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는 참 독특한 친구다.
그래서 기억이 선명하다.
사진을 찍기 싫어했다.
수업시간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 가을이에게 난 한마디 싫은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친구들 사진 찍을 때 혼자 저만치 있는 가을이 옆에 가서
조용히 같이 있었다.
가을이가 걸으면 나도 따라 걸었다.
가을이가 앉으면 나도 따라 앉았다.
가을이가 웃으면 나도 따라 웃었다.
그렇게 침묵, 또 침묵...
일주일, 이주일, 삼주일, ,,,
한 달이 지나서야 한마디.
"샘! 저도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없는 건 없어. 용기가 없을 뿐이지. 한 번 해 볼래? 내가 도와줄게."
"근데 샘! 저는 운동선수였어요. 전 공부도 잘했었어요."
갑자기 옹알이 하던 아기가 말문이 터진 것처럼 자기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쏟아내기 시작했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해왔다.
그런 가을이를 아무 말 하지 않고 안아주었다.
가을이가 울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조용히 등을 쓸어주었다.
그리고 다음 주 사진수업.
누구보다도 열심히 찍기 시작했다.
ⓒ김가을 |
가을이가 바라본 오후2시의 꽃,
아마 꽃의 변화를 자신의 마음에 투영한 듯하다.
사진은 소통이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이다.
이 친구들에게 내가 무엇을 가르치겠는가?
난 단지 친구들 마음결을 빗어주는 마음의 머리빗 역할을 할 뿐이다.
사진은 마음의 결 따라 결과물이 나온다.
그래서 마음은 숨어있는 또 하나의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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