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문화방송(MBC) 파업 사태와 관련,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해고자 8명을 비롯해 100여 명의 중징계자를 낳은 이번 사태에 대해 "안타깝다"고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빗발치는 정치권의 중재 요구에 대해선 "노사가 풀 일"이라는 새누리당의 기본 원칙을 고수했다.
박 전 위원장은 22일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들의 모임 '약속지킴이 25인'과 함께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을 찾은 자리에서 MBC 파업에 대한 질문을 받자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데 노사가 서로 슬기롭게 잘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파업이) 장기화되면 결국 가장 불편하고 손해보는 것이 국민이 아니겠느냐"며 "국민을 생각해서라도 노사간에 빨리 타협하고 대화해서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기본적으로 방송사 파업이 개별 기업의 '노사 갈등'이며, 따라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새누리당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간 새누리당 지도부는 정치권이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MBC 노동조합 및 시민사회의 요구에 대해 "자체적으로 해결할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특히 박 전 위원장의 측근인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공개 석상에서 MBC 노조를 "편파방송 세력"이라고 규정하는 등 파업 사태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 원내대표는 과거에도 MBC 파업을 "불법 파업", "정치 파업"이라고 비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다만 박 전 위원장은 "이번 파업이 징계 사태까지 간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해, 향후 이 문제에 개입할 여지를 아예 차단하진 않았다. 최근 MBC 사측이 노조원들에 대한 해고 및 대기발령 등의 중징계 칼날을 휘두르면서, 이 문제가 대선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당원명부 유출 유감"…'사과'는 없어
이밖에도 박 전 위원장은 '경선 부정'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는 당원명부 유출 사건에 대해 "저도 참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유출 경위가 어떻게 됐는지 자세히 밝혀야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이번 기회에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등 야권은 당원명부 유출이 박근혜 전 위원장의 비상대책위원장 재임 기간 중 발생했다는 점을 들며 박 전 위원장의 공개적인 사과를 촉구하고 있지만, 분명한 사과 표명은 없었다.
박 전 위원장은 야권이 명부를 사들인 업체과 연루된 현역 의원들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선 "지금 조사하고 있으니까…"라며 말을 아꼈다.
아울러 김문수 경기지사 등 비박(非朴·비박근혜)계 대선주자들이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경선에 불출마하겠다고 경고한데 대해선 "지도부에서 의견을 수렴하면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저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대선 출마 선언 시점과 관련해선 "조만간 알려드리겠다. 그 때가 되면 알려드리겠다"며 이번에도 구체적인 언급을 미뤘다.
다만 이날 박 전 위원장이 그간 답변을 피해온 방송사 파업 등 각종 현안에 대해 비교적 많은 언급을 한 것을 두고 "출마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전에도 박 전 위원장은 MBC 파업과 관련해 수차례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지만,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답변을 미뤄왔다.
민주 "명부 유출이 남의 일? 유체이탈 화법 상상 초월할 정도"
야권을 일제히 질타에 나섰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당원명부 유출 경위를 밝히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박 전 위원장의 언급에 대해 "이런 얘기는 이 문제에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 할 말"이라며 "책임 회피를 위한 박근혜 의원의 유체이탈 화법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또 "유출 경위를 밝히고 책임을 명확하게 해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박근혜 본인"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당원명부 유출과 관련해 당시 새누리당 최고 책임자였고, 공천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했던 박근혜 의원이 대국민 사과나 이를 책임지기 위한 실천적 조치를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이밖에도 박 대변인은 MBC 파업과 관련한 박 전 위원장의 언급에 대해서도 "그동안 무엇을 하다가 파업이 140일을 넘고 100여 명의 징계가 있고 나서야 입장을 밝히는지 궁금하다"며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다"고 평했다.
연일 '박근혜 저격수'로 나서고 있는 박지원 원내대표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MBC 사태는 전두환 신군부의 야만적인 언론인 대량해직 이후 32년 만의 일로, MB정권의 명백한 언론탄압"이라며 "박근혜 의원이 징계가 안타깝다고 말한 것은 매우 늦었지만 다행스러우나 여전히 방송장악, 언론탄압의 본질을 외면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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