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환영할 만한 일이고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만약 헤이그협약이 한국에서 비준되고 적절하게 이행된다면, 최소한 4가지 차원에서 아동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이 협약은 아동 보호를 위한 보조금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바, 아동의 최선의 이익은 아동으로 하여금 친생가족과 함께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다음은 국내 입양이고, 해외 입양은 최후의 선택이 되도록 하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국가의 공적 기금에 의한 지원과 친생부의 양육비 지급 이행 강제를 통해 싱글맘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싱글맘에 대한 정부의 지원 확대가 바로 헤이그협약 비준을 준비하는 일이다. 만약 한국 정부가 이런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아동 권리와 인권의 지지자들은 정부의 책임성을 촉구하는 추가 수단을 강구하게 될 것이다.
둘째, 헤이그협약은 입양 기관들과 입양에 관련된 자들이 부당한 금전적 이득을 취하거나 과도한 보상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이런 점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한국 정부는 매년 입양 기관들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게다가, 한국 정부는 모든 개별 입양의 금전적 측면에 대해 엄정한 회계 조사를 해야 한다. 정부는 또한 입양의 재정적 측면을 통제하여 해외 입양에 있어서 돈이 부도덕한 동기 부여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금전적 이득을 제한하는 원칙은 보조금에 관한 원칙을 보호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다. 만약 돈이 쓰여야 한다면, 그 돈은 가족들이 아동과 함께 사는 것을 지원해 주기 위해 쓰여야지, 아동의 해외 입양을 지원해 주기 위해서 쓰여서는 안 된다.
셋째, 헤이그협약이 적절하게 이행된다면, 한국의 입양에 있어서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몇 가지 문제들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중앙 당국은 입양이 불가피하게 허용되어야 할 아동을 올바르게 선별해야 하고, 입양이 허용된 아동의 신원에 관한 진실한 정보가 포함된 문서들을 만들어야만 한다. 만약 이러한 것이 적절하게 이행된다면, 한국의 자발적 출생신고제가 지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의 출생신고제는 국가 의료보험이나 병원과는 아무 행정적 연결이 없는 것이 문제다. 자발적 출생신고제는 아동의 신원에 대한 세탁의 위험성이 있다. 매년 약 3000명의 아이들이 입양 부모에 의해서 불법적으로 친생자로 입양되어 온 것이 바로 아동 세탁이 자행된 사실을 드러내 주고 있다.
넷째, 헤이그협약은 친부모가 입양의 영향과 결과에 대해 상담 받고 충분한 정보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이런 절차가 적절하게 이루어진다면, 한국의 입양 실천에서 오랜 세월 지속되어 온 문제점을 해결해 줄 것이다. 한국에서는 많은 친생부모들이 해외 입양을 마치 해외 유학처럼 생각하도록, 그리고 입양된 아이들이 언젠가는 돌아올 것으로 믿도록 오도되어 왔다. 정부는 입양 상담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싱글맘들의 자녀 양육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못하도록 확고히 해야 하며, 상담 제공자들이 입양을 선호하는 것을 통해 금전적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헤이그협약의 비준을 반대하는 몇몇 사람들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 협약을 비준하면 한국은 해외 입양을 계속하는 일에 연루되고 말 것이라는 일반적인 우려가 있다. 이러한 우려를 하고 있는 사람들과 헤이그협약의 비준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한국이 지난 60년 동안 세계의 어느 나라보다 자국 아이들을 가장 많이 해외 입양 보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1991년 한국이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해외 입양을 예방하는 데 무력했다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헤이그협약을 비준한 유럽 국가들은 자국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내는 일이 전혀 없다. 헤이그협약은 이 협약을 비준하는 나라들에 해외 입양을 계속하라는 어떤 요구도 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이 협약을 비준하는 것이 한국이 해외 입양에 어느 정도 수준으로 참여하는가를 결정하는 대 있어서 법적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유엔아동권리협약 21조 a항에 대한 현재의 유보 조치를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이 유보 조치는 본래 한국의 국내 입양 제도와 관련된 문제이며, 이 문제는 최근 개정된 입양특례법에 의해서 풀렸다. 우리는 아동권리협약만으로보다는 헤이그협약과 아동권리협약이 결합할 때 한국 상황에서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믿는다.
