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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만 원 상조상품 원가는 100만 원…바가지를 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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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만 원 상조상품 원가는 100만 원…바가지를 깨자"

[인터뷰] 한겨레두레공제조합 박승옥 대표 "마을 장례 복원해야"

"한국 사람은 이제 병원에서 태어나 병원에서 죽는다." 여기에 한 마디를 더. "한국 사람은 아파트에서 살다가 아파트(장례식장)에서 상을 치르고 아파트(납골당)에 묻힌다."

이제 더 이상 고인이 살던 방에 빈소를 마련하고 마당이나 마을 공터에 천막을 쳐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하며 조문객을 맞이하는 장례 풍습을 찾아볼 수 없다. 요즘은 시골에서도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읍내 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하는 세상이다. 모든 전통이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거와 생활 습관에 따라 풍습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하지만 장례 풍습의 변화는 '마을'이라는 공동체가 무너진 결과이기에 단순한 시대 흐름이라고만 볼 수만은 없다.

다시 '가정 장례식', '마을 장례식'을 복원하겠다고 나선 이들이 있다. 2010년 1월 준비위원회를 발족해 3년이 넘으며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한겨레두레공제조합'(이하 한두레. www.handurae.org )이다. 지난 11일 서울 사직동 한두레 사무실에서 박승옥 대표를 만났다.
▲ 박승옥 한겨레두레공제조합 대표 ⓒ한두레

바가지 깨기

한두레가 가장 먼저 시작한 사업은 조합원들이 상부상조를 통해 상을 치르자는 '상포계'다. 2000년대 들어 장례식장에서 치르는 이른바 '공장식' 장례식이 일반화 되자 장례식은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됐다. 특히 '고인의 마지막 길'이라는 미명 하에 폭리와 강매가 횡행해졌다. 한두레는 '바가지를 깨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장례식에 들어가는 돈은 화장 등 장사비를 빼면 빈소 사용료, 음식값, 수의 등 상조 서비스비 세 가지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상조 상품이 보통 360만 원 하면, 360만 원에는 수의 값이 30만 원 정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 장례지도사가 상주한테 가서 그러죠. 기본 수의 값이 30만 원으로 돼 있는데 이건 가장 기본이고 조금 더 좋은 게 있다고 해요. 그럼 유족 입장에서는 이 얘기를 듣는 순간 30만 원 짜리는 못 써요. 마지막 가시는 길인데 뭘 아끼냐고 더 좋은 수의를 사요. 그럼 수의 값이 70만 원, 비싸게는 150만 원 까지 올라갑니다. 그런데 그 수의 도매가가 기본은 7~8만 원. 비싸봐야 17~18만 원이거든요. 여기서 폭리가 생기는 겁니다."

이런 폭리 영업이 발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반 상조회사는 수익의 대부분 영업 비용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더 비싼 물품을 팔아야 수익이 많이 남는다. 박 대표는 "일반 상조 회사의 360만 원 상조 상품이면 원가는 100만 원 정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두레는 이에 '상조 상품' 개념을 없앴다. 장례지도사 역시 조합원이고 상품을 팔지 않는다. 도매가로 좋은 상조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상주를 도울 뿐, 더 비싼 수의를 판다고 해서 본인에게 남는 것이 없다. 정해진 급여를 받기 때문이다.

한두레 조합원이 되려면 1만 원 이상의 출자금을 내고 상포계 '곗돈' 개념으로 매달 3만 원 이상을 내면 된다. 3만 원은 적립돼 상이 생겼을 때 장례 물품 비용으로 쓰인다. 예를 들어 조합에 가입한 지 10개월이 지나 상이 생겨 250만 원을 썼다면, 10개월 동안 적립된 30만 원을 제외한 220만 원만 지불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깨지 못 하는 바가지가 있다. 장례비용의 나머지 두 축인 빈소 사용료와 음식값이다.

"우리나라에서 음식 쓰레기가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 장례식장입니다. 보통 장례식장에서는 외부 음식을 못 갖고 들어오고 장례식장에 계약된 업체를 써야 하는데, 단가를 1인당 2~3만 원 잡습니다. 그게 무슨 2~3만 원짜리 음식입니까. 그리고 업체에서는 상에 오는 조문객과 봉투를 보면 대충 몇 명이 왔고 봉투가 얼마나 들어왔는지 안다고 해요. 그럼 음식값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게 아니라 거기에 맞춰서 청구해요. 보통 발인 직전에 청구를 하는데 어쩌겠어요. 먹었다는데."

▲ 박승옥 한겨레두레공제조합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현재의 장례식장 문화도 폐단이 많다고 한다.

"어떤 병원 장례식장의 경우에는 빈소의 생화 제단을 반드시 장례식장 걸 쓰게 돼 있어요. 30만 원이면 할 거 80만 원은 줘야 돼요. 이게 원래 불법입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사람이 죽었는데. 장례식장은 갑이죠. 세상에 병원과 장례식장이 같이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 뿐입니다. 원래 시체안치실이었는데 이게 돈벌이가 되니까 병원들이 너도 나도 장례식장 차려서 장사하고 있죠."

