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노위 소속 의원 4명이 9일 경기도 이천의 구제역 매몰지를 현장조사했다. 방문한 3곳 중 2곳은 사전에 조사가 예정되지 않은 곳이었고, 나머지 1곳은 예정된 곳이었다. 두 풍경은 전혀 달랐다.
불쑥 찾아간 이천시 죽당리 매몰지 2곳은 그야말로 방치돼 있었다. 구제역 매몰지 바로 옆에서 백골이 그대로 드러난 돼지의 사체가 나뒹굴었고 매몰지임을 알리는 표지판은 쓰려져 있었다. 침출수가 주변 개천으로 흘러들어 개천물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 두 곳 모두 악취가 진동했다.
반면, 미리 예정됐던 이천시 모전리의 경우는 조병돈 이천시장이 직접 나와 환노위 의원들을 맞았다. 방역복을 입은 시 관계자들이 현황판을 준비하고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할 주민도 섭외돼 있었다. 이 자리에서 조 시장은 "산 돼지를 묻더라도 비닐이 찢어진 곳이 한 곳도 없다"고 단언했다.
물론, 죽당리에서도 이와 같은 '화려한 브리핑'은 있었다. 의원들을 안내한 김정택 경기도 상하수도과장은 "(도내) 침출수로 인해 지하수와 상수도가 오염된 곳은 한 곳도 없다"고 말해 의원들로부터 "자꾸 국민을 설득시키려고 하지 말라"는 질타를 샀다.
당초 현장조사는 여야 의원 8명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날 오전 국회 앞 버스에 승차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예정된 매몰지로 가지 않으려는 분위기를 눈치채고 버스에서 내렸다. 야당 의원들은 잘 정돈된 현장에 가서 정리된 브리핑을 듣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변경이유를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갔고 결국 이날 오후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민주당은 구제역 현장조사 파행 책임을 사과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장에는 결국 김성순, 정동영, 홍영표, 홍희덕 의원만 참석했다.
구제역 매몰지 현장과 화려한 브리핑은 상반된 것이었다. 그리고 정돈된 현장에 갈 수 없다는 야당의 입장과 그런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또 다른 입장차 역시 컸다. 이날의 현장 풍경을 사진으로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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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죽당리 돼지 매몰지. 150여마리가 매몰됐다. 이곳은 많은 매몰지 중에서도 특히 악취가 심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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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몰지 옆으로 백골이 드러난 돼지 사체가 보인다. 현장을 찾은 수의사는 구제역 매몰지에서 튀어나온 돼지는 아닌 것으로 판단했지만 환경단체는 구제역 매몰지 바로 옆에 이런 사체를 방치한 것이 제대로 된 방역은 아니라며 지적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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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노위 의원들이 악취가 진동하는 매몰지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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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택 경기도 상하수도 과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김 과장은 "(경기도내) 침출수로 인해 지하수가 오염된 곳이 한 곳도 없다"고 단정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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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변들이 깨끗이 치워지지 않은 비위생적인 돼지 축사가 방치돼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분변에 1년동안 남아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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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들의 발자국이 축사 여기저기에서 보였다. 동물들에 의해 바이러스가 전염될 수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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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천시 죽당리. 또 다른 매몰지 주변의 침출수가 흘러들어간 개울. 이 개울물은 또 다른 하천을 통해 팔당호로 흘러들어간다고 이항진 여주환경연합 위원장은 밝혔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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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출수가 스며든 개울 물을 찍어 냄새를 맡아보는 홍영표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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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모전리 매몰지. 이곳에 9016마리의 돼지가 매몰됐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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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 현장조사가 예정된 모전리 매몰지 현장에 나온 조병돈 이천시장. 조시장은 이날 침출수가 새어나온다는 지적에 대해 "이천에서는 산 돼지를 묻어도 비닐이 찢어진 곳이 한 곳도 없다"고 단언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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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천시장의 브리핑을 지켜보는 모전영농조합 농민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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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몰 현장 둘러보는 김성순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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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내 구제역 매몰지는 모두 2260곳이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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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 현장조사가 예정된 모전리영농조합. 관계자들이 방역복을 입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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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브리핑이 끝나고 빠져나가는 차량을 보는 농민의 얼굴이 어두워보인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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