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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무기와 무인기: 21세기의 군사혁명?
지난 11일 밤 TV 뉴스를 보니 미 해군의 무인기(drone)가 대서양 상의 미 항모 조지 H. W. 부시 호에 착륙하는 장면이 보도되더군요. 그러면서 앵커는 이번 착륙 성공으로 미군의 작전 반경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제까지 무인기는 아프가니스탄이나 예멘 등의 테러리스트를 표적 살해, 즉 암살하기 위해 사용됐는데 항공모함에서 이·착륙이 가능하다면 파키스탄 등 인접국의 육상기지에 의존할 필요 없이 언제든지 공해상의 항모에서 출동해 작전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성공에 대해 미국의 진보언론 <커먼드림스(commondreams.org)>는 대단히 비판적 자세를 보였습니다. 기사 제목은 <역사적 착륙으로 '살인 로봇'이 언제 어디서든 전쟁을 벌일 길을 열다>였습니다. 여기서 살인로봇이란 무인기를 말합니다.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Historic' Drone Landing Paves Way for 'Killer Robots' Anytime, Anywhere)
무인기는 애초 1990년대 말 유고 내전 당시 정찰용으로 개발됐습니다. 그러다가 2001년 9·11 사태 이후 아프가니스탄전쟁을 위해 미사일 등으로 무장하게 됐고, 2002년 11월 예멘에서 처음으로 알카에다 요원들을 암살하는 데 성공하면서 미 정부의 단골 무기가 됐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대당 수 억 달러씩이나 하는 유인전투기에 비해 가격이 매우 싸기(500만-1,500만 달러) 때문입니다. 둘째는 미군의 인명 피해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값싼 비용으로 아군의 희생 없이 적을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특히 오바마 정부 이후 애용하는 무기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주로 미사일로 적들이 탄 자동차나 집을 폭격하기 때문에 무고한 희생자가 많이 생겨난다는 겁니다. 이제까지 무인기에 의한 사망자는 3000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 중에 진짜 테러리스트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실제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초등학생 10여 명이 무인기 공격으로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200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의 무인기 활용이 급증하면서 이란 등 미국의 적대국들도 무인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약 40개 나라가 무인기 개발을 하고 있다는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미국도 안전할 수 없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2006년 레바논전쟁 때는 그동안 이스라엘의 무인기 공격에 당했던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무인기 공격을 한 사례가 있습니다.
사이버 무기와 함께 무인기는 21세기 전쟁의 양상을 크게 바꿔 놓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분야의 선두주자는 단연 미국입니다. 적은 비용으로, 아군의 희생 없이, 적에게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환상'때문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모든 나라가 사이버 무기와 무인기 개발에 나선다면 미국이 안전할 수 있을까요? 핵무기를 처음 개발했고, 유일하게 실전에 사용했으며, 지금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 과연 지금 얼마나 안전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오바마 대통령. ⓒAP=연합 |
미국, 사이버전쟁을 시작하다(하)
지난해 8월 미국의 금융회사를 비롯해 사우디와 카타르 등 우방국의 국영 석유회사(아람코)와 가스회사들이 사이버 공격으로 큰 피해를 보자 당연히 미국 정부는 긴장합니다. 예컨대 올림픽 게임 작전(이란의 우라늄농축 공장에 대한 스턱스넷 공격) 당시 중앙정보국장이었던 리언 파네타는 2012년 10월 "이런 종류의 공격은 결국 사이버상의 진주만 공격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이란의 기습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또 미국 내 모든 정보기관의 수장인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DNI)도 이제 사이버 공격은 지금까지 최대 위협이었던 국제테러를 능가하는 미국 최대의 안보 위협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란도 2011년 자체 사이버 사령부를 창설하면서 "우리의 적들과 사이버 공간에서 인터넷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2010년 스턱스넷이 발견된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사이버공격 계속 여부를 고민했다고 합니다. 미국의 사이버공격이 명백히 밝혀지면 적대국들에 미국에 대한 사이버공격의 명분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미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컴퓨터에 의존하는 사회라 사이버전쟁이 확대될 때 가장 큰 피해를 볼 우려가 있기 때문이죠. 결국 2012년 6월 1일 <뉴욕타임스> 보도로 미국 주도의 사이버공격임이 분명히 밝혀졌지만, 미국의 사이버전쟁 노력은 멈추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이버 안보를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사이버전쟁 능력 증강에 더욱 박차를 가합니다. 그 주역은 케이스 알렉산더(Keith Alexander) 국가안보국(NSA) 국장입니다.
9년째 NSA 국장 '알렉산더 황제'는 누구인가
현역 육군 대장인 케이스 알렉산더는 미 군부 내에서 '황제 알렉산더'라는 별명으로 불립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의 권력은 냉전 초기 9년간(1953~1961) CIA 국장으로 일했던 앨런 덜레스를 능가합니다. 38년간(1935~1972) FBI 국장으로 군림했던 에드가 후버에 맞먹을 정도라고 하는군요.
그는 2005년 당시 국방장관 럼스펠드에 의해 세계 최대의 정보기관이라는 NSA 국장에 발탁된 뒤 현재까지 9년째 맡고 있습니다. 또한 2010년 활동을 시작한 미 사이버사령부(CYBERCOM)의 초대 사령관이며, 미 군부의 NSA라고 할 수 있는 중앙안보국(CSS: Central Security Service) 국장이기도 합니다. CSS는 육·해·공군과 해병, 연안경비대 등 미국의 모든 군대를 위해 해저 케이블, 무선통신 등 외국 군대의 통신을 감청하는 기관입니다. 게다가 미 해군 10함대, 공군 24 비행단, 그리고 육군 2군이 그의 직접 지휘하에 있습니다. 가히 무소불위의 권력이라 할 만합니다.
