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저녁에 발행되는 조합원에게 무료로 제공되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유료인 콘텐츠다. <주간 프레시안 뷰>를 보고자 하는 독자는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된다. 7월 한달 동안 준비 기간을 거쳐 8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용이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지난 5일 발행된 <주간 프레시안 뷰>에 실린 글의 일부를 게재한다. <편집자>
두 번의 반전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국정원의 정치·선거개입에 대한 검찰 수사 및 기소가 이뤄지고 애초 합의한 대로 국정조사 때문에 여권은 전전긍긍했습니다. 마침 민주당에서 국정원의 선거개입 문제와 더불어 NLL에 대한 발언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새누리당은 NLL 국면을 조성했습니다. 국정원이 작성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간의 정상회담 대화록의 발췌문을 들고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 것이죠. 발췌문을 공개한 6월 20일부터 그렇게 상황은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듯했습니다. (☞ 관련 기사 바로가기 : [성한용 칼럼] 싸움의 고수와 대한민국 미래)
그런데, 6월 24일 국정원장이 돌연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상황은 다시 반전했습니다. 발췌문만으로는 NLL 포기 혐의에도 저자세 외교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었는데, 대화록 사본이 공개되면서 과연 여권의 주장이 옳은지 여부가 곧바로 검증된 것입니다. 여권의 주장은 거짓이었습니다. 대화록 어디에도 NLL 포기라는 발언은 물론이고, 그런 취지로 읽을 만한 대목도 없었으니까요. 여론조사에서 확인한 민심도 여권에 심각한 역풍이었습니다. 다수 국민이 NLL 포기 발언이 아니었다고 평가했고, 대화록 공개가 국익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으로서는 여권의 헛발질로 얻은 승리였습니다. (☞ 관련 기사 바로가기 :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보니…')
그런데 이런 흐름에 민주당이 헛발질했습니다. 문재인 의원이 국가기록보존소에 있는 대화록 원본을 공개하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입니다. 사실 여부에 자신의 정계 은퇴까지 거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상황을 마무리하고, 국정원의 선거개입 이슈에 집중해야 할 때에 다시 NLL 연장전을 치르게 된 셈입니다. 이렇게 되자 NLL 논란은 여야 간의 정치적 공방, 즉 정쟁의 차원이 되고 말았습니다. 또 이른바 '친노'의 어젠다로 비치는 모양새가 되고 만 것입니다. 물론 원본과 사본 사이에 중대한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원본을 공개하는 데 민주당이 동조하는 것은 아무래도 사본 공개에 대한 반대의 애초 입장에 비춰볼 때 정당성이 떨어집니다.
▲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 김정일 국방위원장. ⓒ청와대 사진단 |
NLL 국면은 마무리하고 국정원의 선거개입으로 넘어가는 게 좋습니다. NLL 국면을 주도한 세 사람(남재준 국정원장,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 정문헌 의원)에게는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 문제에 개입하도록 하고, 그 때문에 국정원 개혁에 나서는 것이 적절한 해법입니다. 그리고 국정원의 선거개입 국정조사에 주력하면서 당시 국정 책임자인 MB의 역할 규명으로 초점을 이동시켜야 합니다. 국정원을 타락(?)시킨 것도, 선거에 개입했다면 그 책임도 결국 MB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 문제는 결국 MB를 거쳐야 그 이상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국정원 개혁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국정원을 이원화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공약으로 제시한 것임에도 일부의 반발에 뜻을 꺾었습니다. 다른 의도라기보다 세계화, 정보화 시대에 통합형 정보기구로 가는 게 옳다는 판단을 수용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국정원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단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칼럼에서 고백하듯이, 노 전 대통령의 뜻과 공약대로 국정원을 이원화하지 못한 것은 실책입니다. 국정원이 괴물로 부활해 정치에 간여한 것은 민주주의의 부정이면서 동시에 진보세력이 집권할 수 있는 기반을 허무는 것이기 때문에 국정원 개혁은 정의와 전략의 차원 모두에서 중대한 과제입니다. (☞ 관련 기사 바로가기 : 통합형 정보기관, 이젠 재고해야)
전선 관리의 관점에서 새로운 카드를 던질 수 있는 것은 여권이 가진 고유한 장점입니다. 대체로 수세이거나 목적을 달성한 다음 다른 국면으로 이동하려 할 때는 국민적 관심을 끌 만한 카드를 던지기 마련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여권은 한중정상회담으로 일부 관심을 돌리더니 이제는 남북대화 카드로 국면 반전에 나섰습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절박한 사정이나 개성공단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남북대화 카드는 매우 유효한 카드입니다. 이러다 자칫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흩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듭니다.
민주당이 이번 국면에서 야권 또는 진보진영의 연대 틀을 마련하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야당 간 공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시민사회와 연대도 도모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국면의 초점이 국정조사 여부가 아니라 나라 바로 세우기라고 한다면 보다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연대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여권이 던지는 국면 전환 카드에도 대중적 동력을 가지고 버텨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촛불이 다시 타올랐는데도 그 에너지가 확장되고, 참여가 늘어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번 국면에서 안철수 의원은 약간의 타이밍 지체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분명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혔습니다. 남재준 원장의 해임도 주장했고, NLL에 대한 소모적 공방보다는 국정원의 선거개입 문제에 집중하자는 얘기도 했습니다. 옳은 관점입니다. 더 신속하게, 그리고 대중과 함께하는 모습을 통해 이런 메시지를 던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그의 입장 발표는 야권에 큰 힘이 됐습니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가 나서서 안철수 의원, 노회찬 또는 심상정 대표, 시민사회의 대표가 참여하는 라운드 테이블을 만들지 않은 것은 실책이라 하겠습니다.
민주당이 기초선거에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선거에서 공약한 바 있어 지킨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대선 패배 후 전당대회에서 당 중심의 노선으로 가기로 한 마당에 다시 당 기반을 약화시키는 선택을 한 것은 일종의 엇박자라 할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로 들어가면 누가 뭐래도 보수의 기반이 훨씬 넓고 셉니다. 그러한 역관계에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기제가 선거이고 정당의 역할입니다. 따라서 기초 단위에서 정당의 역할을 없애버린다는 것은 결국 지구당 폐지의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뜻입니다. 사회적 역관계를 개선하지 않고 과연 진보가 집권할 수 있을지, 또 운 좋게 집권하더라도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 경제민주화 입법 등에서 민주당이 얼마만큼 역할을 해주느냐에 따라 10월 재·보궐 선거의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고, 야권 재편의 모양새도 달라질 것입니다. 어쨌든 존재감을 드러낼 계기가 없던 민주당으로선 좋은 기회를 잡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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