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5.31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 6월 3일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핵심 회원들을 만나 "정권 재창출은 내 문제가 아니라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의 문제"라며 "나는 향후 부산, 경남에서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우리당 선장 역할에 올인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노 대통령은 5.31 지방선거 직전에는 자신의 측근이자 '민주당 등 범여권 통합파'인 염동연 당시 우리당 사무총장에게 "나는 민주당과 통합에 절대 동의할 수도 없고, 동의하고 싶지도 않다"고 밝혔다고 31일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경향> "노, 영남 지역주의 타파 위한 세력 구축에 올인"
이 신문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지난 6월 3일 노사모 회원 20여 명을 청와대로 불러 "앞으로 내 진로를 가겠다. 이제는 언론도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는 것.
또한 이 신문은 노 대통령이 이 모임에서 범 여권의 핵심 친노세력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한 뒤 "향후 우리당이 영남에서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세력 구축에 올인해야 한다며 (그들에게) 각자 임무를 줬다"면서 "이제 그 계획대로 나는 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노사모 회원들에게 5.31 지방선거 직전 염동연 당시 우리당 사무총장을 만난 사실을 공개하며 "염 총장에게 '꼭 민주당과 통합을 해야 하겠습니까. 국회의원 배지가 그렇게 좋습니까. 나는 민주당과 통합에 동의할 수도 없고 동의하고 싶지도 않으니까 그냥 나랑 같이 죽읍시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는 것.
청와대 "정권재창출 관심 없다는 말은 안했다. 지역이야기는 했다"
이 신문의 보도에 대해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31일 "신문에는 이강철 특보가 운영하는 섬 횟집에서 회동이 있었다고 되어 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고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을 했던 것"이라며 "'정권 재창출에 관심이 없다', '(민주당과 통합은) 죽어도 안 된다'는 발언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윤 대변인은 "지역분할 구도를 강화하는 움직임에는 반대한다는 평소 지론을 말씀하신 것으로 안다"고 밝혀 대체로 비슷한 이야기가 오갔음을 시인했다.
대통령 따라 활발히 움직이는 측근들, 노사모 꿈틀
노 대통령은 이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난 8월 27일에도 일부 노사모 회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비공개 오찬을 가진 바 있다.
노사모 공식 라인이 아닌 노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인 백원우 의원실 관계자의 주선으로 소집된 이 모임에서 노 대통령은 일부 언론을 격렬히 비판하며 노사모의 재결집을 주문했다는 것.
노 대통령의 이같은 '오더'에 따라 측근 인사들도 노사모를 열심히 챙기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경남 함안에서 열린 경남노사모 가을 운동회에는 이광재, 백원우 의원과 김두관 전 최고위원, 하귀남 청와대 행정관 등이 참석해 격려하기도 했다.
300여 명의 노사모 회원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 이광재 의원은 "내년 대선에서 (우리가) 한번 더 이기면 한나라당은 없어질 것"이라고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어 백원우 의원은 "2000년 4월 13일 '바보 노무현'이 부산에서 낙선하고, 눈물이 비 오듯 하는 속에서 노사모가 만들어졌다"면서 "그 뒤 노무현은 옳은 길을 걸었고 대한민국은 바른 길을 가고 있다. 도와 달라.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청와대 정무특보 물망에 올랐던 안희정 씨와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은 최근 천안지역 노사모 간담회 등에 참석해 "정계개편을 앞두고 시대적 소명이 남아 있으니 우리의 역할을 다하자"고 격려한 바 있다. 안 씨는 국회 앞에 개인사무실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오는 12월 19일 대통령 당선 4주년 기념일을 총집결의 날로 삼아 조직재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뜻대로 될까?
노 대통령이 몇 달 전부터 당과 거리를 두고 독자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 사이에도 상황은 많이 바뀐 만큼. 노사모 재건 등이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일단 국회 내의 친노직계들마저도 의정연과 참정연 등으로 갈려 있고 이들은 '노무현'이라는 공통분모만 있을 뿐, 개혁성 등에서는 편차가 크고 그들 사이의 골도 얕지 않다. 다른 의원들도 노사모 게시판이나 친노 인터넷 사이트의 도마에 오르는 것을 두려워 했었지만 다 옛날 이야기라는 것.
또한 우리당 모 의원실이 노사모 지역조직 일부 회원들을 면접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회원들도 노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이 크다는 것.
물론 규모는 줄었지만 노 대통령의 열성지지자들이 노사모로 아직 묶여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무현'이라는 깃발에 개혁성이라는 컨텐츠가 결합돼 폭발력을 발휘했던 지난 2002년 대선 당시와 달리 지금 노사모에게는 오직 '인간 노무현'밖에 남지 않았다. 게다가 대통령 스스로도 자신을 영남의 대표로 규정하며 지역기반을 좁히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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