헤이그협약과 아동권리협약을 동시에 이행해야
이러한 권고에도 불구하고, 헤이그협약은 심각한 한계가 있고 그래서 한국에 하나의 도전이 될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신뢰와 진지한 노력에 기초해서 헤이그협약과 아동권리협약을 동시에 이행하고자 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될 필요가 있는 바, 아래에 언급하는 세 가지다.
첫째로, 헤이그협약은 헤이그협약 당사국에서 실천되는 입양 가운데 부패와 사기가 발견되었다고 해도 자동적으로 국가적 제도를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고치거나 고발을 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헤이그협약이 비준되기 전에 그렇게 했던 것처럼, 입양 기관들은 문서들을 위조해서 입양 과정을 계속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재판 절차를 도입해서 이러한 문제점의 교정을 모색하고 있는 판에, 만에 하나 가정법원이 모든 입양 판결에 대해서가 아니라 몇몇 경우만을 점검하기로 결정할 경우나 혹은 만약 법원이 충분하고 충실하게 점검하지 않는다면 잘못된 입양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정부는 잘못된 부분들을 시정하고 민원 절차를 바로잡아 헤이그협약이 제대로 이행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헤이그협약은 과거 한국에서 일어난 수많은 잘못된 입양 관행, 이를테면 아동 세탁(윤리적이고 합법적인 인상을 주고자 표면적으로는 입양이 깨끗하게 진행되었지만 실제로는 사기, 아동 납치, 서류 위조, 아동 바꿔치기 등을 통해 아동의 신원이 세탁된 일)을 통해 고통을 겪은 수만 명에 이르는 입양인들과 그 원가족들의 피해를 바로잡지 못한다. 헤이그협약에 서명하고 비준하여 협약이 적용됨으로써 미래의 잘못을 성공적으로 최소화하거나 예방할 수는 있지만, 지난 몇 십 년간 과거의 잘못을 적절하게 경감하고 바로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나라의 과거를 치유하는 일에는 다른 차원에서 추가적인 법이 제정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아동권리협약과 마찬가지로, 헤이그협약의 이행을 감시하고 점검할 국제적인 조사 기구나 감사 장치가 없다. 한국이 헤이그협약에 서명하고 비준해도 그전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변화 없이, 입양 사업은 별 제약 없이 계속될 수 있고, 사람들로 하여금 한국이 "아동 최우선의 원칙"을 성취했다고 착각하게 만들 수도 있다.
비록 각 나라가 그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갖고 있지만, 각 나라는 또한 국제적으로 합의한 의무에 걸맞은 길을 찾아내야만 한다. 한국 정부는 헤이그협약을 단지 체면치레를 위해 서명하고 비준하는 대신 협약의 정신을 지킬 수 있는 길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헤이그협약에 서명하는 즉시 헤이그국제사법기구에 기술적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이러한 기술적 지원 요청은 시민단체가 할 수 없고 오직 정부만 할 수 있다. 헤이그협약의 이행이 한국의 가족들과 아동들에게 의미가 있게 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는 "문화"의 이름으로 국제 기준의 준수를 회피하기보다는 기술적 지원을 적극 요청하고 수용해야 한다. (함석헌 연구가 김성수 박사 옮김)
*제인 정 트렌카(Jane Jeong Trenka)는 작가이자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 입양인 모임(TRACK)>의 대표이다. 그녀의 최근작은 <덧없는 환영(Fugitive Visions)>이다.
*데이빗 스몰린(David Smolin) 박사는 미국인이며 미국 앨라배마 주 버밍엄에 소재한 컴벌랜드 법대(Cumberland School of Law)의 법학교수이자, <아동, 법, 윤리 센터(The Center for Children, Law, and Ethics)> 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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