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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활 참여 주민 110명의 운명은?

[위기의 방화자활] ② 단순 노사갈등이 아닌 이유

복지를 담당하는 많은 기관 중 지역자활센터라는 곳이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자, 혹은 차상위층 중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이들이 자립을 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가르치고 창업을 지원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다. '생산적 복지'의 전형이다. 전국 230개 시군구에 247개의 자활센터가 운영 중이다. 자활센터 운영비는 전액 국가(보건복지부 50%, 광역단체 25%, 기초단체 25%)가 부담하고, 복지법인에 위탁돼 운영된다.

그 중 서울 강서구에서 지난 2001년부터 운영돼 오던 강서방화지역자활센터의 모법인인 상록복지재단(이사장 박문규)이 최근 자활센터 지정서를 반납했다. 일반 기업으로 치면 '자진 폐업'에 해당되는 일이다. 사회복지사 8명이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무엇보다 강서방화지역자활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창업을 한 100여 명의 참여 주민들이 다른 센터로 이전하거나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됐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고, 앞으로 어떻게 될까? 복지의 최전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프레시안>은 연속 기사를 통해 추적할 계획이다. 편집자


① 김원중 실장의 10년 자활사-'잘 나가던' 복지기관의 '자진 폐업', 무슨 일이?


강서방화자활센터 김원중 실장이 협동조합 숲소리 창업을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니던 6월. 센터에서는 김 실장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를 열었다. 징계 사유는 협동조합 숲소리 창업 과정에서 창업 자금 7800여만 원의 세부 지출 내역에 대해 센터장의 품의·결재를 받지 않았고, 이를 시정해 결재를 받으라는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 지난 7월, 강서방화지역자활센터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원중 실장. ⓒ프레시안(김하영)
김 실장은 "징계 사유인 지시 불이행의 경우 지시자인 센터장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기 때문에 센터장이 징계를 요구하는 동시에 인사위원회에 참가하는 것은 검사가 판사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과 같다"며 인사위원회에서 센터장을 교체할 것을 요구하며 기피 신청을 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져 센터장은 인사위원회에서 빠졌지만 인사위원회에서는 인사위원 4명 중 2명만 참석(강서구청 공무원도 불참)한 채 김 실장에 대한 해고 결정을 내렸다.

'세부 지출 품의·결재 미이행' 사유에 대해서도 김 실장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협동조합 숲소리 창업 지원금 지출 세부 내역에 대한 품의·결재를 받지 않았다고 하는데, 창업지원금은 국고보조금이 아닌, 자활 참여주민들이 자활센터에서 일을 하면서 적립한 돈이기 때문에 세부 지출 내역까지 사전에 결재를 득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센터 측과 김 실장의 주장이 팽팽히 엇갈리는 가운데 김 실장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내고 자활센터 앞에서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센터 직원들도 인사위원회가 열리던 날 센터장과 재단 측에 항의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두 달이 흘러 지난 13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김 실장에 대한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정을 했다. 김 실장은 그러나 직장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김 실장에 대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이 있기 전인, 지난 5일 센터의 모법인인 상록복지재단은 지역자활센터 지정서를 구청에 반납해버렸다. 일반 기업으로 치면 '자진 폐쇄'에 해당하는 것이다.

지정서 반납 사유 중 하나는 '직원 통제 어려움'이다. 상록복지재단 박문규 이사장은 "김 실장이 회계 질서를 문란하게 했고, 더구나 시정 보완하라는 센터장의 직무 명령도 따르지 않은 점이 심각하다고 봤다"고 주장하며 "기관 운영이 어떻게 되겠나"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이어 "인사위원회가 열릴 때 직원들이 도열해서 항의 시위를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인사위원회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직원들이 집단 반발하는 모습을 법인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겠냐. 기관 운영이 어떻게 되겠냐"고 지정서 반납 이유를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집보다 오래 있는 직장에서 인화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를 해왔는데, 회사 내에서 인화도 하지 못 하는데 어떻게 사회복지가 되겠느냐"며 "직원들이 패가 갈려서 대립하고 이원화된 상태로 가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자활센터 직원들의 노조 설립에 대해서도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센터 직원들은 김 실장이 해고 조치된 직후 신분의 불안함을 느끼고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박 이사장은 "하필이면 이 시점에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집단 반발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센터장과 김원중 시장 및 직원들 사이의 갈등과 대립이 부당 해고 분쟁 및 센터 폐쇄 상황으로까지 악화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충분한 대화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직원들은 센터 폐쇄 여부를 지정서 반납이 이뤄진 5일에서야 알았다고 주장한다. 지정서 반납 이전에 재단과 직원들 사이에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 사건에서 책임감을 느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축이 있다. 정부다. 센터 운영비는 전액 국고로 지원된다. 복지재단은 위탁 기관일 뿐이다.

관할 기관이라 할 수 있는 강서구청은 20일 현재 지정서 반납을 수리하지 않고 있다. 최대한 재단과 직원들 사이에 대화를 통해 상록복지재단이 강서방화지역자활센터를 위탁 운영하도록 중재한다는 입장이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재단과 직원들 사이에 대화가 전혀 없었던 것 같다"며 "중간에서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 법인이 지속적으로 위탁 운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고 대화 중재 노력을 계속 할 것"이라며 "참여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에서 나타난 노사 갈등은 개별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강서방화지역자활센터에서는 청소 업체인 '청도깨비', 원목가구 제조 및 실내 인테리어 업체인 '나무 이야기', 김밥전문점 '놀러와' 등 사업단을 운영하고 있고, 각종 교육과 인큐베이터 사업 등을 펼치며 혜택을 받고 있는 참여 주민만 110여 명에 이른다. 최악의 경우 자립 의지를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참여 주민들이 본인의 책임과 상관없이 뿔뿔이 흩어져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당사자들이 더 큰 사회적 책임을 느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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