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 프로-아마 최강전 모비스와 경희대의 경기. 경희대 김종규가 멋진 덩크 슛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의미 있는 대회는 끝없이 이어졌다. 프로아마최강전이 끝나자 마자 열린 대학농구리그 플레이오프 4강 한양대전.김종규는 발목부상으로 연습조차 못했던 몸으로 또 다시 경기에 나섰다. 낙승을 예상했던 한양대전 경기가 잘 안 풀려서였다. 4강전을 2연승으로 마무리하고 오른 고려대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김종규는 또 다시 점프 후 착지과정에서 이승현(고려대 197센티미터)의 발을 밟아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을 입었다.
김종규의 2013년을 거슬러 본다. MBC배 대학농구(2월) - 대학농구리그 정규리그(3월~6월) - 동아시아선수권대회(5월) - 윌리엄존스컵(7월) - 아시아선수권대회‧프로아마최강전‧대학농구리그 올스타전(8월) - 대학농구리그 플레이오프(9월)을 치러왔다. 10월엔 동아시아경기대회와 전국체전에 참가한 뒤 곧바로 프로농구 2013~2014시즌에 데뷔하게 된다. 발목 부상 치료와 체력보강을 위한 시간은 없어 보인다. 체력이 저하된 선수, 부상중인 선수가 경기에 나설 때 더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김종규의 경희대가 대학 패권을 차지하기 직전 오세근(KGC 인삼공사 200센티미터)의 중앙대가 52연승으로 대학농구를 제패했다. 52연승의 주역인 오세근 역시 중앙대 시절 베이징올림픽 예선전과 아시아선수권대표팀에 발탁되며 소속팀과 대표팀을 바쁘게 오갔다. 서장훈 - 김주성의 대를 이을 빅맨으로 기대를 모았던 오세근의 프로농구 데뷔는 화려했다. 2011~2012시즌 신인왕과 챔피언결정전 우승.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2012년 9월 오른쪽 아킬레스건 근육이 끊어지는 부상을 당한 오세근은 2012~2013시즌을 코트 밖에서 보냈다. 대학시절의 살인 일정을 아킬레스건 부상의 원인으로 단정지을 순 없다. 하지만 청소년기부터 충분히 쉬고 체력훈련을 병행해 왔다면 어이없는 부상은 없었을 것이란 가정도 부인하긴 힘들다. 어디 농구뿐이랴? 프로야구는 국가대표 에이스가 프로팀에 입단한 뒤 재활훈련으로 세월을 보내다 사라진 사례가 부지기수이다.
한국농구는 귀화선수 국가대표 영입을 추진중이다. 국제 경쟁력의 원천인 높이를 보강하려는 고육지책이다. 귀화선수가 올림픽에서 메달 따는 시대에 외국인 선수를 대표팀에 영입하는 것이 어색한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김종규를 떠올리면 귀화선수 국가대표 영입에 발끈해질 수 밖에 없다. 모처럼 등장한 유망한 국내 빅맨의 관리와 육성은 외면한 채 보기 좋은 남의 떡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아닌가? 농구협회는 지금이라도 이종현(고려대 206센티미터)을 비롯한 대학생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한다. 귀화선수 영입에 기울이는 농구협회의 노력과 관심을 일부만 덜어내도 대학생 국가대표선수들의 국제대회 일정 안배, 부상 치료, 체력 관리, 빅맨 캠프 지원은 성사될 수 있다. 김종규, 이종현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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