박 대표는 '가정 장례식', '마을 장례식'을 대안으로 보고 있다. 2005년도 통계에 따르면 병원에서 장례를 치르는 경우가 전체 장례의 68.8%로,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경우는 6.9%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가정 장례 비율이 훨씬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1994년만 해도 가정 장례 비율이 72.2%에 달했다. '아파트에서 장례가 가능하냐'고 하지만 당시만 해도 안방에 빈소를 만들고 아파트 주차장에 천막을 쳐 놓고 장례를 치렀다.

"사람이 죽어서 냉동실에 들어간다는 거. 왜 냉동을 합니까. 이래서 천당이든 지옥이든 갈 수 있겠습니까. 사람들이 집에서 장례를 치르면 위생 문제(시신 부패)가 있지 않느냐고 하는데. 예전에는 집에서 다 했습니다. 염습이 왜 있겠습니까. 위생적으로 아무 문제없어요. 대신에 마을 장례를 하면 빈소 사용료와 음식값이 확 줄어듭니다."

마을 장례의 복원은 공동체의 복원

마을 장례를 복원하겠다는 의지는 무엇보다 장례와 같은 상부상조의 전통을 통해 마을 공동체를 다시 살리겠다는 의지의 일환이기도 하다. 한두레는 마을 장례 복원을 위해 두 가지 일을 준비 중이다.

"서울 시내에서 이른바 '고독사'가 거의 매일 한 건 꼴로 발생합니다. 이런 분들은 대부분 기초수급자이거나 차상위 계층입니다. 홀로 돌아가시면 행정관청에서 연고자를 찾는데, 연고자를 찾아내도 유족들이 임대아파트 보증금이나 유산이 없나 들여다볼 뿐이지 제대로 장례를 치르지 않습니다. 결국 무연고 고독사로 판정이 나면 장제비가 50만 원 나옵니다. 행정관청에서 고독사 처리지침에 따라 계약된 업체에서 그야말로 '처리'를 합니다. 이렇게 외롭게 돌아가시는 분들의 장례식부터 마을 장례로 치러볼까 합니다. 기초수급자들이 모여 사는 임대아파트 단지와 서울 시내 남아 있는 일부 자연부락부터 시작합니다. 현재 자활공제조합, 사랑의 연탄 나눔 본부, 주택관리공단 노동조합 등 10개 단체와 함께 합니다."

서울 지역 마을 공동체 운동과 결합해 마을 장례를 복원하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마을 장례를 복원하는 것은 익명화, 파편화 돼 있는 사회를 협동의 사회로 바꾸는 문화 운동이기도 합니다. 삼각산 재미난 마을 등에서 먼저 시작해볼까 합니다. 성미산 마을 같은 곳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사전에 마을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면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품앗이 하자는데 반대할 사람 없습니다."

'결혼'이라는 용어부터 가부장적

한두레의 기본 정신은 '상부상조'다. 활동 범위가 상포계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가깝게는 혼인계를 준비 중이다.

"예비 신랑 신부들이 꿈꾸는 결혼식은 강남에 고급스런 웨딩홀에서 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 둘만의 유일한 프로그램으로 혼인 잔치를 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다가 양가 혼주들 의견이 들어가고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로 대표되는 결혼 산업에 빠져들면서 처음 꿈꾸던 결혼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죠. 그런데 우리 결혼식 보세요. 천편일률적인데다 심지어 국적도 불명입니다. '결혼'이라는 말이 원래 일본에서 온 말인데 가부장적인 말입니다. '혼인한다'고 할 때 '혼'은 장가들 혼(婚) 자에 시집갈 인(姻) 자로, '장가들고 시집간다'는 양성평등적인 말이거든요. 혼인에 대한 생각부터 바꾸는 일부터 하려고 합니다. 예비 신랑 신부는 물론 양가 혼주들까지 다 모셔놓고 1박2일 워크숍을 해서 혼인에 대한 기본 개념부터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둘만의 특별하고 의미 있는 잔치가 되게 도울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전통 혼례를 하자는 건 아닙니다. 식 자체는 얼마든지 상상력을 발휘해야죠."

출범 3년이 지난 한두레는 협동조합기본법 발효와 함께 도약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법 발효 전부터 '상부상조'라는 협동조합 정신을 바탕으로 조합을 이끌어 온 박승옥 대표는 협동조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업적 전망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업체로서의 성장과 인적 결사, 즉 결사체로서의 성장은 늘 상호 긴장관계입니다. 어찌됐건 협동조합은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사업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직거래 공동구매' 등의 사업적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조합원간 신뢰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모여 하는 사업이라는 점입니다. 이 점을 잊으면 껍데기만 남습니다. 신협이 대표적 사례죠. 협동의 사회문화운동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사회문화운동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운동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주민들과 함께 가야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은 무기력한 개인이지만, 협동의 가치를 살려 힘을 합하면 경제 구조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협동조합은 가치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협동사회경제를 일구는 속에 현대 사회에서 무너진 공동체 복원에 앞장서야죠."

박 대표가 말하는 한두레가 가고자 하는 길은 단순히 장례와 혼인으로 대표되는 애경사 산업의 병폐를 개선해보자는 것이 아니었다. 공동체를 살리고 상부상조의 협동정신부터 살리자는 것. 서울 시내에서도 마을 공터에 차려진 상갓집과 꽃상여를 다시 보게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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