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평밭마을을 강사부연수를 마치며 다녀왔다. 너른마당에서 10분쯤 차를 타고 가니 마을 표지가 나온다. 어르신들이 3곳으로 나누어 계셨다. 입구에서 만난 어르신은 차한대 마다 인사를 건네주시며 깻잎 한 봉지씩 나눠주신다. 우리를 학생들이라고 불려주셔서 한 순간 우리는 학생이 되었다. 아니 우리가 그렇게 어려보이나 잠시 기뻤다. 또 올라가서 주차를 하는 곳에 컨테이너박스박가 있다. 여기 계신 어르신들은 수박을 주시며 어린이들은 왜 안 오냐고 물어본다.
어린이책시민연대에서 온다고 하니 아이들이 온다는 소식으로 들으셨나보다. 그때서야 왜 밑에서 우리를 학생이라고 불렸는지 이해가 되었다. 외부에서 얼마나 방문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우리에게 송전탑상황을 전문 강사들보다 더 술술 풀어 놓으신다. 그러면서 꼭 당부하신다. 들은 이야기에서 끝나지 말고 여기저기 알려달라고 하신다.
ⓒ프레시안(김윤나영) |
여기 움막은 하루에 3명씩 지키신단다. 오늘 계셨던 분들은 90세가 넘으신 할머니 두 분이 계셨다. 한분은 새벽에 아들이 찾아와서 내려가셨단다. 우리는 차를 타고 올라왔는데, 그 길을 걸어서 내려가셨단다. 그것도 새벽5시에…. 올라간 날은 구름이 끼여 있어 덜 더운 날인데도 무지 더웠다. 햇빛이 쨍쨍한 날은 어떻게 견디실까.
찾아갈 때 가져간 수박과 호두과자를 드렸더니 우리보고 먹으라고 해서 할머니 마음 불편하실까봐 하나씩 맛보았다. 할머니들 이야기에 귀담아 듣다가 어느 회원이 이야기를 던졌다. 누가 노래한곡 불러드리라고, 한 회원이 나가 노래를 부르고, 부산, 서울, 충남 회원들이 돌아가며 노래를 불렀다. 우리들 노래가 끝나고 할머니 두 분의 노래도 들을 수 있었다. 덤으로 이계삼 선생님의 노래까지 듣고 내려왔다.
3월에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는 탈핵희망버스 때에도 우리들이 즐기면서 우리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이 마음에 들었는데, 이번 할머니들과의 만남도 해보니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냥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다. 이런 일상적인 삶들이 학교에서는 이루어지지 않고 우리는 배우지 못하고 자랐다. 그래서 이런 작은 일상도 누군가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내가 우습다.
그들과 관련 있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관심이 있고 뜻이 같다면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곳이었다. 우리가 주차한 곳은 등산로 입구라서 등산객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등산객들의 모습이 내 모습처럼 느꼈다. 옆에서는 일상 삶을 던져놓고 생활하시는데 한쪽에서는 등산을 위해 산에 오르는 일상의 모습들. 무심코 그냥 사는 대로 살아가는 나를 보았다. 살면서 주위에 무슨 일들이 일어나는지 잘 살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수막이 걸려 있는 길을 무심코 지나친 적은 없었는지 잘 살펴봐야겠다.
나는 지금도 편하게 불을 쓰고 화장실 쓰고 이 글을 쓰기 전까지 또 잠시 잊고 있었다.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 한 사람 한 사람 붙잡고 이야기하는 것 밖에 없는 현실이 갑갑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소리쳐도 들어주지 않는 사회. 그러면서 공부만 잘 하면 잘 살수 있다는 사회. 남이 시켜서 공부만 잘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를 고민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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