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의 어깨가 으쓱했다. 사진이 갤러리에 걸리고 그 작품을 보러 사람들이 찾아오는 일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내 사진이 전시됐다는 것이 놀랍고 신나요. 사람들 불러서 막 자랑하고 싶어요" 수미는 이날 소년원을 나가면 사진작가가 되겠다고 공언까지 했다.
그럴 만했다. 전시장을 빼곡 채운 70여 점의 사진들은 제한된 공간에서 발휘된 아이들의 상상력이 얼마나 놀라운지를 확인시켜주었다. 사진은 아이들이 그동안 소년원 안에서 찍은 사진과 2박 3일간의 제주도 촬영여행에서 찍은 것들이었지만 모두 과감하고 이채로운 사진들로 채워져 있었다.
안양소년원생들의 사진전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소통' 4번째 전시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캐논플렉스에서 3일 시작됐다. 소년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사진과 영화를 가르치며 세상과 소통하도록 돕는 청소년예술지원센터 '꿈꾸는 카메라'의 기획으로 마련된 전시다.
3일 오프닝에는 이날 이미 '사진작가'가 된 아이들은 물론, 법무부, 소년원 관계자와 많은 사진계 인사들이 참석해 어린 작가들의 데뷔를 축하했다. 전시는 9일까지 열린다. 현장에서는 아이들이 사진을 찍으면서 쓴 사진일기를 볼 수 있고, 전시도록을 구입할 수 있다. 도록 판매 수익금은 아이들을 위해 쓰여진다. 관람료 무료.
보고 싶은 그대에게
김용택
꽃을 보고 싶었지요. 바람을 잡고 싶었답니다. 흘러가는 강물소리를 들었지요. 저 하늘 어는 별에선가 어머니가 걸어가는 발소리를 들었답니다. 이른 새벽 아버지가 나를 흔들어 깨우는 소리를 들었답니다. 어느 날 문득 늘 보던 여자 아이의 웃음소리를 들었지요. 보고 싶어요. 어머니,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아버지의 큰 손을 보고 싶어요. 환하게 웃는 내 이웃의 여자 아이를 보고 싶어요. 보고 싶고, 그립고, 마당의 땅을 딛고 싶어서 그리운 골목을 홀로 걷어 친구 집 문을 두드리고 싶어서 나는 이렇게 꽃을 들여다보고 나뭇가지를 올려다보고 날아가는 새를 부르고 머릿결을 날리는 바람을 이렇게 잡았답니다. 아름답지요. 내 마음입니다. 슬프지요. 내 마음입니다. 손을 뻗어 만지고 싶지요. 비단결 같은 내 마음입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미소를 보내세요. 행복한 마음을 그려주세요. 그대 마음에 내 마음을 새겨 두세요. 밤하늘에 둥근 달과 빛나는 별을 딛고 건너뛰며 나에게로 달려오는 그대의 눈부신 사랑을 나는 이렇게 보고 싶었답니다.
※ 이 시는 김용택 시인이 전시를 축하하기 위해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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