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이와 수미는 사진반 친구들 중 가장 어리다.
중등반이다.
대부분 한 학기 배우고 나면 새로운 친구들이 들어오는데 이번 학기에는 네 명이나 봄 학기에 배우고 다시 가을학기에 들어왔다.
혜민이는 엉뚱하고 수미는 발칙하다.
바라보는 시각이 독특하다.
그 독특한 지점이 발랄하며 유쾌함을 동반한다.
시각이 다르다는 것은 사고가 다르다는 말이다.
삐딱한 시각.
남들은 돌멩이를 보는데 돌멩이 안에서 사람의 표정을 읽는다거나,
누구는 나무열매를 보고 있는데 나무열매를 따서 자기 신체 여기저기 놓아 본다든가,
누구는 나무를 보는데 나무 안에서 또 다른 형태의 나무를 발견한다든가,
누구는 천정위의 형광등을 보고 있는데 어떤 친구는 형광등에서 터널속의 빛을 본다든가...
이런 모든 시각은 삐딱하게 한 번 더 전두엽을 비틀었을 때 나올 수 있는 사고이자 시각이다.
▲ 손금 위에 핀 빨간 열매 ⓒ신혜민 |
혜민와 수미는 단짝 친구다.
늘 같이 다닌다.
늘 같이 웃고, 같이 심각하다.
그런 그들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나의 중학교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 그들을 보면 내가 보인다.
제주도 여행 다녀오고 난 뒤, 진지하게 사진공부를 정말 하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다.
둘이서 공부를 어떻게 할 건지 구체적인 계획도 쓰고 선생님들이 도와달란 부탁의 편지였다.
무얼 해줄 수 있을까?
우리들은 과연 이 친구들에게 무얼 도와줄 수 있을까?
순간 뜨끔했고, 두려웠다.
난 내 인생도 책임지지 못하면서 과연 내가 누구의 인생을 책임 질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감도 많이 들었다.
책임감만으로는 이 친구들의 인생을 내가 어떻게 해 줄 수는 없다.
책임감 보다 더 중요한 건 어쩌면 '무모한 용기'일지 모른다.
내 스스로에게 묻는다.
과연 내가 이들에게 책임감으로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언가?
책임감이 무거우면 어느 순간, 책임감에 짓눌려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난 지금, 책임감보다 용기가 더 필요한 지점에 와 있지 않는가?
스스로 자문해본다.
▲ 내 손 안의 우주 ⓒ박수미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