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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타기' 성공했나? 새누리, NLL 공세 '퇴각'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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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타기' 성공했나? 새누리, NLL 공세 '퇴각' 조짐

겉으론 '공개' 주장하며 사사건건 '트집'…'NLL 효과 봤다' 판단한 듯

'NLL(서해 북방한계선) 카드'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의 국면 전환을 시도하던 새누리당이 야당까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 공개'를 주장하고 나서자 이러저러한 전제 조건을 내걸며 뒷걸음 치는 모습이다.

자신들이 이미 합의한 국정원 국정조사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끝나야 한다"며 여전히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의 절차에 따라 전문을 공개하자는 민주당의 제안에도 "국정원 기록물을 열람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겉으로는 한 시라도 빨리 대화록 전문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야당과는 판이하게 다른 '전제 조건'을 내걸며 시간을 끌고 있는 셈이다.

우선, 이미 여야 간 합의를 끝낸 국정원 국정조사를 여전히 '비토'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문제를 국정원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피하기 위한 물타기라고 주장하지만, 새누리당은 국정조사를 피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하루 빨리 국정원 사건에 대한 검찰 조사가 마무리되고 여야 합의대로 국정조사에 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최 원내대표의 주장과 달리, 검찰은 이미 사건의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주요 인사에 대한 수사를 끝내고 사법처리 수위를 이미 확정한 상태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인권 침해' 수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버티고 있지만, 이미 내달 8일로 첫 재판 기일이 잡힌 마당에 새누리당의 '시간 끌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 공개의 전제로 새누리당이 이미 약속한 국정조사를 먼저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도 '대화록 전문 공개'를 주장하고 나선 마당에 '공개 범위'를 놓고 새누리당이 트집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국회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 의결을 얻는 등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명시된 법적 절차를 밟아 대화록을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의원 역시 "진실 규명을 위해 정상회담 대화록을 열람하려면 당연히 국가기록원에 있는 정본 또는 원본을 열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빠른 공개'를 강조하면서 국정원이 소장하고 있는 '사본'을 공개하자고 맞서고 있다. 국정원이 소장하고 있는 대화록은 열람이나 공개 절차가 엄격한 대통령기록물이 아닌 '공공기록물'인데다, 국정원 측도 공개할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야당만 합의하면 당장이라도 공개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국정원도 국회의 요청이 있으면 기밀 해제를 해서 대화록 전문 공개를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니, 민주당만 동의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며 오히려 민주당을 향해 "진정성이 상당히 의심스럽다. 결국 대화록을 공개하지 말자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전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서는 그 내용을 발설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했는데, 이는 우리가 요구하는 수준의 공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발언의 '진상 규명'보다는, 각자의 정치적 입장을 반영한 '발설'을 최우선적으로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그러나 새누리당 정보위원들이 열람했다는 국정원 소장 대화록을 공공기록물로 볼 것인지 대통령기록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이런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힘든 상황이다.

더구나 야당이 국정원의 대화록 '짜깁기·왜곡'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점, 민주당이 이미 새누리당 정보위원들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고발했다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국정원 소장 대화록'을 열람하자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야당이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요구다. 국정원 소장 대화록을 '대통령기록물'이라고 주장하는 민주당의 입장에선 새누리당의 요구대로 국정원의 대화록을 열람할 경우,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의 '공범자'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결국 여야 모두 표면적으론 '대화록 전문 공개'를 한 목소리로 주장하고 있지만, 결국 상대방이 수용할 수 없는 '전제 조건'을 내밀며 정쟁만 이어가는 형국인 셈이다.

새누리당이 이처럼 '치고 빠지는' 모습을 연출하는 배경엔 이번 NLL 논란으로 이미 정치적 이익은 다 얻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일부만 발췌해 의도적으로 왜곡할 수 없도록 녹취록과 음성파일까지 전부 공개하자고 나선 상황에서, '발췌본'을 본 새누리당 의원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자극적 발언'만으로도 노 전 대통령을 '영토를 팔아먹은 대통령', 민주당을 '반(反) 국익 세력'으로 낙인찍는 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주 국정원의 대선 개입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며 일부에선 새누리당의 '배후설'도 제기된 상황에서, 수세에 몰렸던 새누리당이 NLL '한 방'을 통해 자신들에게 불리했던 여론을 뒤집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이런 문제(NLL) 때문에 국정 현안과 민생이 뒤로 미뤄지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할 정쟁으로 흐르면 국민의 실망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난데없는 'NLL 공세'로 정치권의 정쟁을 주도한 세력이 이제 와서 NLL 문제를 '국민을 혼란스럽게 할 정쟁'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황 대표는 국정원 국정조사에 대해서도 "조사 대상이 의정사상 전례없는 국가 정보기관인 만큼 국가정보망 유지 확보에 지장이 없어야 하고 국익에 손상이 없게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언제나 '국익'을 강조해온 새누리당이, 외교사상 전례가 없는 정상간의 회담 대화록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공개한 것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누리당이 그토록 강조해온 '국익'과 '국격'의 차원에서도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정상회담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한 것에 대한 외교적 손실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비판은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나온다. 하태경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내 정치적 이유로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면 한국은 정상회담을 언제든지 공개할 수 있는 나라라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며 "때문에 지금 당장 노무현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면 우리에게 정치적 이득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 국가 이익에서 볼 땐 큰 손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당 지도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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