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이날 대전역 광장 유세에서 "지금 야당 후보는 스스로를 폐족으로 불렀던 실패한 정권의 최고 핵심 실세"라며 문 후보를 정조준한 뒤, "정권을 잡자마자 국가보안법을 폐기하겠다, 사학법을 개정하겠다며 이념 투쟁으로 날밤을 지샌 것을 기억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생은 파탄이 나는데도 밤낮없이 국민을 편 가르고 선동했다. 입으로는 서민 정권을 주장했지만 지난 정권에서 서민을 위했던 정책이 하나라도 기억나는 게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첫 유세지로 대전역 광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 대학 등록금은 역대 최고로 무지막지하게 뛰었고, 부동산도 역대 최고로 폭등했다. 양극화는 심화됐고 비정규직이 양산됐다"며 "그런데 한 번이라도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한 적이 있느냐. 지금도 남 탓만 하고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지금 우리는 준비된 미래로 가느냐, 아니면 실패한 과거로 되돌아가느냐의 중대 기로에 서 있다"며 "이런 실패한 과거 정권이 다시 부활해서야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총선처럼 다시 한 번 '미래 대 과거' 프레임을 꺼내든 것이다.
아울러 박 후보는 "저희 당은 국민을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누거나 편가르지 않는다. 지역과 세대도, 또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도 편가르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 대통합으로 다함께 손잡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모든 힘을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저 박근혜, 세종시를 정치 생명을 걸고 지켰다"며 자신과 충청권의 인연을 강조한 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여러분께서 저를 지켜주셨기 때문이다. 당이 두 번이나 존폐의 위기를 겪을 때마다 여러분께서는 저에게 신뢰를 보내주셨고, 테러를 당해서 생사의 기로에 서 있을 때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워 주셨다"고 말했다.
이회창 "문재인, 순진한 사람 스스로 자살하게 만들어"
이날 찬조 연설자로 나선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는 안철수 전 후보의 사퇴를 '문재인 탓'으로 돌리며 아예 안 전 후보를 향해 문 후보 선거운동을 돕지 말 것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 전 총재는 "문 후보는 정치에 처음 나온 순진한 안 후보를 슬슬 구슬리다가 결국 벼랑에 몰아 낭떠러지에 떨어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퇴는 정치적으로 자살한 것과 같다"며 "통 큰 형님이라며 순진한 사람을 스스로 자살하게 만든 사람을 신뢰받을 수 있는 국가 지도자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금 야당의 단일화는 일종의 야바위 굿판"이라며 "야바위꾼이 와서 돈을 따먹을 수 있을 것처럼 손님을 꼬시지만 결국 손님은 빈털털이로 돌아간다"고 비판했다.
언제는 싸잡아 비판하더니…새누리, 도 넘은 文-安 '갈라치기'
이 전 총재는 안 전 후보를 향해서도 "안 후보는 스스로 개혁을 외쳤던 이 구태정치를 자신의 정치 미래를 위해 후원할 것인지, 아니면 용감하게 이를 막고 스스로 올바른 길로 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며 "안 후보가 사퇴하며 한 말 중 '나는 영혼을 팔지 않았다'는 말이 있다. 정치쇄신의 길로 꿋꿋하게 나가 달라"고 말했다. 안 전 후보에게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에 나서지 말 것을 압박한 셈이다.
그간 야권 단일화 협상을 '이전투구', '야합'으로 규정하며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를 싸잡아 비판해온 것과는 뉘앙스가 달라진 것이다. 안 전 후보의 사퇴 이후 그 지지층이 대거 부동층으로 흡수되며 새누리당 입장에서도 '공략 대상'으로 부상하자, 그간의 비판을 접고 때 늦은 '안철수 지지층 구애'에 나선 셈이다. 또 안 전 후보의 사퇴를 '문재인 탓'으로 돌리며 문 후보의 안철수 지지층 흡수를 막는 일종의 '갈라치기 전술'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대전역에서 첫 거리유세에 나선 박 후보는 이후 세종·공주·논산·부여 등 충청권과 군산·익산·전주 등 전북권을 찾아 유세를 펼치고 세종시에서 1박을 한 뒤 다음날 선거운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