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열린우리당의 재보궐 선거 연패 행진에 대해 청와대도 특별히 놀라거나 실망하는 기색이 없는 눈치다. 하지만 청와대는 선거패배로 인해 활발해진 여권의 '헤쳐모여' 논의에 대해선 거부감을 분명히 드러냈다.
"일관되게 지역주의에 맞선 분이라 지역분할 강화 반대할 것"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재보궐 선거 이후 여당에서 신당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당에서 이야기되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일이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나 윤 대변인은 곧바로 "1988년 이래로 대통령께서 정치활동을 하면서 일관되게 지역주의에 맞서 싸우고 있기 때문에 지역적 분할 구도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 대변인의 이같은 발언은 우리당 내 친노(親盧) 그룹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참여정치실천연대, 의정연구회 등 친노그룹은 사실상 '노무현 배제론'을 바닥에 깔고 있는 '열린우리당 창당 실패론'에 대해 극렬히 반발하는 한편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우리당 자강론'을 주장해 왔다.
친노-청와대, 안간힘은 써보지만…
하지만 청와대와 친노그룹의 이같은 반발이 설득력과 힘을 얻게 될지는 미지수다. 정무특보단을 구성하려는 시도는 이미 오래전에 무산됐고 정무팀 역시 뚜렷이 드러나는 활동은 없다. 물론 윤 대변인은 정무팀 활동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당이 돌아가는 상황은 다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긴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의원시절 비서관을 지냈고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백원우 의원과 안희정 씨가 당내 여러 의원들과 독일 등을 돌아보고 와 오픈프라이머리 제도 도입을 주장해 관철시킬 때만 해도 '이제 바닥을 쳤으니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희망이 나오기도 했다.
김병준, 문재인 파동 당시 극에 달했던 당청갈등은 어쨌든 봉합됐고 당정청 고위급 4인 모임도 가동되기 시작했다.
또한 정대철 고문이 '노무현 배제 신당 창당론'을 제기하자 우리당에선 정파를 막론하고 "노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영남권에 영향력도 있는데 섣부른 배제론은 안 될 말"이라는 반응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금 당과 청와대는 갈등을 일으킬 만큼 서로 신경을 쓰는 눈치도 아니다. 북핵 실험 이후 우리당은 한나라당에 한껏 대립각을 세우고 있긴 하지만 청와대보다는 '동교동'의 한 마디에 훨씬 더 귀를 기울이고 있다.
최근 한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정권재창출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준비도 하고 있고 자신도 있다"고 말했다. 자신감에서 나온 말인지 그냥 한 번 해 보는 소리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당청이 이미 갈등 국면을 넘어서서 이별을 준비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