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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혈 단일화' 바라나?

"어려운 선거"라면서…야권 단일화엔 시큰둥

엄살일까, 도전일까? 4.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예비후보가 '단일화 딜레마'에 빠졌다. "처음부터 어려운 선거였다"는 안 후보의 말처럼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국민의 요구를 담기 어렵다"며 야권 후보 단일화엔 선을 긋고 있다. 선거는 어렵지만, 독자 후보로 정면 승부하겠다는 얘기다. 그의 귀국 일성대로라면 "새 정치를 위해 어떤 가시밭길이라도 가겠다"는 것이다.

안철수, 어려워도 마이웨이?

28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안철수 후보는 야권 후보 단일화와 민주통합당의 지원을 사실상 완곡하게 거절했다. "새 정치의 가치를 앞세워 정면승부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또 단일화를 전면에 내세우면, 정치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담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새 정치'와 '(정치공학적인) 단일화'를 양립 불가능한 선택지로 놓고, 전자에 무게를 둔 것이다.

그를 돕기 위해 무공천을 결정한 민주당에 대해선 "당 자체의 선택이자 결단"이라고 선을 그었고, 민주당에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엔 "주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우선"이라며 먼저 손을 내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안철수 후보는 '새 정치'와 '야권 단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뉴시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을 만나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지금 노원을 벗어나는 것은 노원 주민들에 대한 실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문 의원이 "안 후보에게 제가 큰 신세를 졌다"며 "도울 길이 있다면 안 후보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한 것과 대조적이다.

민주당과의 '거리두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치를 위해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있으면 언제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겠다"면서도 민주당 입당에 대해선 "일단 저는 저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단일화 선 긋는 안철수…민주당에 빚지지 않겠다?

문제는 "처음부터 어려운 선거였다"는 안 후보의 말처럼, 야권의 지원없이는 이번 선거의 승리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에 있다.

민주당이 무공천을 결정하자 공천 신청을 했던 이동섭 지역위원장이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고, 진보정의당과 통합진보당도 각각 후보를 낸 상황이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선 안 후보와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가 오차범위 내의 초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 후보 쪽도 최근 들어 "어려운 선거"임을 수차례 강조하고 있다. 안 후보의 측근인 송호창 의원(무소속)은 29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조직적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혈혈단신으로 혼자 지역주민을 만나야 되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도 전날 "선거가 힘들 것이란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일부에서 쉬운 선거라고 규정하신 것은 이겨도 빛이 안 나게 만들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 쪽의 '엄살'이 아니라면, 녹록지 않은 판세 속에서 숙제는 야권 단일화다.

당장 안 후보 쪽의 기류는 부정적이지만, 그렇다고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민주당과의 연대'엔 일단 선을 그었지만, 야권 주자 개개인에 대해선 "대화할 수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안 후보는 이동섭 지역위원장을 향해선 "정치 선배"라고까지 칭하며 "이 후보의 안타까움은 저도 대선 경험이 있어서 10분의1 정도는 헤아린다"고 했고,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에 대해선 "김 후보의 선택을 존중하고, 노회찬 전 의원의 문제의식을 공감하고 있다. 좋은 기회가 오면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민주당과는 거리를 두지만, 체급이 낮은 군소 후보들에겐 대화의 여운을 남기며 '큰 정치인'의 이미지를 굳히려는 계산으로 읽힌다. 한 야권 관계자는 "국회 입성 이후를 고려해 민주당 등 야권에 빚지지 않겠다는 행보 아니겠느냐"고 평했다.

안철수, '무혈 단일화' 기대하나?

이런 상황에서 부담은 결국 '군소 후보'들이 떠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초박빙의 구도가 굳어지면 선거일이 가까워 올수록 여론의 단일화 요구는 높아질 것이고, '야권 패배의 책임'을 떠안지 않으려면 선거 완주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 이럴 경우 보통 지지율이 가장 높은 후보가 단일화 협상을 주도해 왔지만, '단일화보다 새 정치'를 강조하는 안 후보 쪽은 현재까지 요지부동이다.

이런 상황에서 완주 의지를 밝혔던 김지선 후보 쪽의 달라진 기류가 눈에 띈다. 김 후보는 전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권연대를 바라는 국민이 많다. 그래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가 먼저 말할 처지도 아니고 지지가 적은 사람이 먼저 단일화를 이야기하는 것도 옳지 않다"며 공을 안 후보 쪽으로 넘겼다.

결국 안 후보 표현대로라면 "정치공학적이지 않은" 단일화, 달리 말하면 군소 후보들의 '양보'를 받는 것이 그로서는 가장 적합한 그림인 셈인데, 향후 안 후보가 '마이웨이'와 '상처없는 단일화'를 동시에 이뤄 국회에 무혈 입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 이외에도 양보하는 정치인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지난 11일 그의 귀국 메시지가 새삼 심상치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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