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일본과 맺은 한일 통화 스와프 확대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일본은행 및 일본 재무성과 협의한 결과 "한일 양국 간 통화 스와프 계약 규모를 일시적으로 확대하기로 한 조치를 예정대로 만기일인 2012년 10월 31일에 종료하기로 했다"고 9일 발표했다.
이번 발표 이전 두 나라의 통화 스와프 규모는 700억 달러였다. 이 중 570억 달러는 지난해 10월 한일정상회담 후 늘어난 것이다. 당시 한국은행은 일본은행과는 원-엔 스와프 규모를 30억 달러에서 3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합의하고, 일본 재무성과는 신규로 300억 달러 규모의 달러-원/엔 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9일 발표는 그렇게 늘어났던 57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이로써 한일 통화 스와프 규모는 2008년 금융 위기 이전 수준인 130억 달러로 줄어들게 됐다. 이 130억 달러 중 원-엔 스와프 30억 달러는 2013년 7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에 따른 양자 스와프 100억 달러는 2015년 2월이 만기다.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는 한국, 중국, 일본과 아세안이 외환위기 발생을 방지하고자 2000년 5월에 체결한 통화 교환 협정이다
정부는 두 나라의 중앙은행과 재무부가 "(통화 스와프) 확대 조치가 글로벌 금융 불안의 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고 한국 외환시장뿐만 아니라 역내 금융 시장의 안정을 가져오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만기 연장을 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두 나라의 중앙은행과 재무부가 "양국의 안정적인 금융시장 상황과 건전한 거시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한일 통화 스와프 확대 조치의 만기 연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독도 문제로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된 상황과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8월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찾은 후, 일본 쪽에서는 한일 통화 스와프 연장에 부정적인 반응이 연이어 나왔다. 이 대통령의 방문 직후 일본 재무성에서는 통화 스와프 확대 조치를 중단할 수도 있음을 거듭 밝혔다.
이와 함께 한국에서 요청하지 않으면 일본 정부는 통화 스와프를 연장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보도(NHK)도 나왔다. 작년에 통화 스와프 규모를 570억 달러 늘린 것도 한국 측 요청에 따른 것이니 이번에도 한국에서 먼저 요청해야 하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우회적으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뜻을 담은 보도였다.
고심하던 한국 정부는 계약 종료를 선택했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9일 "우리 측이 연장을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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