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16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미국 측이 요구하는 대로 의약품 특허기간을 연장해줄 경우 우리 국민은 5년 간 최소 6000억 원에서 최대 1조 원에 이르는 추가 약값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장관은 이날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의 국정감사에서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미 FTA로 의약품 특허기간이 연장될 경우 우리 국민이 추가로 부담하게 될 약값 추정액을 정부에서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현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 등을 인용하며 "미국 측의 요구사항인 '허가심사 소요기간에 대한 특허 연장' 등이 받아들여지면 미국 신약의 특허기간이 5년 정도 늘어날 것"이라며 "5년 동안 특허가 연장돼 약제비가 증가되는 액수는 9418억 원으로 1조 원에 육박한다"고 주장했다.
현 의원은 이어 "신약에 대한 가격 인상, 전문의약품 광고 허용 등 미국 측의 요구들이 모두 약값인상 요인이라는 점에서 국민부담은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며 "보건복지부가 보건산업진흥원을 통해 특허 연장에 따른 약제비 인상에 관한 중간보고서를 냈다는데, 피해액을 얼마로 추산하고 있느냐"고 유시민 장관에게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매출감소를 다 피해로 볼 것이냐, 다국적 제약사의 매출량 증가를 이익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피해액 추정액은) 달라질 수 있다"며 "관세로 인한 피해액은 1000억 원 정도이며, 특허 연장 등으로 5년 간 6000억 원에서 1조 원의 피해액이 예상된다"고 답변했다.
이어 유 장관은 "우리 측의 방어안으로 타결되면 3500억 원에서 6300억 원의 산업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약제비에서의 추가 손실은 포지티브 제도 도입 등을 통해 현재 입법예고된 제도를 잘 운용하는 등 비차별적인 개혁을 실시하는 것만으로도 만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의료단체들에서는 미국 측의 요구가 그대로 수용될 경우 우리 국민이 추가로 부담하게 될 피해액은 유 장관이 밝힌 추가부담 추정액보다 훨씬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들은 최근 미국과 FTA 협상을 타결하고 의회의 인준만을 남겨 놓고 있는 페루의 보건당국이 "국내 약값이 FTA 체결 1년 뒤에는 9.1%, 10년 뒤에는 100%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 사실을 지적하며 "(미국 측의 요구가 그대로 수용된) 한미 FTA가 체결되면 우리 국민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피해액은 1년 뒤 최소 1조 원, 10년 뒤에는 10조 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05년 현재 우리 국민의 약값 지출(본임 부담금+건강보험 재정지출) 규모가 약 10조 원인 점을 감안하면, 미국 측의 요구가 그대로 반영된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우리 국민은 10년 뒤에는 지금의 두 배에 이르는 약값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보건의료단체들의 주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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