그는 1951년 뉴욕주 북부 시라큐스 교외의 오논다가 힐 출신으로 1974년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했습니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현 CIA 국장과 마틴 뎀프시 현 합참의장이 그의 졸업 동기라고 하는군요. 장교 임관 이후 40년 가까이 NSA 등 정보 분야에만 종사해 왔으며 전자전, 물리학, 안보전략, 경영학 등 4개의 석사 학위를 갖고 있습니다. 2001년 준장으로 진급하면서 육군 보안사령관을 맡았고, 2003년 럼스펠드에 의해 육군 정보담당 참모차장에 발탁됐습니다. 보안사령관 재직 시절 9·11테러를 당하자 미국 시민의 전화, 이메일 등에 대한 불법 도청을 감행했고, 참모차장 시절에는 휘하 부대가 유명한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인권유린을 저질렀다고 하는군요.
케이스 장군은 20세기가 핵무기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사이버 무기의 시대가 됐다면서 사이버전쟁 능력의 증강을 미군의 최대과제로 꼽고 있습니다. 또한 사이버 안보는 너무나 중요한 과제라 민간인에게 맡겨둘 수 없다며 미국 시민의 이메일, 트위터 등 모든 통신 내용을 정부가 감청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방어를 넘어 사이버 공격 능력을 확충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미군은 사이버 무기를 공격 능력으로 간주해 공습과 야포로 전투 병력을 지원하듯이 '사이버 화력 지원'을 한다고 하는군요. 사이버 공격으로 적의 지휘 통제 능력을 교란하는 것이요.
미 방위산업의 최고 인기 품목은 사이버무기
펜타곤은 지난 4월, 사이버공간에서의 작전 능력 향상을 위한 2014년 예산으로 47억 달러를 요청했습니다. 이는 올해 대비 10억 달러가 늘어난 액수라고 하는군요. 이 돈으로 수천 명의 사이버 전사들을 증원해 13개의 사이버 공격팀을 창설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특히 CIA 등 다른 정보기관들의 내년 예산이 총 44억 달러 감축된 것과 비교하면 미국이 사이버전쟁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부터 NSA 본부가 있는 메릴랜드 주 포트 미드에서는 대대적인 시설 확대 공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32억 달러의 예산을 들여 현재보다 3분의 1 이상 관련 시설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나아가 향후 16년간 기존 시설의 4배로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하는군요.
이 때문에 현재 미국에서는 사이버 무기 개발이 방위산업 중에서도 가장 수지맞는 분야가 됐다고 합니다. 정산복합체(cyber-industrial complex)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이니까요. 미국 정부의 사이버보안 등 관련 예산은 연 300억 달러라고 합니다. 이에 따라 포트 미드의 NSA 본부 인근에는 제너럴 다이내믹스, 레이시온, 보잉 등 방위산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신사옥을 짓고 있다는 군요.
미국 내에서도 사이버 무기 개발 및 거래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제임스 뱀포드는 한 전직 정보관리의 말을 빌려 "사이버 무기 개발 및 거래를 불법화"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수지맞는 장사이긴 하지만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지요. 사이버 무기 개발 비용은 재래식 무기의 몇천 분의 일에 불과하지만 그 피해는 어마어마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사이버 무기 자체를 금지하는 국제협약을 맺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미국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이버 무기 금지조약이 필요하다
유진 카스퍼스키(Eugene Kaspersky)라는 유럽 최대 컴퓨터 바이러스 회사의 대표가 지난해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그는 2012년 5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에서 "사이버 무기는 21세기의 가장 위험한 발명품"이라며 사이버전쟁을 금지하는 국제조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Expert Issues a Cyberwar Warning)
카스퍼스키가 대표로 있는 이 회사는 미국이 올림픽 게임 작전에 사용한 3가지 바이러스(스턱스넷, 비컨, 플레임)를 발견했거나 해독해낸 회사입니다. 하지만 그가 러시아 출신으로 러시아 정부와 함께 일한 전력이 있다는 이유 때문인지 미국은 그의 제안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 정부도 사이버 무기 금지를 위한 미국과의 양자 조약을 제안한 바 있는데 미국은 이를 사이버 분야에서의 자신의 우세를 약화시키려는 음모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미국은 자신들의 우월한 사이버 전쟁 능력으로 앞으로 북한, 중국, 시리아, 알카에다 등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뉴욕타임스>가 전하는 바로는 한 전직 미 정보관리는 "우리는 지금까지보다 해온 것보다 더 많은 사이버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까지는 이란만을 대상으로 했다면 앞으로는 다른 적대 국가들에 대해 사이버 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는 얘기지요.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Obama Order Sped Up Wave of Cyberattacks Against Iran)
미국의 이러한 태도는 지난 세기 미국이 주도한 핵군비 경쟁을 떠올리게 합니다. 미국은 세계 최초로 핵폭탄을 개발한 나라이며, 또 핵폭탄을 실제로 사용한 유일한 나라입니다. 그러면서도 다른 나라의 핵 개발을 막으려 하고, 또 외국의 핵공격을 억지하겠다는 이유로 지금도 핵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태도로는 지구상에서 핵무기를 없앨 수 없겠지요. 아마 사이버 군비 경쟁도 같은 운명을 맞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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