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노량진 상수도관 수몰 사고와 관련해 안이한 위험 대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수방계획'도 세우고 사고 당일 오전 안전 점검회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급박한 상황에서 실현된 것은 없었다.
철수 지시, 제대로 전달 됐나
시공사인 천호건설 박종휘 현장소장은 16일 브리핑을 통해 "직원이 스마트폰 메신저로 범람 위기가 있다며 현장 사진을 보내와 공사팀장을 시켜 동아지질 관리자에게 작업 임시중단 지시를 내리도록 했다"고 밝혔다.
박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보고를 받은 시점이 오후 4시13분이고, 4분 뒤인 4시 17분 공사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철수 지시를 했다. 그러나 동아지질 측은 "철수 지시를 못 받았다"는 입장이다. 동아지질은 사고가 난 지하 상수도관 현장 공사를 담당하는 하도급 업체다.
철수 지시가 제대로 전달됐는지 확인이 필요하지만, 공사 책임자가 지시 이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또 지시가 제대로 전달 됐어도 상황 판단이 늦어 사고 위험성이 높았다는 지적이다. 사고가 난 시점은 오후 5시께. 공사 관계자들은 지하에서 지상으로 대피하는 시간만 40~1시간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철수 지시가 전달됐어도 아슬아슬한 상황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오전에 점검, 오후에 무방비
서울시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현장 책임자가 '위험'을 보고 받은 것은 범람 50여 분 전 직원이 현장에서 찍어서 보낸 휴대전화 사진이었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오후 2시25분께 한강 수위가 4.5m에 이르자 산하기관과 각 자치구에 '1단계 비상근무' 공문을 보냈다. 상수도사업본부가 이 공문을 접수한 시간이 오후 4시 7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험 상황 전파가 제 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셈이다.
서울시는 사고가 난 15일 오전 상수도본부에서 공사장 안전관리 점검 회의를 하고 사고가 난 노량진 현장에도 오전 10시10분 현장 점검을 지시했다. 오전 10시15분 현장에서는 서울시에 이상 없다고 보고했다.
현장 점검을 한 오전만 해도 팔당댐 방류량이 초당 7000톤 정도로 안정세를 보이고 서울 시내 하늘도 개고 있었다. 하지만 한강 상류 지역 폭우로 오후부터 팔당댐은 방류량을 초당 1만5000톤가량으로 늘려 한강 수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정작 위험 가능성이 높아진 오후에는 별다른 점검을 하지 않은 셈이다.
현장의 상황 판단도 안이했다. 수방계획이 마련돼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명근 감리단장은 "수방계획서에 따라 인부들이 당연히 빠져나올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현장에서 합동사고대책본부를 운영해 사고의 조속한 수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우리 스스로는 물론이고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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