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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강국' 중국, 금지 약물 덕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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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강국' 중국, 금지 약물 덕이었나?

[런던올림픽] 전 체조 대표팀 의료 책임자 "80~90년대 금지약물 사용"

중국이 1980-1990년대에 올림픽 대표 선수들에게 체계적으로 금지 약물을 처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러한 주장을 한 사람은 1980년대에 중국 체조 대표팀 의료 책임자로 일했던 쉬에 인시앤이다.

호주 언론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27일(현지 시각), 쉬에 인시앤의 증언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쉬에 인시앤은 1980-1990년대에 "중국 올림픽 대표 선수들은 국가가 후원하는 금지 약물 사용 체제에 종속돼 있었다"고 말했다.

쉬에 인시앤은 중국의 금지 약물 사용 체제가 동유럽 국가들을 모델로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옛 동독을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이 선수들의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 금지 약물을 광범위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은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있다.

1980-1990년대는 중국이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으로 떠오른 시기다. 쉬에 인시앤이 담당한 체조 대표팀 역시 1980년대에 옛 소련 대표팀과 금메달을 놓고 각축을 벌였다.

쉬에 인시앤은 당시 당국이 스테로이드와 성장호르몬을 "과학적 훈련"의 일부라며 선수들에게 공식 처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금지 약물 처방을 거부한 의료진은 주변으로 밀려났다고 밝혔다. 쉬에 인시앤은 "1980년대에는 이런 일이 횡행했다"며 "사람들은 이를 받아들여야 했다"고 증언했다.

이와 관련, 쉬에 인시앤은 1978년 10월에 열린 한 모임에서 중국 스포츠계의 최고위층 관료가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약물은 활용돼야만 하는 신물질일 뿐'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 관료는 성장호르몬(사용)을 과학적인 훈련 방법으로 묘사했다. 이를 거부하는 사람은 누구든 처벌이나 비난에 직면했다."

쉬에 인시앤은 그 당시 "선수들은 자기 몸에 주입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쉬에 인시앤은 중국의 모든 스포츠 스타가 금지 약물을 복용했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또한 현재 단계에서 이 일에 얽힌 이들의 이름을 공개하는 것도 꺼렸다.

쉬에 인시앤은 1970년대 말 중국이 개혁개방노선을 택한 이래 "엘리트 스포츠에서 금지 약물을 조직적으로 활용하는 관행에 오랫동안 맞서 싸웠지만 패배했다"고 말했다.

▲ 중국 대표팀이 1980-1990년대에 금지 약물을 체계적으로 사용했다고 보도한 <시드니 모닝 헤럴드>. ⓒ<시드니 모닝 헤럴드>

"최고위층 관료가 '성장호르몬 사용은 과학적 훈련 방법'으로 묘사"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많은 올림픽 전문가들에게 쉬에 인시앤의 증언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1980-1990년대에 각종 대회에서 중국 대표팀의 금지 약물 사용 의혹이 제기되고, 나중에 사실로 드러났던 일들을 상기시키는 지적이다.

1994년 로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중국 여자 수영팀이 12개의 금메달을 따자, 경쟁국가 선수단에서 중국 측의 금지 약물 복용 의혹을 제기했다. 그 후 1994년 아시안게임(히로시마)에서 7명의 금지 약물 사용 사실이 드러났고, 1998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중국 선수들은 금지 약물 사용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1990년대에 중국 대표팀(특히 수영)에서 다수의 금지 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났을 때, 중국 측은 해당 선수 개인의 야심과 코치진의 무지함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쉬에 인시앤의 증언은 중국 체육계 인물로서 그러한 중국 측의 설명을 공개적으로 부인하는 첫 번째 사례라고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보도했다. 또한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26일 베이징에서 인터넷에서 '중국', '스포츠 도핑'으로 검색하면 차단됐다"고 밝혔다.

중국 측은 1990년대에 금지 약물 문제로 굴욕을 당한 후 훨씬 엄격한 관리 체계를 도입했고, 그 결과 약물 관련 문제를 해결했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중국 측은 26일,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이전과 같은 약물 파문은 없을 것임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금메달 개수에서 처음으로 미국을 앞섰던 중국은 런던올림픽에서도 미국과 자존심 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측은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도핑 테스트에 대비해 상당히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선수들에게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을 정도다. 세계반도핑기구가 금지 약물로 지정한 클렌부테롤 때문이다. 중국 축산 농가들이 살코기를 늘리고자 돼지들에게 클렌부테롤을 먹이는 일이 적지 않았는데, 이 돼지고기를 먹었다가 도핑 테스트에 걸린 선수들이 나온 후 내려진 결정이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검사 대상이 모든 메달리스트로 확대되는 등 이전 올림픽들보다 도핑 테스트가 강화된다. 땀이 아니라 '약물의 힘'에 의존한 선수들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중국은 물론 각국 선수단이 한층 긴장하는 이유다.

금지 약물 문제는 한국인들에게도 낯선 문제가 아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남자 육상 100미터에서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했던 벤 존슨(캐나다)이 금지 약물 사용 사실이 드러나 금메달을 박탈당한 일은 적잖은 한국인들에게 여전히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한편 그리스의 남자 높이뛰기 선수인 드미트리오스 촌드로쿠키스가 금지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런던올림픽 참가 자격을 박탈당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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