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시인이 이라크를 비롯해 아시아,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에서 찍은 사진들로 사진전 <나 거기에 그들처럼>展을 연다. 이달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노동과 평화운동에 헌신해 온 시인이 인간다운 삶의 모습을 찾기 위해 10년 동안 지구 곳곳을 유랑한 생생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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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을녁에 종려나무를 심는 사람. Old Dongola, Nubian, Sudan, 2008. ⓒ박노해 |
시인의 유랑은 오랜 식민지배와 수탈의 상처을 안고 다시 세계화의 덫에 걸려 신음하는 나라와 사람들을 보면서 시작됐다. 가장 아픈 역사를 갖고 살면서도 물질적 결핍을 인정하고 정직한 땀방울로 자립하는 사람들에게서 시인은 역설적이게도 '희망'을 보았다. '혁명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본성대로 돌려놓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한 번도 연민의 눈으로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는 시인의 말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들린다.
그의 사진은 극적이지 않다. 만난 사람들을 비참하게도, 아름답게도 보여주지 않고 묵묵히 옆에서 지켜보듯 기록한다. 그런 작가의 의도는 카메라에서도 엿보인다. 그는 기계식 카메라인 라이카 M6와 흑백 필름을 주로 사용한다. 렌즈도 35밀리만을 고집한다. 멀리 있는 것을 가깝게 당기지 못하고 가까운 것을 멀리 밀어내지 않는 초점거리다. 빠르고 현란한 디지털 시대에 느리고 묵직한 아날로그 방식의 흑백 사진을 들고 나온 작가가 주목 받는 또 하나의 이유다.
전시와 같은 이름의 사진집도 펴냈다. 13만여장의 사진 중 160여장을 선별해 엮은 책에는 사진 한장 한장에 대한 기록과 함께 작가의 시어들이 녹아 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 만큼 보인다"고 박노해 시인은 강조했다. 그가 얼마나 따뜻한 시선으로 '지구 이웃'들의 옆을 지키고 있었는지 전시회장에서 직접 확인해 보는 건 어떨까? 3000원의 전시 입장료는 가난과 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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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장될 위기에 처한 8천 년 된 하산케이프. Hasankeyf, Kurdistan, Turkey, 2006. ⓒ박노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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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티오피아의 아침을 여는 '분나 세레모니'. Simien Mountains, Ethiopia, 2008. ⓒ박노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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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격더미에서 살아나온 사나 샬흡(13세). Qana, Lebanon, 2006. ⓒ박노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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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원에서 빈민가로 내몰린 가족. Ulaanbaatar, Mongolia, 2005.ⓒ박노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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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라시아스 알 라 비다. Maras, Cusco, Peru, 2010. ⓒ박노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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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망의 바닥을 친다. Banda Aceh, Indonesia, 2005. ⓒ박노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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