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녜'는 해녀를 가리키는 말로 잠녀(潛女)가 변형된 제주방언이다. 그러나 우리가 언뜻 생각하는 '해녀'와는 거리가 있다. 줄 하나에 의지해 아무런 장비 없이 맨몸으로 물에 들어가는 제주도 여자들의 숱한 사연이 고스란히 녹아든 말이기 때문이다.
배를 타고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남자들... 오빠와 남동생 그리고 남편의 기일이 같은 사연... 물질을 다녀와 돌밭을 갈고 돌밭을 갈다 다시 물질을 나가야 했던 일상... '여자'가 아니라 '어머니'였기 때문에 기껍게 받아들였을 그 기구한 운명들...
다큐멘터리 사진가 김흥구가 2002년부터 찍으려 했던 것들은 바로 이 '좀녜'다. 그는 이들의 개인사를 파고 들어간다. 그 10년 동안 이미 몇 몇 해녀들은 세상을 떠났다. 섬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일제강점기, 4.3사건 그리고 한국전쟁과 같은 격동의 시대를 겪은 고령의 '좀녜'들에게서 그는 단지 주름만이 아닌 그 사이에 보이는 일생의 끝자락을 찍어내려 했다.
현재 제주도에서 물질하고 있는 해녀들은 약 2000여명. 대부분은 60대 이상이다. 40대나 50대의 비교적 젊은 해녀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20~30년 후면 박물관에나 해녀를 볼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 사진 작업이 의미 있는 건 이 때문이다. 그는 나아가 해외로 원정나간 해녀들의 흔적까지 기록했다.
이 사진작업은 2003 제1회 지오-올림푸스 사진상(GEO-OLYMPUS PHOTOGRAPHY AWARDS)의 대상작으로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꾸준한 촬영을 거쳐 이번에 <좀녜- 사라져가는 해녀, 그 10년의 기록>전으로 처음 공개되며 곧 책으로도 출간된다.
'섬이라는 공간에서 바다와 운명을 함께할 수밖에 없었던 좀녜들의 숙명 같은 긴 여행'을 그는 어떻게 그려내고 있을까? 전시는 7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류가헌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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