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직업병 피해자 가족들이 5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근로복지공단을 항의방문하고 신영철 이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지난달 23일 법원의 '삼성백혈병' 산재 인정 판결에 불복한 근로복지공단이 항소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근로복지공단이 기업에 면죄부를 주기 위해서 일하는 곳이냐"며 "근로복지공단이 이렇게 필사적으로 반도체 근로자들의 산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배경에는 삼성과의 결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요구한 신영철 이사장과의 면담은 4시 30분 현재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공단 측은 엘리베이터를 중지시키고 피해자 가족의 출입을 저지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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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직업병 피해자 가족들이 5일 오전 근로복지공단을 항의방문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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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장 면담을 요구하는 황상익씨와 공단 관계자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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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 가족들과 공단 직원 간 일시적인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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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행 중지된 엘리베이터 ⓒ프레시안(최형락) |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2005년 31살의 나이로 사망한 황민웅씨의 부인 정애정씨는 답답한 심경을 털어놓다 끝내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말에는 '삼성 산재'와 얽힌 많은 사연이 함축돼 있었다.
"우리가 산재 보상받아 잘 먹고 잘 살려고 이러는 줄 아십니까? 치료비가 없어서 치료받지 못하는 딸을 가진 엄마의 마음 뿐입니다. 늙은 아비보다 먼저 간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함입니다. 사랑하는 남편이 남겨놓고 간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함입니다. 젊어서 고생하다 걸린 병을 인정받기 위해서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왜이렇게 우리를 모질게 만듭니까? 이 세상은......"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희귀병에 걸린 근로자는 130여명에 이르고 이 중 47명은 이미 사망했다. 이번 판결은 피해자와 가족들이 4년 동안의 법정 공방으로 얻어낸 첫 승소다. 법원의 '산재 인정' 판결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항소시한은 14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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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민웅씨의 부인 정애정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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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만의 첫 승소에 근로복지공단은 항소할 입장을 밝혔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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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복지공단 로비에 있는 실적 홍보 베너. 근로복지공단의 핵심가치는 '고객을 위한 헌신, 최고를 향한 열정, 사회에 대한 책임'이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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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소는 피해자를 두번 죽이는 일"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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