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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년 여성의 '눈물의 삭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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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년 여성의 '눈물의 삭발식'

[포토] 한일병원 해고자 복직투쟁 60일째, 고정화씨 삭발하던 날

한일병원 식당에서 일하다 해고된 고정화(52)씨가 복직투쟁 60일째인 2월 29일 병원 앞에서 해고에 항의하며 머리를 삭발했다.

고씨는 1993년부터 한일병원 식당에서 일했다. 처음에는 병원 소속으로 자녀 학자금까지 받을 수 있는 나쁘지 않은 직장이었다. 그러나 1999년 병원이 식당 직원들을 외주업체에 넘겨 간접고용으로 바꾸면서 근무 환경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학자금 혜택이 사라진 것은 물론, 노동강도가 세졌고, 재계약 때마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박봉만으로 일해야 했다. 고씨를 비롯한 직원들은 한화, 신세계를 거쳐 아워홈으로 소속이 바뀌었다.

문제는 위탁 운영업체가 아워홈으로 바뀌면서 근무 여건이 급속히 열악해진 점이었다. 초과근무가 잦아졌지만 수당을 받기 어려웠고,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에서 머물렀다. 결국 식당 직원들은 지난해 7월 노동조합을 만들어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노련한 회사를 상대로 힘겹게 싸웠지만 밀린 잔업수당을 받아내기도 하며 한때 분위기는 고무됐다. 그러나 2011년 12월 외주업체가 새로 선정되면서 조합원들은 돌연 해고됐다. 새로 선정된 CJ프레시웨이(실제 운영은 재용업업체인 M&M 푸드)는 노조에 가입한 직원을 포함해 19명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았다.

새해 벽두부터 실업자가 된 이들은 병원 앞에서 60일 넘게 복직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한일병원 측은 이와 관련해 고용 승계는 위탁 운영업체의 권한이이서 병원의 법적 책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신규 업체인 CJ프레시웨이는 모든 직원의 고용을 승계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에서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고, 실제 운영업체인 M&M 푸드는 CJ프레시웨이의 입장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 앞에는 경찰병력이 상주하고 있다. 이날 삭발식 이후 해고자들은 병원 측에 복직, 호봉제 도입, 노동조합 인정 등의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전달했다.

▲ 고정화씨가 어렵게 삭발에 나섰다. 동료들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14년 전 남편을 먼저 보내고 두 아이를 키우며 살아온 고씨에게 병원은 그야말로 밥줄이었다.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려면 아직 3년이나 남았다. ⓒ프레시안(최형락)

▲ 못 배운 설움, 가난의 설움이 한꺼번에 밀어닥쳤다. 그렇게 잘못 살아오지 않았는데 이렇게 쉽게 해고돼도 되는 사람이라는 것이 서럽기만 하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 해고자들의 상당수는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삭발한 고정화씨를 바라보는 표정들이 무겁다. ⓒ프레시안(최형락)

▲ 한일병원이 특별한 경우는 아니다. 간접고용은 일반적이다. 열악해진 근무여건에 항의하다 해고되는 사례도 흔하다. 당연히 노동조합은 금기다. 평범한 사람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흔하게 해고되는 세상이다. 이 울음이 쉽게 멈추지 않았던 이유도 이 울음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병원 식당 근로자들의 저임금 문제는 환자 식사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2010년 대구 동산병원은 이런 문제로 직원들을 간접고용에서 직접고용으로 바꾸기도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서울 도봉구 쌍문동 한일병원. 한 해고자가 말했다. "사람을 살려야 하는 병원에서 사람을 죽이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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