를 일으켰다. 다량의 유독 가스가 누출돼 2만여 명이 사망하고 20만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이후 이 기업은 미국의 화학업체인 다우 케미컬에 인수됐다. 그러나 다우 케미컬은 피해 보상에 미온적이었고, 공식적인 사과를 미뤄 피해자들을 분노케 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비윤리적인 기업으로 낙인 찍힌 다우 케미컬이 2020년까지 올림픽 공식 스폰서로 지정됐다는 점이었다. 올림픽이 시작되던 7월 27일 오후 런던에서 있었던 다우 케미컬 올림픽 스폰서 반대 시위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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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팔 유독가스 누출 사고로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난 한 소년이 보행기에 의지한 채 걷고 있다. 끔찍한 환경 참사가 만든 비극적인 풍경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다우 케미컬은 피해자 보상 문제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인도 보팔에서 열린 '특별한 올림픽'. ⓒAP=연합뉴스 |
경기장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보이는 올림픽의 또 다른 풍경들이 있다. 금메달을 따고 환호하는 우사인 볼트가 아니라 푸마 운동화를 목에 걸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해야만 하는 그의 사연을 담을 수도 있고, 미국의 '수영 황제' 펠프스의 팀이 금메달을 따던 순간을 환희와 감동보다는 한가로운 런던의 오후로 기록한 사진을 발견할 수도 있다. 템스 강에 정박한 대테러 헬리콥터 모함의 위용에서 어쩌면 긴장감보다 고독함을 찾아낼지도 모를 일이다.
경기 장면과 메달 색깔에만 열을 올리기 쉬운 올림픽에서 코트를 벗어난 이색적인 풍경들을 둘러봤다. 해외에서 전송돼 온 외신 사진들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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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템스강에 영국 해군의 2만 1500톤급(400명 승선) 헬리콥터 모함 오션호가 정박해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전세계적으로 급증한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런던은 삼엄한 경계 상태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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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화학기업 다우 케미컬을 규탄하는 시위가 개막식이 열리는 올림픽 주경기장 밖에서 열리고 있다. 다우케미컬은 인도에서 대규모 유독가스 누출 사고를 낸 기업으로, 보상과 피해 수습에 미온적인 채 올림픽 공식 스폰서로 활동해 논란이 일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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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런던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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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올림픽에는 무엇인가를 알리려는 사람들이 몰린다. 광산기업인 리오 틴토에 반대하는 한 시위자가 모형 관을 들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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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경찰이 나체시위를 벌이던 여성운동가를 체포하고 있다. 이 여성들은 이슬람 정권의 여성 탄압과 비민주성을 규탄하기 위해 런던 시청 앞에서 돌발 시위를 벌였다. ⓒ로이터=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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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유도선수 타기르 칼리불라에프의 금메달 획득을 축하하는 푸틴 대통령. 푸틴 방문 당시 런던에서는 반 푸틴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영국은 러시아인이 망명을 많이 가는 나라 중 하나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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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밋 롬니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부인과 함께 올림픽 수영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올림픽은 정치인들이 언론플레이 하기에 좋은 곳이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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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밋 롬니의 영국 방문에 맞춰 반대 시위를 벌이는 시위자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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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드리드의 아이린 곤잘레스(13)가 웨스트필드 쇼핑몰 올림픽 공원에서 티켓이 필요하다고 쓴 종이를 들고 있다. 런던올림픽은 대회 초기 초청 티켓 남발과 티켓 판매 관리 소홀로 관중석 빈자리 사태를 야기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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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으로는 최초로 올림픽에 참가한 육상선수 사라 아타르가 머리를 가린 채 800미터 경기에 출전했다. 아랍의 여성 선수들은 히잡을 쓴 채 경기에 임해야 한다는 자국의 요구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아타르는 히잡 대신 흰색 후드티의 모자를 쓰고 경기를 치렀다. 그는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로이터=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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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심으로 승리를 놓친 펜싱의 신아람 선수가 눈물을 흘리며 앉아 있다. 이번 오심 파문에서 한국 측은 끝까지 강력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아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주최 측도 명백한 오심을 번복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체육회 고위 인사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해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로이터=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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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아이들이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펜싱을 체험하고 있다. 런던 엑셀 센터.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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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상 100미터와 200미터에서 금메달을 딴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가 푸마 운동화를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푸마는 볼트의 스폰서 기업이다. 유명 운동선수들이 스포츠 브랜드와 후원 관계를 맺는 일은 오늘날 매우 일반적이다. 런던 대영박물관. ⓒ로이터=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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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에 우사인 볼트의 하체와 스파이크가 그려져 있다. 후원 업체인 푸마가 마련한 것이다. 대영박물관.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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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과 남아공의 여자축구경기에서 한 관중이 기이한 분장을 하고 일본팀을 응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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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커플이 올림픽 공원에서 개막식의 불꽃놀이를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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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투아니아와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런던의 철도 선술집에 모여 텔레비전으로 올림픽 개막식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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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0미터 수영 계주에서 미국이 우승한 순간 런던의 한 레스토랑. 사진가는 환희의 순간을 평범한 런던의 오후처럼 표현해 색다른 분위기를 의도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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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치발리볼 경기장 위로 성곽이 고색창연하게 서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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