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에도 여러 차례 질문을 받았다.
첫 번째는 어머니였다.
"아들아. 나는 기초노령연금 20만 원 못 받는 거냐?"
"하하하. 어머니. 어머니 소득 상위 30% 아니잖아요. 걱정 마세요. 20만 원 나올 겁니다."
"그래? 그런데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는 20만 원 다 못 받는다고 하던데."
"하하하. 어머니. 어머니는 국민연금 가입하신 적 없잖아요. 걱정 마세요. 20만 원 나올 겁니다."
대화는 싱겁게 끝났다. 20만 원을 다 받으실 수 있다 안심도 시켜드렸다. 씁쓸하긴 했지만.
두 번째는 친구였다.
"야. 직장인이 봉이냐? 저번에는 소득공제 줄인다고 난리더니, 이번에는 국민연금도 깎아먹어?"
"임마. 나도 직장인이야. 왜 나한테 화를 내고 그래…"
"기자니까 알 거 아냐. 국민연금 탈퇴할 수 있는 방법 없어?"
"그래도 국민연금을 넣는 게 나은 거 아닐까?"
"이렇게 지들 맘대로 바꾸는데, 이게 연금 받을 30년 뒤에 약속한대로 준다는 보장 있냐?"
기초노령연금 공약 파기 논란으로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기초노령연금은 정부가 2007년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60%를 40%로 조정하면서 완충장치로 도입한 제도다. 국민연금 제도는 1988년 시작됐다. 이에 노인 세대 중에는 국민연금 가입과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없는 사각지대가 많았고, 이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보완책으로 도입된 제도가 기초노령연금 제도다.
월 9만6800원의 기초노령연금. 생계? 어림도 없다. 하지만 '쌈짓돈' 같은 이 돈이 어르신들에게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고 한다. 차곡차곡 모아 경로당 할머니들과 신혼여행 때도 못 가봤다는 제주도 여행을 가는 할머니들도 있었고, 틀니를 한다는 할아버지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자식에게 아쉬운 소리 안 해서 좋다고 한다.
특히 시골에서 기초노령연금이 위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농산어촌의 고령화는 이미 다 아는 사실.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30가구 사는 작은 시골 마을에 노인만 40여 명이 사는데, 이들이 받는 기초노령연금만 한 달에 387만2000원. 마을에 돈이 돌아 무너져 가던 '동네 점방'을 살렸다는 것이다. 뭐 부작용으로 어르신들 관광버스에 태워 약 파는 장사치들이 늘었다는 얘기도 있다. 어쨌든 '어르신 경제'가 규모를 이뤘다는 증거일 테다.
▲ 26일 오후 서울 봉래동 서울역 대합실에서 백발의 한 어르신이 기초연금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연금 제도가 성숙되고 국가 재정, 노령화 등 사회 여건 등의 변화에 따라 제도에 손을 봐야 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이참에 기본소득 제도와 같은 보다 근본적인 사회 안전망 도입을 논의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특히 이제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과 결합되면서 노인들 뿐만 아니라, 청장년 세대의 문제로 다가왔다.
다만 현 시점에서 우려가 되는 것은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진지한 정책 논의와 국민적 합의가 되겠느냐는 것이다.
불만을 토로하던 직장인 친구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우리가 뭐 실험실의 쥐냐? 대학 갈 때 입시제도 바꿔서 고생 시키고, 대학 갔더니 학부제 한다고 과도 없는 미아 만들고. 그게 끝인 줄 알았더니, 이제 국민연금 갖고 실험하네. 우린 죽을 때까지 실험 당해야 하냐?"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참 아득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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