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노인 가구의 빈곤율이 매우 높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0년 노인 가구의 절대빈곤율은 27%로 전 가구의 절대빈곤율 7.1%의 3.8배에 달했습니다. 상대빈곤율도 38.3%로 전 가구의 상대빈곤율 12%의 3.2배였습니다. 여기에서 절대빈곤율은 가처분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구의 비율을 말하고, 상대빈곤율은 소득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합니다. OECD 35개 회원국과 비교해 보아도 우리나라 노인들의 소득불평등도가 매우 높습니다. OECD에 따르면 2000년대 후반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들의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0.405로 35개 회원국 중에서 멕시코와 칠레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습니다.
2. 박근혜 당선인은 현행 기초노령연금과 상당히 내용이 다른 기초연금을 공약으로 내놓았는데요. 양자는 어떻게 다른가요?
⇨ 현재 시행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은 65세 이상 노인의 70%에게 지급됩니다. 지급액을 보면 올해 독신가구의 경우 월 9만7000원, 부부가구의 경우 월 15만1000원이 지급됩니다. 재원은 모두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합니다. 반면 박근혜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은 수혜대상을 65세 이상 전체 노인에게 확대하고 지원금도 월 20만 원으로 늘리는 것입니다. 또 재원의 70%를 정부와 지자체 재정으로 충당하고, 30%는 국민연금 기금으로 충당한다는 것입니다.
3. 65세 이상 전체 노인에게 월 20만 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려면 어느 정도의 재원이 필요한가요?
⇨ 보건사회연구원은 2014년에 7조 원, 2015년에 12조 원 이상이 추가로 소요될 것이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4. 박근혜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을 원안 그대로 시행할 경우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국민연금 부담은 어느 정도로 늘어나나요?
⇨ 박근혜 당선인의 기초연금 재원조달방안을 보면 재원 중 30%는 국민연금이, 52.15%는 중앙정부가, 17.85%는 지자체가 부담하게 되어 있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본다면 추가재원 12조 원 중 3조6000억 원은 국민연금이, 6조2580억 원은 중앙정부가, 2조1420억 원은 지자체가 부담하게 됩니다.
5. 기초연금은 2007년에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주장한 바 있는데요. 그때도 막대한 재원 때문에 논란이 많았지요?
⇨ 2007년 한나라당에 이 제도를 제안한 학자들의 보고서를 보면 기초연금제 시행으로 돈이 매우 많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막대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서 부가가치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사람들도 부가가치세 증세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데요. 그것은 박 당선인이 "증세 없이 복지를 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박근혜 당선인 참모들은 다른 방도를 찾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 방도는 국민연금 기금을 끌어다 쓴다는 것입니다.
6. 박근혜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은 그것을 국민연금과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는 것인데요, 그렇게 되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도 낮아질 것이라고요?
⇨ 올해 국민연금 보험금은 소득 대비 47.5% 수준에서 지급될 예정입니다. 이것은 관련 법에 따라 해마다 0.5%포인트씩 낮아져 2028년에 40%(그 이후 40%)가 됩니다. 그러나 기초연금이 국민연금과 결합될 경우, 소득대체율은 47.5%에서 10%포인트 낮은 37.5%가 되고, 대신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10%(20만 원 수준)를 기초연금으로 받게 됩니다.
7. 인수위에서는 소득대체율이 낮아지더라도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연금을 덜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는데요?
⇨ 인수위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47.5%에서 37.5%로 낮아진다 하더라도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10%를 기초연금으로 받기 때문에 연금을 덜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그들의 주장과 달리 박근혜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이 원안 그대로 시행되면 중상위 계층과 후세대에게는 명백하게 손해가 발생합니다. 먼저 중상위 계층을 보면 기초연금이 소득대체율 감소분보다 적기 때문에 손해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 불입 당시 소득이 300만 원인 사람의 경우 향후 기초연금을 20만 원 받게 되지만, 소득대체율이 10%포인트 줄어들면 국민연금 지급액이 30만 원 줄어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10만 원 손해를 봅니다. 또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미가입자나 국민연금을 단기간 불입한 사람을 주요 수혜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장기간 불입한 사람이나 세대, 즉 청년 세대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많이 보게 됩니다.
8. 기초연금 재원이 정부(지자체 포함) 재원과 소득대체율 감축으로 모두 충당된다면 세대 간 갈등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박근혜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이 기금의 재정을 추가로 악화시키지 않는다면 세대 간 갈등은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현재 시점의 65세 이상 기초연금 재원을 현재 시점의 65세 이상의 국민연금 수혜액 감축과 정부의 추가 재원으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면 계층 간 갈등은 있어도 세대 간 갈등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비현실적인 가정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현실 속으로 들어가 보면 그런 가정은 전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에 박근혜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을 원안 그대로 실천하면 국민연금의 재정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고 세대 간 갈등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9. 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할 방도는 없나요?
⇨ 두 가지 대안이 모색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대안은 기초연금 재원을 100% 정부 재원으로 하는 겁니다. 이 대안의 장점은 세대 간 갈등을 피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정부가 기초연금만을 위해서 12조 원을 추가로 조달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 대안은 정부 재원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동시에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약간 낮춰 국민연금 재정을 악화시키지 않는 한도에서 기초연금을 늘리는 것입니다. 이 대안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노인층 내부의 소득재분배를 확대한다는 점, 첫 번째 대안보다 기초연금이 더 빠르게 늘어난다는 점, 세대 갈등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이 대안도 여전히 기초연금의 인상 속도가 느리고, 고령층 내 계층 갈등을 유발한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10. 어떤 대안을 모색하더라도 현재 시점에서 계층 간 갈등과 세대 간 갈등을 수반하지 않고 박근혜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을 실천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 아닌가요?
⇨ 불가능합니다. 기초연금은 그 자체로는 매우 좋은 제도입니다. 따라서 점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인의 임기 내에 그것을 2배로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박근혜 당선인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보건복지부를 강하게 질타했다고 합니다.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부처를 강하게 질타한다고 해서 애초에 불가능한 공약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공약을 억지로 실천하겠다고 무리를 하는 것보다는 목표를 낮추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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